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자급형 도시의 꿈, 제로 에너지 타운·솔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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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전지판으로 생산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솔라하우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동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두 채의 건물이 나타난다. 태양 전지로 건물을 감싼 제로 에너지 타운과 유럽풍 전원주택 솔라 하우스.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두 건물은 미래를 여는 신재생 에너지 주택의 표본이자 희망이다. 제로 에너지 타운과 솔라 하우스는 그 쓰임은 다르지만 지어진 목표는 같다.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는 것.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두 모델에서 ‘솔라 시티(Solar City)’, ‘그린 빌리지(Green Village)’ 등 미래 에너지 자급형 도시의 방향을 찾고 있다.
새로운 실험 새로운 희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명물 제로 에너지 타운 · 솔라 하우스는 견학 많이 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취재 나간 이 날 마침 중국 방문단이 견학을 와있었는데, 건물 안팎을 꼼꼼히 둘러보는 그들에게서 간간이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급격한 발전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에너지 문제를 앓고 있는 중국에게, 제로 에너지 타운 · 솔라 하우스는 하나의 실마리가 되는 듯 했다.
제로 에너지 타운 · 솔라 하우스의 건물 구성은 연구실 겸 직원 아파트로 쓰이는 제로에너지타운빌딩(460평, 연구실 3층, 아파트 4동)과 주택 겸 실험실로 쓰이는 솔라하우스(80평, 2층), 성능 관리동(135평)으로 짜여있다.
중요한 것은 건물 모두 실제 사람이 살거나 상주하고 있다는 것. 제로 에너지 타운 · 솔라 하우스의 목표는 명확하다. 첫째는 현재의 기술로 경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가정용 연료 전지 열병합 발전, 태양열 및 지열을 응용한 냉난방 기술을 적용하는 것, 둘째는 이의 효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실증 · 모니터링 시설을 연구원 안에 완벽하게 갖춤으로써 에너지 자립 타운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이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완공 4년 째, 실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한 듯 보인다. 일단 애초 목표대로 에너지 자립을 이뤘다.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BIPV, 16.2 kW), 저속형 풍차(100 kW), 수소 저장형 연료전지(3kW) 및 태양열 온수 급탕과 난방용 집열기(84㎡)와 지중열 시스템으로 타운 내 전력의 100% 이상 및 열공급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것. 전력은 연구소 전체 계통에 연계되고 있다.
실현 가능한 에너지의 미래
제로에너지타운 빌딩 1층에는 ‘제로에너지타운 상황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는데, 태양광 발전 전력과 풍력 발전 전력을 합해 타운 안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력과 에너지 부하가 시시각각 표시된다. 계통선으로 한국전력과 연결되어, 타운에서 생산한 에너지가 많을 경우 한전으로 보내고, 에너지가 모자랄 경우 다시 돌려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제로 에너지 타운 · 솔라 하우스에 쓰인 기술은 현재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현주소를 알려준다. 국산화 풍력발전기(100kW)를 비롯해 건물 일체형 태양 전지(16.2kW), 연료 전지(3kW)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인공 태양 등 최첨단 성능평가 시험장비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주택 상용화 가능성도 충분하다. 솔라 하우스는 태양열과 지열 복합 히트 펌프 냉난방 시스템, 자연형 태양열 축열벽 시스템, 슈퍼단열 외피시스템, 고효율 창호시스템,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을 갖춰 사계절 주택용 에너지의 70%를 자급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일반 주택에 비해 연간 약 3백만 원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솔라 하우스의 현재 에너지 자급률은 80% 정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3단계 연구 계획에 따라 2010년까지 100% 에너지 자립형 모델하우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유럽의 신재생 에너지 마을에 버금가는 ‘그린 빌리지’를 한국에 실현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