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자마당(1483)
- 무심코 지나갔던 길고양이들
- 어린이기자마당 2011-04-19
-
외모지상주의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적용되나 봅니다. 페르시안이나 샴 같은 고양이들은 환영하면서 길고양이들에게는 ‘도둑고양이’라며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보며 어린이 기자가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 그 사연이 무엇인지 기사로 만나보세요. -푸른누리편집진-
어느 나라, 어느 동네를 가도 길고양이들은 넘쳐난다. 이 많은 길고양이의 종류는 오렌지색이나 턱시도, 코리안 숏컷, 흰색, 검정색, 삼색이다. 이런 고양이들은 샴, 페르시안, 러시안블루 등에 비해 사람들의 평가가 떨어지고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도 같은 고양이로서 샴한테만 이쁜 이름 붙혀주고 코리안 숏컷 등에게는 "아 더러워"하고 불쾌하게 말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 이제 우리도 코리안 숏컷을보면 코숏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우리도 사람인데 한사람한테만 이름 붙혀주고 똑같은 옆사람에게 "아 더러워라"고 말하면 짜증나는 것처럼.
이런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다. 이제 그사람들 마저 사라지면 길고양이는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나는 보살펴 주는 사람은 자주 보지 못했지만 괴롭히는 사람은 인터넷과 친구들을 통하여 많이 들었다.
어느 날이었다. 한 길고양이가 친구의 집 앞에 피를 뚝뚝 흘리면서 있다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2,3 학년쯤 되보이는 어느 아이가 촛불로 고양이 꼬리를 지지고 커다란 돌로 고양이를 맞추었다고 했다. 친구는 내려가 치료해주려 했지만 고양이가 심하게 거부해서 피를 흘리다 쓰러졌다. 내 생각엔 그 고양이는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인간에게 다시 배신당하고 다칠까 봐 일부러 그런 것 같았다.
일본의 경우 길고양이들을 잘 대접해준다. 지나가던 고양이는 거부감 없이 길거리에 누워서 자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여느 강아지와 다르게 사람에게 애교를 부린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기 어렵다.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고, 동료가 로드킬(차사고) 등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보기만 해도 뒤쫓아와 괴롭히고 학대를 많이 당해왔기 때문이다.
나도 길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매일 돈을 모아 우유를 사서 먹였다. 그럴 때마다 나비라고 부르던 고양아는 냐옹거리면서 부비부비거렸다. 나는 그때의 나비를 아직도 기억한다. 어느덧 매일 있던 자리에 나비가 없어지고 나비의 똥이 사라진 것이 보였다. 나는 나비가 어딘가 간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 매일 갔고, 먹이도 놓고 갔지만 허탕이었다. 이미 먹이는 개미들이 다 차지하고 없어져 버렸다.
한달 후 만난 나비는 새끼를 낳은 뒤 돌변해 있었다. 3마리 모두 나비와 눈매가 닮은 고양이들이었다. 이름은 백합, 나리, 나나였다. 나에게 또 발견된 뒤 나비는 어느 교회로 도망쳤다. 내 생각엔 영역다툼에서 밀린 것 같았다. 나의 친구가 나비를 봤고, 나비는 다시 돌아왔지만 새끼 한 마리는 없어졌다고 했다. 그땐 정말 허무했다. 나비는 그후 어떤 아이에게 비비탄을 맞은 후 지하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애교 많던 고양이가 돌변하기까지 한달 남짓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제서야 버림 받은 길고양이의 심정을 알았다. 살 곳 없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다 중성화 수술을 받고 배신당하는 고양이들을.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정신 못차리고 기다란 사탕으로 고양이를 한번 유혹하다 앞모습이 못생겨서 도망간 적이 있다. 그 고양이는 다시 한번 인간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다시 만나면 참치를 주고 싶다. 후회뿐이다.
고양이들도 사람과 같이 생각한다. 나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이 글을 읽은 사람도 자신이 고양이를 학대했는지 곰곰히 생각하고 고양이들을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주면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고양이들을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허진 기자 (서울압구정초등학교 /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