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야기(1483)
- 대통령의 눈물
- 대통령 이야기 20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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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눈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도의 지도자 간디는 ‘정치인이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의 눈물은 종종 나약함의 징표로 받아들여집니다.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정치인의 미덕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미국의 관용어구 중에 ‘머스키의 눈물(Muskie''s Tear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972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나선 애드먼드 머스키 후보는 자신을 지독한 인종주의자로 몰아붙인 언론보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사실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자 그의 지지율은 고꾸라졌습니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저렇게 나약해서야....”라는 여론에 밀려 결국 정치권에서 퇴출되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문민정부때 한 여성장관이 기자의 지적을 받고, 흥분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 장관에게는 ‘울보장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물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올해 초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밀려 고전하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유권자와의 대화중 “선거가 쉽지 않다”라는 말을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평소 차갑고, 이지적이었던 그녀의 눈물은 의외의 효과를 낳았습니다. “얼마나 힘들었길래...”라는 동정심에 힘입어 힐러리 의원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심지어 한때 ‘눈물이 판세를 뒤집었다’라는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도자의 용기와 자신감
그러나 국민들은 역시 우는 정치인보다 자신감과 활력이 넘치는 정치인을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끌던 처칠 수상은 항상 중절모를 쓰고, 굵은 시가를 문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나타나 촌철살인의 유모를 날리곤 했습니다. 독일 본토에 떨어뜨릴 포탄 위에 “히틀러에게 한방을!!”이라는 문구와 자신의 사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전쟁 중인데도 늦잠을 자곤 해 야당의원들로부터 ‘잠꾸러기’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처칠의 행동은 국민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다분히 전략적인 제스처였습니다. 전시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만사태평인 지도자를 보면서 국민들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나 보다’라는 안도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1981년 3월 연설도중 총격을 받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응급수술을 받으러가는 상황에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습니다. 부인 낸시에게 “내가 엎드리는 걸 잊었어(Honey, I forgot to duck)"라고 말했습니다.
수술 직전 수술팀에게는 ”자네들, 모두 공화당원이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골수 민주당원이었던 수술 집도의가 ”오늘만큼은 저희 모두 공화당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암살미수사건을 가벼운 조크로 여유있게 처리한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활력과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전임 카터 대통령의 경직되고 우울한 표정에 질렸던 국민들은 재치있는 조크와 환한 미소를 날리던 레이건 대통령에 열광했습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미국은 1980년대의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눈물은 ‘소통’
지난 4일 새벽, 가락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좌판에서 무시래기를 팔던 박부자 할머니는 대통령을 보자 와락 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할머니는 “너무 힘들다”며 대통령의 품안에 안겨 연신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통령이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하루에 5만원씩 팔다가 요즘은 2~3만원을 손에 쥐기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등을 토닥이다가 자신이 20년간 써왔다는 목도리를 둘러주며 힘내라고 위로 했습니다.이후 아침식사를 위해 들른 해장국집에서 이 대통령은 “(노점상) 할머니가 대통령 잘되길 바라며 매일 기도한다는데...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난다. 내가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날 위해 기도한다니...”라며 한참을 되뇌었습니다.
지금은 세계 각 국의 경제가 모두 어려워 우리 수출제품을 내다팔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어 보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과 국민의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져야 합니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할머니의 눈물은 국민전체의 눈물입니다.
대통령의 눈물은 국민의 마음을 온몸으로 이해하는 소통의 눈물입니다.
글로벌 위기에 맞서 혼신을 다 해도,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에 대한 토로입니다.
갈수록 추워지고 팍팍해지는 국민들의 삶에서 느끼는 안타까운 감정의 고백입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닥친 위기에 대해 어떻게든 이겨내겠다는 약속의 눈물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눈물이 백 마디의 말을 대신합니다. 눈물은 이심전심의 표현입니다.
대통령과 국민의 눈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이심전심을 바탕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얻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