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야기(1483)
- 누가 대통령의 시간을 훔칠 수 있을까?
- 대통령 이야기 20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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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일정은 흔히들 쓰는 표현으로 참 ''빡빡''합니다. 이동하거나 식사하는 시간, 기념사나 축사 등을 전하는 시간, 참석한 분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시간까지... 시간을 소위 ''분'' 단위로 맞추어 움직여야만 그 날의 계획된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처럼, 이토록 철저한 대통령의 일정에도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인데, 이 중 정말 아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변수 중 하나가 바로 국민들과의 만남을 참으로 좋아하는 ''대통령의 마음''입니다. 매서운 눈빛의 경호관들도, 늘 시간 관념이 철저한 의전담당 직원들도 대통령의 이 마음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때때로 진땀을 흘려는 일들이 생기곤 하지요.
매번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가 끝날 때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그 마음들을 뒤로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날이라면 대통령은 어김없이 그 분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슬로건 아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보자'' 라는 뜻에서 추진되고 있는 ''생활공감정책''의 점검회의가 모두 끝난 후, 대통령을 향해 몰려드는 생활공감 주부모니터 단의 사인요청을 다 받아주신 것이죠. 보통 이럴 땐 사실 ''예의상'' 서너 분께만 사인을 해드리고 다음을 기약한다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텐데도 대통령께서는 기쁜 표정으로 그 많은 주부님들의 이름을 일일이 종이에 적으시며 한참 동안 사인을 하셨습니다.
사실, 이럴 때면 함께 수행을 하는 직원들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지만, 사람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는 대통령의 얼굴은 마냥 즐거워 보입니다. 사인을 하시면서 함께 하신 주부님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질문을 건네기도 하는 입가엔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은 수행하는 직원들도 선뜻 다음 일정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습니다.한 나라의 수장으로써, 또 대표로써, 국정 곳곳을 챙기고 다른 나라와의 좋은 관계를 위해 나라 안팎으로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사실 국민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나눌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시간은 부족하고 가야 할 곳은 많기에 빽빽하게 채워진 일정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 바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그 이유가 바로 국민들이기에 오늘도 대통령의 크고 거친 손은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다른 손을 반갑게 맞잡습니다.
그래도 대통령님, 가끔은 타 들어가는 수행원들의 마음도 좀 헤아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