톡톡푸른지붕(1483)

나로의 다짐, 막혀도 막혀도 나는 간다
톡톡푸른지붕 2009-08-30

다시 하늘 가르며 솟아오를 나로호를 기다리며...

 

대한민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KSLV-1)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는 우리에게 크나큰 희망을 보여 주었지만

곧이어 들려온 위성체의 궤도진입 실패 뉴스에 또한 국민들을 실망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큰 실망을 했을 사람은
바로 나로호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진들과 관계자들이 아니었을까요?

 

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어려워
힘든 여정의 끝에서도 편안히 쉬지 못하고 있을 그들을 위로하고자
이명박 대통령은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를 찾았습니다.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지난 6월11일 준공식 참석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각종 민생현안으로 인해 도무지 틈이 나지 않는 일정을 어렵게 조정해
두 달 만에 나로도를 다시 찾은 것이지요.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 대한 걱정에 
대통령이 직접 그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우주항공분야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분야입니다.

이번 나로호 발사역시 수천억원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하면 실패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 비난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일입니다.

그래서 처음 대통령이 나로에 가겠다고 했을 때 여러 참모들이 만류하였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대통령이 우주센터에 도착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먼 길을 달려 도착한 대통령이 내심 고마웠을테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너무 무거워 어깨를 늘어뜨리고 대통령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그들의 맘을 달래주고 다시 용기를 갖도록 해주고 싶은 대통령은

"빨리 실망감과 아쉬움을 떨어버리고 다시 용기를 얻고 다시 도전하는 자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방문했다"며 "실패를 다른 분야 같으면 정신적으로 극복하면 되지만 여러분은 과학자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격려사와 발사경과에 관한 간단한 브리핑이 있은 후

추진기관체계를 담당했던 임석희 선임연구원이
자신이 서울에서 고흥까지 내려가는 버스에서 읽었다며

대통령에게 시 한편을 읽어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다짐처럼

혹은 함께 연구하는 모든 연구원들과 나누고 싶던 마음처럼 시를 읽기 시작한 임연구원은

겨우 한 줄을 읽고 마음이 왈칵하여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함께 듣고 있던 여러 관계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얼마나 미안했을까요?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말없이 바라보던 대통령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지혜로운 자는 실패를 통해 다시 큰 성공을 거두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실패를 통해 좌절하게 된다",
"열악한 조건에서 시작했고 큰일을 치렀다는 점에서 상당한 긍정적 측면이 있다" 라는 말로 격려한 후

기다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올 걸 그랬다는 농담으로 연구원들의 상한 마음을 풀어주었습니다.
 

 

30여분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대통령은 연구원 한명 한명과 일일히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바쁜 일정을 쫓아 다음 장소로 움직였습니다.


모든 관계자들이 나와 박수로 대통령을 배웅했습니다.
실패를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정으로 만드는데 힘을 실어주고자
기꺼이 자신들을 찾아준 대통령에게 모두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듯 했습니다.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뒤늦게 시작한 우리의 우주에 관한 연구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너무나 멉니다.
나로호의 발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그 앞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과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선희 연구원이 읽은 시처럼, 우주를 향한 우리 과학자들의 가슴은

꼭 가야만 하는 길을 가는 순례자의 마음처럼 뜨거운 열정과 굳은 의지로 가득차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그들을 도와 우주강국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우리 정부와  대통령의 뜻이 함께 서 있습니다.
 

나로호의 발사는 이제 시작입니다.

절반의 성공을 딛고 이제 조금씩 몸을 추스려서 다시 연구를 계속해야하겠지요.

시행착오 속에서 얻은 소중한 데이터들는 철저히 분석해서

다음에는 반드시 우리의 위성체를 저 하늘에 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 국민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응원도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남은 긴 시간도 따뜻한 시선과 격려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 주세요.

 

임석희 연구원이 낭독했던 정동묵 님의 시로 이야기를 맺겠습니다.

남은 한 주도 활기차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꼭, 가야 하는 길

 

걸어가지 못하는 길을

나는 물이 되어 간다.

 

흐르지 못하는 길을

나는 새벽안개로 간다.

 

넘나들지 못하는 그 길을

나는 초록으로 간다.

 

막혀도, 막혀도

그래도 나는 간다.

 

혼이 되어

세월이 되어

 

- 정 동 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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