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기자마당(1483)
- 기적, 정말 있을까?
- 어린이기자마당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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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소년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국 워싱턴주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에 당선된 신호범씨를 푸른누리가 만났습니다. 2006년 제 1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한 신호범씨가 기적을 이 룬 꿈을 기사로 만나보세요! -푸른누리편집진-
기적이 정말 있을까요? 책이나 뉴스, 신문을 보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듣습니다. 가까운 일로 칠레 광부 33인의 사건입니다. 지하 700미터의 광산에 갇혔고, 69일만에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전원이 살아 돌아오는 장면을 기억할 겁니다. 또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갓난 아이가 구조된 경우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순간에서 구출된 경우가 아니라, 절망밖에 없는 삶 가운데에서 우리가 꿈꾸기도 힘든 일을 이루어내는 경우가 진짜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분은 바로 신호범 할아버지입니다.
신호범 할아버지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워싱턴주 하원의원(1992), 미국 워싱턴주 상원의원(1998)에 당선됐으며, 2006년에는 제1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11월 3일 오전 10시, 대전시청에서 ‘기적을 이룬 꿈’이라는 주제로 신호범 부의장 초청 특강이 있어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추위도 녹일 만큼의 뜨거운 희망의 열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 분은 1935년 일본왜정 시절,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4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6살 때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다가 할머니가 병으로 누워 친척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촌동생의 엿을 뺏어먹다가 방망이로 머리를 맞고 피를 줄줄 흘렸습니다. 그래서 무서워서 밤에 몰래 도망쳐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로 서울 금천역까지 걸어가 그 곳에서 자면서 살았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는 ‘언젠가 나는 돈 많이 벌어서 엿 장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 후에 다시 서울역으로 가서 거리소년이 되었습니다. 겨울에 추울 때는 8살 재훈이 형이랑 서로 껴안고 잤습니다. 아침에는 각자 깡통을 들고 구걸하다가 저녁때 다시 만나서 모은 걸로 함께 나누어 먹었다고 합니다. 구걸은 주로 남대문시장에서 하였고, 썩은 과일도 주워 먹으며 견뎠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이 위기를 어떻게 견뎠냐 하면 모든 게 동기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재훈형이 매일 난 더 못살아. 난 죽어버릴 거야,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차 옆에 다리와 팔이 부러진 채로 죽어있는 걸 일본경찰이 트럭에다 던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동물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때 할아버지는 ‘너는 나의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야. 넌 죽었지! 하지만 난 무슨 일이 있든지 살 거야!’ 하고 7살 때 결심했던 것이 중요한 삶의 이유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후에 6.25전쟁이 나서 충청 예산까지 걸어왔고, 인천 상륙작전이 터졌다는 소리를 듣고 노량진 한강다리 앞에서 구걸을 하였습니다. 미국 군인차가 지나가면서 과자를 던져주면 좋다고 먹고 살았던 때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자는 안주고 손을 잡았습니다. 트럭에다 던져졌고 실려가 도착한 곳은 용산 부대였습니다. 그곳에서 목욕을 하고 탱크로 임진각으로 가서 군인들 빨래와 청소 그리고 구두를 닦아주는 HOUSE BOY가 되었습니다. 군복도 따뜻했지만, 마음은 더 외로웠습니다. 자꾸 엄마 생각이 나서 언덕 위로 올라가서 엄마, 엄마! 어디 있어요, 하며 울었습니다. 어느 날, 한 미국인이 절보고 왜 우냐고 물었고 와서 꼭 안아주었습니다. 우리 애들이 셋인데 나랑 같이 미국가자, 라고 하셨지요." 15살 때 일이었고 입양아 수속절차만 2년이 걸린 후 18살 때 미국으로 갔습니다.
학교를 다니려고 했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도 못 다녔고 나이가 많다고 입학을 거절당했습니다. 그때 양아버지는 "너,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미국엔 검정고시가 있단다. 검정고시 통과하면 돼. 너 어려울 적에 하나님께 기도하면 도와주신다!"하고 힘을 주었습니다. 알파벳도 몰랐는데 처음에 공부하실 때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신호범 할아버지는 공부하다가 좀 어려울 때면 새벽 1, 2시에 뒷마당에 나가 ‘하나님 안녕하세요?, 진지 잡수셨어요?’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데, 저 좀 도와주세요.’하면서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 후에 1년 4개월만에 검정고시 통과했고, 74년도에는 박사도 땄다고 했습니다. 매일 밤 양어머니가 영어를 가르쳐주었고 양아버지는 수학, 과학, 물리를 가르쳐주었다고 합니다.
신호범 할아버지의 인생관은 "하면 된다"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어머니의 얼굴을 모르고 사진도 한 장 없다고 이야기 할 때에는 울먹였습니다. 올해 77세인 할아버지가 울먹이는 순간, 가슴이 찡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옆에 저의 어머니도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신호범 할아버지께서는 강연이 끝나고 장내를 나가면서 악수를 해 주었습니다. 초등생이 저밖에 없었던 까닭인지 관심을 갖고 "미국에 갈거니?"라고 물어봐 주었습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할아버지의 얼굴과 미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향해 큰 절을 한 모습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주 큰 감동을 받았고, 힘들다는 생각이 날 때면 ‘신호범 할아버지만큼 노력하면 돼!’ 하고 결심하곤 합니다. 할아버지의 강연은 영원히 제 가슴속에 간직될 것입니다.
이고은 기자 (추부초등학교 /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