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자마당(1483)

108배 올리며 참선한 마곡사 템플스테이
어린이기자마당 2010-10-25

 

마음의 휴식을 얻고 싶을 때, 맑은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 싶을 때, 템플 스테이에 참여해보세요.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108배를 하는 고통쯤은 감수해야겠지요? 어린이도 했으니까요^^-푸른누리편집진-
 


 

2010년 10월 1일 마곡사로 떠났다. 집이 공주와 가까운 대전인 관계로, 청와대로 가지 않고 집에서 바로 마곡사로 갔다. 마곡사에 도착해서 짐을 놔두고 스님께서 북을 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스님들께선 절에서 예불만 드리는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북 연주가 끝나기까지는 4~5분이 걸렸다. 그 북소리가 우리를 환영한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북 연주와 함께 징과 물고기 모양의 나무모형을 치는 연주가 시작되자 우리는 연주를 뒤로 하고 공양간으로 갔다. 공양간은 식당과 같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공양간이 비교적 현대적이라 예상밖이었다. ‘절‘하면 ’현대식이 아닌 불편한 생활.’이라고 생각해왔던 나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식사로는 여러가지 야채가 나왔는데 맨 처음엔 입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맞지 않는 나물도 눈 꼭 감고 열심히 씹고 먹다보니 특유의 맛이 있었다. 게다가 식사 도중 스님이 말씀하는 걸 들었는데, 이것 모두 절 뒤에서 스님들이 열심히 길러서 요리해 내놓은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욱 믿음직스럽고 맛이 있었는데 끝까지 남김없이 깔끔하게 먹어야만 했던 것만 빼면 정말 좋았다. 밥을 다 먹고 앉아 있는데 스님이 오시면서 과일이 올려져 있는 그릇을 놔주시고 "이것도 다 먹어야 해요."라고 하셨다. 순간 밥 먹느라고 다 차버린 배를 걱정하며 감사하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힘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절의 인심인가?’ 하고 느낀 순간이었다.


 

밥을 다 먹고 가방을 놓아두었던 곳으로 가서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뒤 방으로 들어가니 오리엔테이션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환영인사와 함께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연꽃 만들기, 기념목걸이 만들기, 염주알 꿰기 등 프로그램을 말씀해주셨는데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 만들기를 체질적으로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른 데서는 별로 할 수 없는 염주알 꿰기부터 하고 싶어 그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 것엔 이미 자리는 꽉 차 버려서 연꽃 만들기부터 했다.
 


 

연꽃 만들기는 주름종이를 일정하게 자른 뒤 한쪽 끝을 말아서 놓고 반대쪽에다가 풀칠을 한 뒤 종이컵에다가 층층이 붙이는 것이었다. 먼저 봉사로 나와주신 보살님의 시범이 있었다. 보살님은 봉사로 나온 만큼 잘 만드셨지만 우리가 하기엔 조금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하다보니 속도가 붙으면서 요령이 생겼다. 마친 뒤 보살님께 보여드렸더니 너무 잘했다면서 여름에 연등 만들기 봉사 때 와서 해도 될 정도라고 칭찬을 해주고 초를 꽂아주셨다.


 

그 뒤엔 기념 목걸이 만들기를 했는데 나무에다가 구멍을 뚫고 줄을 묶은 뒤 나무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나는 앞면에다가는 수련복을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을, 뒷면에 ‘temple stay!~’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염주알 꿰기를 했는데 염주알은 연결할 때 쓰는 구멍 3개짜리 구슬까지 합해서 구슬의 갯수가 총 108개가 되야 한다고 하셨다. 염주알을 꿰며 생각해 본 것인데 108배, 염주알 구슬의 개수도 108배... 혹시 108이란 숫자가 불교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하루의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꼬불꼬불 정신이 없었으며 창밖으로는 칠흙같은 어둠만이 있었지만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별들이 많았다. 대전, 공주. 1시간 거리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도 이렇게 많은 별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숙소에는 약 10시에 도착하고 별을 뒤로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절에서 잘 거라 믿고 껴입을 옷을 잔뜩 들고왔던 우리는 난방시설로 쪄 죽을 것만 같은 현대식 숙소에 머무른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우리는 잘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일의 일정은 새벽 3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 3시 아침 예불을 드리러 갔다. 아직은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2번에 걸쳐서 가기로 했다. 이번엔 걸어서 가는데 확실히 차로 올 때보다 더 빨리 갈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서 마곡사에 돌아와서 대광보전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예불을 드리기 시작했다. 대광보전의 손 모양은 정말 특이하였다. 왼쪽 검지 위쪽으로 오른쪽 검지를 꺾는데 훨씬 자연스러웠다. 갑자기 3시 35분경에 바깥에서 종소리가 뎅~하며 울리면서 안에서의 예불소리가 멈추었다. 모두 조용히 합장한 채로 바르게 앉아 두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고개를 앞으로 숙여 앉았다. 계속 소리가 울리다가 3시 44분경에 다시 또 불경소리와 함께 다른 악기 소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예불이 시작되었다.
 


 

계속 예불을 올리다가 4시가 되자 108배를 올리러 갔다. 맨 처음에 숙소에서 나왔을 때는 배가 아주 많이 고팠지만 어느 정도 되다보니 더이상 고프지 않았다. 경건한 마음으로 108배를 올리는데 들려주는 소리에 맞추어 앞에선 스님이 죽비로 박자를 맞추어 우리가 절하는데 훨씬 편하였다. 맨 처음엔 ‘저게 무슨 소리지?’하며 이해를 못했지만 어느 정도 듣다 보니깐 무조건 뜻을 알려고만 하지 말고 그냥 그 소리를 마음으로 느끼며 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이런 108배가 운동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다이어트 및 변비개선, 근육 이완, 복식호흡, 땀의 배출, 신진대사 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40분간 108배를 하였다.


108배가 끝난 뒤 발우공양을 하였다. 발우공양은 어떤 사람이 보면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스님들의 검소한 생활이 있기에 이런게 생기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제일 먼저 뒤에 있는 선반에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발우(그릇)을 가져오는데 가져오기 전에 반찬이 놓여져 있는 상을 가지고 와서 4인 앞에 하나씩 놓는다. 발우를 묶고있는 천을 풀고, 걸레와 수저를 내려놓은 뒤 4개의 그릇을 차례대로 놓고는 오른쪽 맨 위에 있는 그릇에 젓가락과 수저를 놓는다.


 

 

 

셋팅이 끝나면 한쪽 그릇에다가 물을 받는데 이것은 마실 것이 아니다. 그릇을 헹구기 위함이다. 물을 받은 뒤 그 물을 그릇에서 그릇으로 옮겨 차례대로 옮긴 뒤 수저가 있는 그릇에다 놔두고 밥, 반찬, 국을 받는다. 밥을 받고는 국을 받고 반찬을 받을 차례에는 굳이 모든 반찬을 놓을 필요는 없지만 단무지는 꼭 놔야만 한다. 입을 헹구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다. 밥을 깨끗하게 다 먹은 뒤엔 아까 놓아뒀던 물을 다시 또 먹은 그릇에다 부은 뒤 차례대로 손을 넣어 닦고 헹주로 물기를 제거한다. 그 모든 단계가 끝나면, 다시 원상태로 그릇을 차곡차곡 포갠 뒤 뚜껑을 덮고 수저를 올려놓은 뒤 천으로 묶는다. 이때, 보살님께서 내가 메모하며 먹는 것을 보며 기특하다며 살짝 알려주신 게 있는데 천으로 리본매는 듯이 묶을 때 리본의 길이가 올려놓은 수저의 길이, 즉 뚜껑의 지름의 길이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발우공양을 마친 뒤 마당쇠가 되어 싸리나무로 만든 빗자루로 다리를 쓸고 잉어밥을 주었다. 잉어밥에서는 냄새가 많이 났지만 잉어와 피라미가 파닥거리며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냄새와는 무관하게 열심히 던져주었다. 청소가 끝난 뒤 30분 자유시간을 가진 뒤에도 여전히 7시 30분을 넘지 않았다.


다시 모두 모인 뒤에는 하루 일정의 마지막인 백범 명상길을 따라 군왕대로 갔다. 군왕대는 마곡사의 모든 혈이 모여있는 최고의 혈자리라는데 위상으로 봐도 군왕대 주위의 모든 나무가 군왕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듯이 서 있다고 한다. 그곳이 군왕대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곳에서 군왕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군왕대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내려와 마곡사 구석구석 설명을 듣고는 다도를 하였다. 연잎으로 우려낸 맛있는 차를 마시면서 다과를 마셨는데 큰스님께서는 다과를 드시다가도 우리가 질문을 하면 열심히 대답을 해 주셨다. 이로서 마곡사 1박 2일 템플 스테이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앞으로도 많은 어린이가 이런 체험을 했으면 좋겠고 그곳에서 자신이 하룻밤 동안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을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

권현진 기자 (문지초등학교 /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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