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둘러싸고 한국 내 이해 당사자들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신문·방송의 겸영, 대기업의 방송 진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방송 소유권 규제는 각국의 정치, 문화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한국과 유사한 방송환경을 가진 일본의 방송구조 개편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에선 신문사도 방송 소유

일본 방송계의 특징은 전국단위 신문사를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이 민영방송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2008년 3월 현재 아사히TV는 아사히신문과 영화제작회사 도에(東映)가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TBS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락텐을 포함해 총 9개 기업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며, 니혼TV는 요미우리 신문 등 총 10개 기업이, TV 도쿄는 닛케이 신문을 포함한 3개 회사와 개인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반면 후지TV는 지주회사인 후지 홀딩스가 100% 주식을 소유한 경우이다. 지주회사의 장점을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방송 이외의 분야에 대한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지주회사는 기업과 개인의 출자비율을 20%에서 33%로 늘릴 수 있으며, 산하에 최대 12개 지방방송사를 둘 수 있다. TBS도 올 4월부터 경영체제를 지주회사로 바꿀 예정이다.

수익 다변화 위해 신문·방송·통신 자유 왕래

미디어 기업들의 이종분야 진출도 눈에 띈다. ‘후지 홀딩스’는 미국의 음악저작권 관리회사를 매수함으로서 방송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사히TV는 휴대전화 회사 KDDI와 업무제휴를 맺고 휴대전화 화면에 뉴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리쿠루트와 자본·업무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2008년 1월 개정된 방송법이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본정부는 디지털 방송 완전 이행 1년을 앞둔 2010년에 방송관련 9개 법안을 가칭 ‘정보통신법’으로 단일화해 수직적인 방송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광고시장마저 얼어버린 지금, 일본의 방송시장은 더 높은 경쟁력을 위해 더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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