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과 쟁점은(1483)
- 녹색성장은 이미 시작됐다
- 핵심과 쟁점은 20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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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에서 외교정책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린 상상력의 전략
세계는 지금 녹색질주, 일명 그린 레이스(Green Race)에 돌입한 모습이다. 나라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울리히 벡(Ulrich Beck) 뮌헨대학교 교수의 말처럼 정당도 이념도 계급도 전 인류에 찾아온 환경변화 앞에서는 의미를 잃어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년 경축사를 통해 ‘녹색성장(Green Growth)’을 새로운 60년을 여는 비전의 축으로 제시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은 제4의 물결로 환경혁명이 도래한 만큼 여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탄소 녹색성장’은 과연 무엇인가.
녹색성장은 지속발전개념의 추상성과 광범위성을 보완하고 경제성장의 패턴을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관련 산업과 기술을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마련한다는 개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지난 200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를 통해 유포되기 시작해 다보스 포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등을 거치며 국제사회로 확산되고 있는 이개념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 지금도 각자의 상황과 방향에 맞게 복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녹색성장은다음과 같은 10가지로 요약된다.
1.저탄소Low Carbon 동반성장정책
녹색성장은 기존의 경제성장과 환경훼손 동조 현상과 달리 자원이용 효율성을 최대화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끄는 ‘탈동조화(Decoupling)정책’을 추구한다.
2.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녹색성장은 이 같은 지속성장을 위해 재생 및 청정에너지 자원과 기술을 포함한 ‘녹색기술(GT:Green Technology)’을 신 수종사업으로 육성,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 기후변화 대응기술, 에너지-자원 기술, 환경기술을 포괄하는 녹색기술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0년 3천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블루오션을 능가하는 그린오션의 시장에서 선도국가가 되자는 것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시작할 당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50년, 반도체는 20년에 달해 ‘불가능한 도전’이란 비판에 시달려야 했지만, 이제 자동차는 세계 5대 강국, 반도체는 최강국의 지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녹색기술의 격차는 5년에서 10년 수준이란 것이 중론이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IT강국의 명예를 GT로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3.고도의 융합기술녹색기술은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는 우리가 경쟁력 있는 IT·BT·NT 등을 활용해 수출 효자산업으로 이끌 융·복합기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태양전지(ET)와 단열재창호(NT), 통합관리 네트워크(IT), 자기정화 가전제품(BT)의 기술이 융합되면 최적의 그린홈을 만들 수 있다. 한류와 같은 문화산업(CT), 가상현실산업 등은 무공해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그 자체가 GT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바 우리의 경쟁력은 여기서도 증진될 수 있다.
4.일자리Green Job 창출전략
녹색기술은 이른바 ‘일자리 없는 성장’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 기존 산업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태양에너지 이용분야의 경우 7배에서 11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자, 오는 2020년에 95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5.기업경쟁력 강화정책
세계 최대 시장의 하나인 EU(유럽연합)는 이미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 기준, 화학물질 위해성 관리 등을 통해 수출장벽을 높이 쌓아가고 있다. 미국이 본격 가세할 경우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이 봉쇄당할 수 있다. 이 파고를 넘어서는 능력을 지금 갖춰나가야 한다. 녹색성장은 따라서 기업의 미래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다. 그것도 이미 와 있는 미래인 만큼 ‘기래(旣來)대응정책’이라 부를 수 있다.
6.교통과 건물 도시와 국토까지 개조
저탄소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녹색성장은 교통과 건물에서도 필연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대체를 요구한다. 그린홈, 그린빌딩뿐 아니라 콤팩트시티에서 보듯이 도시와 국토의 저탄소화를 이끌며 관련 산업 자체가 또 하나의 거대한 그린오션을 이룬다.
7.의식주를 바꾸는 생활혁명
녹색성장은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격려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복장이 출현할 것이다. 녹색성장은 저탄소 음식을 환영한다. 식습관이 바뀔 것이다. 소비자는 녹색상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녹색성장은 의식주 생활습관을 새로운 문명에 맞도록 바꾸어 놓는다.
8.교육문화정책
아이들은 이미 환경의 소중함을 기성세대보다 더 잘 깨닫고 있다. 녹색교육이 초중고에 본격화되면 그 잠재력에 더 큰 감수성과 기대를 갖게 되고, 녹색성장의 선순환을 이끄는 ‘녹색시민(그린 시티즌)’이 된다. 문화와 관광의 핵심요소도 ‘녹색’의 몫이다.
9.환경친화적 세제개편 필요
지금까지 우리는 일해서 버는 것에 대한 세금, 소득세(earning tax)를 내왔다. 앞으로는 연료를 태워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에 대한 세금(burning tax)을 내는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른다. 세금 총량은 늘리지 않지만 환경친화적 세제를 강화하는 것이 선진국의 대세다.
10.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외교정책
온실가스를 무책임하게 많이 배출하는 국가는 ‘쿨’하지 않고 매력이 없는 나라로 인식된다. 국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서방 언론이 여러 이유로 특히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소프트파워 시대에 매력 없는 국가로는 인재와 기술 그리고 투자가 잘 몰리지 않는다.
반면 친환경 국가는 자국민뿐 아니라 인류를 생각하는 사려 깊은 나라로 존중된다. 녹색성장은 그런 면에서 국가의 격을 높이는 브랜드 외교정책이다. 녹색성장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성장모델로는 성장도 고용도 환경도 한계치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앨 고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려다 보면 기존의 세계와의 사이를 가르는 커다란 계곡(Chasm)을 만나게 된다. 그 계곡이 무섭다고 어정쩡하게 건너려고 하다 보면 추락하고 만다. 계곡을 건너려면 단번에 크게 건너뛰어야 한다.” 녹색성장은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상상력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의 룰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불편과 어려움은 있겠지만 먼저 잘 움직이는 자가 열매도 많이 따고 법칙도 정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G8확대정상회의에서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되겠다고 발언한 배경이다.글.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