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야기(1483)

청와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청와대 이야기 2008-10-06

글. 국민소통비서관실 인턴 임홍빈

 

우선 제가 쓴 글이 청와대 블로그에 실린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청와대에서 근무를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 어르신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고, 언행을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청와대’ 라고 하면 국가 원수가 거주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한 첫 이미지는 ‘로보캅’ 같았습니다. 각이 잡힌 경호부대원들, 얼짱 / 몸짱 경호실 직원들에게서 나오는 각 잡힌 ‘포스’ 때문에 마치 군대에 다시 온 듯한 ‘무서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빡빡할 줄 만 알았던 6개월의 청와대 생활 중 1개월이 지난 지금 하루하루를 즐겁게 근무하는 인턴1기 임홍빈의 청와대 생활을 공개합니다.

 

1. 하이라이트 ONE : 합동화력시범 관람기  

 

2주 전, 청와대 직원들 그리고 인턴 동기들과 함께 경기도 포천의 승진부대로 국군의 날 기념 합동화력시범을 관람하러 갔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소풍가기 하루 전날 들뜬 초등학생처럼 설렘을 안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편한 복장을 입고 오라고 통보를 받고, 티셔츠에 야구모자까지 쓰고 갔는데, 버스에 오르자마자 넥타이까지 깔끔하게 메고 광나는 구두를 신고 점잖게 앉아계시던 다른 직원 분들을 보고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붉히며 구석에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이후로 옷차림에 더욱더 신경 쓰게 되었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VIP와의 만남을 위해 출근 전 넥타이를 서너 번 고쳐 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화력시범은 한미 연합군의 화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육군의 K-9자주포, K1A1 전차, 다연장로켓 등 주요화기와 병력을 비롯해 공군 F-15K, KF16과 함께 미군 아파치 헬기 등 어마어마한 무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논산 훈련소에서 시청각자료를 통해 무기들을 접했을 때와는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시범에 들어가기에 앞서 준비된 교육용 동영상을 보면서 새로이 배운 건, 현대 전쟁의 트렌드는 화력보다는 네트워크중심전 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과학화된 전투를 말하며, 인공위성과 같은 탐지체계를 이용해 적을 먼저 찾아내고 작전 지휘 통제실의 분석을 바탕으로 각 부대에 현재 전투상황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하며, 이 정보를 토대로 최적의 타격체제를 갖추어 적을 보다 먼저 정밀 타격하는 신개념 전투체계입니다.

 

 

시범의 시작과 함께 정찰기와 무인항공정찰기가 상공을 지나갔고, 이어서 헬리콥터, 전투기, 자주포와 비호의 화력시범이 이어졌습니다. 자로 잰 듯, 높은 항공에서 수백 미터 아래에 있는 목표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명중시키는 시범을 보며 환호를 질렀고 한층 상승된 대한민국 국군의 위력을 보며 국가번영의 초석인 자주국방에 대한 꿈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미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트에 하루에도 두세 번 들어가 보고 수많은 할리우드 전쟁 영화의 스펙터클한 특수효과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터라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 할 줄 알았지만, 마지막 30분 동안 진행된 통합전투수행 시범에서 모든 무기들이 총동원하여 적진을 향해 투사를 하였을 때 들리는 어마어마한 포성과 메아리 때문에 현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청와대 생활 시작 후 화력시범이 첫 인턴들끼리의 합동행사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았고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를 알려주신 청와대 게시판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2. 하이라이트 TWO : 버킹엄궁 부럽지 않은 청와대

 
 

인턴 생활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청와대 내부 투어였습니다. 점심시간에 동기들끼리 모여서 담당직원의 통제 하에 청와대 본관 바로 앞 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120여 종의 식수가 심어져있고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는 녹지원, 도자기처럼 구워서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15만장의 기와로 만든 팔작지붕의 본관, 18개의 돌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웅장한 영빈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TV로만 보던 청와대가 2시간의 관람으로 친숙해졌습니다. 

영국 유학 시절에 버킹엄 궁과 웨스트민스터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저렇게 멋진 건물이 왜 없을까?’ 라는 아쉬움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본관을 가까이서 보면서 그런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본관 마당에 사는 8마리의 귀여운 꽃사슴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인턴 기간 중 꼭 한 마리만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3. 하이라이트 THREE : 어머니도 하고 싶은 ''청와대 인턴'' 

 

지난 9월 23일 청와대에서는  ‘이어령 교수’의 초청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의 주제는 ‘디지로그 시대의 국정운용 전략’ 이었고, 많은 사람들의 참석 하에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디지로그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단순 합성어가 아닌, 첨단 정보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인 디지털과 그 디지털의 극단성과 공허함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아날로그가 인간사회에서 항상 같이 존재한다는 개념입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인터넷 붐과 더불어 수많은 디지털 장치에 노출 되어왔고 ‘디지털’이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흔히들 세상의 모든 아날로그는 퇴화하여 없어질 것이며 디지털로 대체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항상 ‘그렇다/아니다‘라는 식의 흑백논리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며, ’아름답다, 예쁘다‘ 등 추상적인 개념이 생각 속에 존재하는 한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필연적으로 공존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실 직원의 업무마인드와 기본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위민포럼’이란 강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직원들도 업무여건에 맞춰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고, 강사 초청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루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 저명강사의 공연을 겸한 초청강연을 비롯하여 봄과 가을에는 청와대 녹지원 등 야외공간을 활용, 정서적 즐거움도 줄 수 있는 강연도 계획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 있을 이벤트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한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사인까지 받아서 이어령 교수님 왕팬이신 어머니께 드리니 ‘나도 인턴하고 싶다’ 시며 우스갯소리를 하셨습니다. 

 




4. 하이라이트 FOUR : 삼청동 먹거리

 

청와대에 생활하면서 또 다른 즐거움은 ''먹거리''입니다. ''단체 급식''은 맛이 없을 거라는 편견으로 초반에는 인근 식당을 찾았지만, 구내식당의 깔끔한 국과 반찬을 맛보고 나서는 식사 시간만 되면 ‘오늘은 무슨 반찬이 나의 입을 즐겁게 해줄까’ 라는 즐거운 상상으로 ''급식''을 찾게 됩니다. 집에서 먹는 밥처럼 어머니의 손길이 듬뿍 담긴 식사를 양만큼 맘대로 먹을 수 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나가서 끼니를 해결할 데도 있는데, ''맛집들''로 유명한 삼청동 구석진 골목안 떡볶이 집부터 경복궁 근처 복잡한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조그만 해장국집까지 청와대 직원들은 이미 식도락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허름하고 맛도 없게 보이는 식당들이었지만 늘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오랜 유학 생활 때문에 한국음식에 익숙치 않아 가리는 음식들이 있지만, 국민소통비서관의 단골 식당이라는 곳에서 해장국을 한 입 먹고는 그 자리서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 날 저녁 아버지께 “선지해장국을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선지해장국도 먹을 줄 알아?” 라면서 꼭 한 번 같이 가자고 하셨습니다. 또 삼청동 뒷골목에 있는 조그마한 떡볶이 집을 갔을 때 좁은 골목 따라 길게 늘어선 대기줄을 보면서 무슨 떡볶이 하나 먹으려고 이 더운 날 저렇게 줄을 서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맛있게 먹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남은 인턴기간동안 주변 맛집들을 모두 돌아다니다 보면 맛집가이드도 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인턴 임홍빈 

부족하지만 제가 직접 쓴 <인턴수필>이 청와대 블로그에 올라가는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6개월의 인턴기간이 끝났을 때, 이 수필을 보면서 ‘좀 더 열심히 할걸..’ 이라는 후회가 들지 않게 남은 5개월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 담당 행정관님께서 저보고 청와대 영문홈페이지를 ‘World''s Best 로 만들어야돼요’라고 말씀하시던것을 맘에 새기며 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믿고 뽑아주신 것에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앞으로 올 미래의 인턴 2기들이 저희 1기가 쓰는 <인턴수필>코너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청와대 생활에 관해 도움을 얻었으면 하면 합니다.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청와대에서의 첫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제 꿈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 인턴 기고문은 청와대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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