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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선진국도 불법·폭력엔 무관용 고수
2009.04.08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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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쇠몽둥이, 죽창….’
2008년, 서울발 외신기사에 이런 살벌한 단어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80년대’ 상징이던 ‘불바다 폭력시위’가 재발한 탓이다.

시위대 손에 쇠파이프가 들려지고 살수차가 동원되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된 대한민국. OECD 국가 중 법질서 수준 최하위인 우리나라의 모습은 참담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매를 맞는 경찰과 함께 법질서를 수호하는 공권력의 상징인 폴리스라인은 힘없이 부서졌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집회, 시위문화로 인해 눈부신 경제성장 만큼 세계적인 자랑거리였던 지난 60년간 쓴 민주화의 역사가 무너지고 있다.

선진국을 향한 도약대에 오른 대한민국이 경제대국, 스포츠강국을 넘어선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국가의 기준이 될 법질서 확립,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우리사회 시위문화의 현주소

20여 년 전,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하나 되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민주화를 외쳤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정권에 대항한 민주화시위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생산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불법 파업과 수도 한복판에서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로 인해 국가이미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적인 국가 브랜드 조사기관 안홀트가 지난해 평가한 한국의 국가브랜드 지수는 33위.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50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는 분야가 대부분 사회 안정성, 해외 이미지, 기업 윤리경영, 정부 투명성 같은 무형의 소프트파워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미국 정치위기관리(PRS) 그룹에 따르면 지난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법·질서 준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는 4.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7위였다.

만약 한국이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질서 준수 수준을 유지했다면 1991부터 10년간 매년 1%포인트 내외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연구위원은 “시위가 지속됨으로 인해 사회적인 불안감이 고조되면 경제활동과 투자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며 “그 자체가 국민들에게 주는 피해는 추정하긴 어려워도 상당히 큰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 이후 폭력시위 건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집회 때 발생하는 경찰부상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경찰병력 투입에 따른 비용부터 제3자가 입은 시간적, 경제적 피해에 이르기까지 추산 가능한 직접 손실액만도 6000억 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나라 밖에서는 폭력시위가 국가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교토신문 수미다 타쿠시 지국장은 “너무 심한 시위는 국가의 신인도에도 영향을 끼치고 투자가들도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한국은 외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있는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좀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외국의 시위문화 양상

그렇다면 외국의 시위문화는 어떨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과격시위의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에선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가 지켜지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불법 폭력시위는 상상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민 모두 시위에서 법을 우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19일 이라크전 발발 5주년을 맞이해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서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시위집회가 열렸다. <사진=연합/EPA>

미국 뉴욕시 경찰청 마이크 코피 부청장은 “우리 경찰들은 시위는 권리이며, 자신의 의견을 외치며 안전한 시위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 권리를 제공한다”며 “경찰이나 시위대 중 누구라도 다치지 않는다면, 그 시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주 시드니 한인회장 승원홍 씨는 “(호주는) 법을 어기거나 위반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크다”면서 “그래서 누구도 시위를 하거나 집회를 하는 사람도 과다한 소음을 내지 않고 평화적으로 질서 있게 조용히 시위를 하며, 소음을 많이 내거나 또 지나가는 행인에게 방해가 된다던가, 지나가는 도로의 일반 통행에 방해가 된다거나 그런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평화적인 집회는 최대한 보장한다. 백악관 앞에서도 수시로 피켓을 든 시위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폴리스라인을 넘는 등 법규를 위반한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선 단호히 응징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선진국은 또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위나 파업인 경우 평화적으로 진행됐더라도 참가자들에게 법적 절차를 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물린다. 2005년 12월 미국 뉴욕 대중교통노조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뉴욕 대중교통노조는 어떤 폭력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걸어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사건발생 4개월 후 뉴욕주 지방법원은 노조위원장에게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10일과 벌금 1000달러를 선고했다.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하루 100만 달러씩 총 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런 엄청난 판결이 나온 것은 노조의 파업행동이 불법적으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사실 선진국에서 시위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이슈에 대한 자기 의사를 개진하는 방법으로서 집회, 시위를 활용한 것이지 그것이 정부의 어떤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차후의 문제”라며 “우리의 경우는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고 그것이 끝까지 반영될 때까지 집회？시위로 연결 되다보니, 과격하고 극단적인 방법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선진국의 무관용 원칙은 철저하다.
지난 2005년과 2007년 파리에서 발생한 이민자 시위, 그리고 2006년 노동법 철폐요구 시위에 화염병이 사용됐다.
프랑스에선 시위대가 총포류는 물론 화염병과 같은 인명살상 가능성이 있는 무기를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불법 시위자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내세우고 최루탄, 플래쉬볼, 물포를 사용해 강하게 대응했다.

지난 2007년 6월 독일 로스토크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반대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되어 돌과 화염병이 사용됐다. 이 사건에 특공대 형태의 기동부대가 투입됐다.

■ 건전 시위문화 정착,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

프랑스 경찰의 기본 의무사항은 1986년에 제정된 ‘프랑스 경찰의 의무 규정’에도 잘 나타나 있다. 프랑스 경찰의 임무와 역할은 언제나 ‘공공질서 유지’와 ‘시민들의 인권 보호’가 그 기본을 이루고 있고, 이 점은 시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정부의 경제 위기 대책 등을 비판하며 노동계 전체가 파업을 벌인 1월 29일 프랑스 경찰이 시위에 참가한 젊은이를 뒤쫓고 있다. <사진=AP연합>

즉, 평화롭고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시위 상황에선 강제적이거나 위압적인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시위 참여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만 한다. 그러면서도 공공질서를 해치는 극렬한 폭력이 나타날 경우 재빠르게 폭력을 제압해 질서를 유지하는 등 경찰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캐나다에서는 정당한 시위진압 임무수행을 입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헌법상 평화적 집회의 자유만이 허용되고 진압 경찰관에 대한 정치, 행정적 책임 추궁은 배제하고 있다.

시위란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국민의 의견을 국가에 알리는 국민의 특권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와 시위대의 약속 하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선진국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각계에서 불법, 폭력시위집단에 대해 적극적인 형사, 민사 대응과 보조금 지급중단 등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폭력시위가 성역화 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법적책임을 반드시 추궁한다는 무관용 원칙을 내걸었다. 동시에 합법적인 시위는 철저하게 보장해 주기위해 올해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등 전국 8곳을 평화시위구역으로 지정하고, 발언대와 간이화장실 등 각종 시설물을 제공하는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법치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작됐다. 집시법 개정안은 시위도중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을 쓰는 행위를 금지하고, 불법시위 집단소송법은 불법시위 해자가 시위참가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가하면 비영리단체 지원법은 불법시위에 가담한 시민단체에는 정부지원금 중단 또는 환수가 가능하다. 이런 많은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 전환도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자료출처: 한국정책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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