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야기(1483)
- 달콤한 유혹에 저항하라!
- 청와대 이야기 200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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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체험기 _ 글. 대통령특보실 인턴 1기 남진영
아침 5시 45분, 5분 간격으로 울리며 잠을 깨우는 알람소리에 겨우 눈을 뜹니다. 처음에는 제 때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가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마치고 6시 30분에 집을 나섭니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청와대에 도착하면 7시 30분, 이 곳 에서는 절대 이른 시간이 아닙니다.
저는 평소보다 이른 출근과 늦어진 퇴근 시간 때문인지 초기에 가끔 코피를 흘리며 청와대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몸이 적응하고 있는 걸까요? 처음에 꺼려지던 평일 약속도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나갑니다. 그동안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부모님께서 나라의 대통령이 계시는 곳이니 언행을 조심하라고 하셔서 출근하기 전까지 꾹꾹 참아야 했습니다. 마침 수필을 쓸 기회가 있어 친구들과 지인들께 안부도 함께 전합니다.
♪ 어떤 펜이 나올지 맞춰보세요? 자린고비형 청와대 사람들.
“곧 즐거운 점심시간입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소등...”
이게 무슨 소린가하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점심시간에 소등을 하니 컴퓨터 문서 저장하라는 등의 안내 방송이었던 것입니다.
에너지를 아껴 쓰자는 공익광고를 그냥 캠페인 차원에서 하는구나 생각 했는데 정부에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일의 특성상 펜과 종이를 많이 쓰게 됩니다. 어느 날 급하게 펜이 필요해서 옆 부서에서 빌려 쓰려는데 “자- 잘 나오는 녀석이 있고 잘 안 나오는 녀석도 있어요. 잘 골라 쓰세요.” 아니 이건 확률게임? 평소의 승부 근성으로 도전 했으나 바로 맞추진 못했습니다. 결국 하나 하나 써보고 고를 수 있었는데 8개의 펜 중에서 단 2개만이 그나마 조금 잘 써지는 펜이었습니다. 확률 4분의1,. 잘 써지지 않는 6개의 펜도 두고두고 안 나올 때 까지 쓰다니 자린고비가 ‘형님’하고 부를 정도입니다.
아껴 쓴다고 칭찬 받거나 상 받는 건 아닐텐데 나라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시는 분들은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저도 안 써질 때 까지 쓰고 또 쓰는 착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 우리의 아지트는 암호명 <<그루터기>>.jpg)
저희 인턴들은 각 비서관실로 배정되어 얼굴 보기도 힘들고 모일 장소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런 저희에게 아주 유용한 공간이 생겼습니다. 바로 얼마 전 새롭게 단장한 버들마당입니다. 8도를 상징한다는 8개의 분수가 높지는 않더라도 시원한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고 예쁜 소국들과 어우러진 소박한 분위기의 공원, 그 곳에서 가볍게 차 한 잔 하며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저희에겐 정말 소중한 공간입니다.저희 인턴들은 버들마당 대신 그루터기라고 부르는데 이유인즉, 새로 생길 공원 이름을 공모 할 때 저희 인턴 중 한명이 그루터기라는 이름을 응모했었는데 아쉽게도 채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아쉬움이 남았던지 계속 버들마당을 그루터기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희도 모두 그 친구를 따라 그루터기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저희들만 아는 암호가 생긴 것이죠. 공식명칭은 <버들마당> 인턴들의 비공식명칭은 <<그루터기>>.. 저희 인턴들에게는 의미심장한 단어죠? 비록 이름은 달라도 저희들에게는 희망을 키워가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이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도넛의 달콤한 유혹에 저항하라!
먹을 것이 귀한(?) 이 곳에서 어느날 달콤한 냄새가 솔솔 풍겨 왔습니다. 다른 부서에서 감사하게도 제가 배고픈 걸 어떻게 아시고 도넛을 주시는지... 情은 먹는 것을 통해 오간다고 했었던가요?
저는 특보님께 “특보님- 도넛과 차 한 잔 드릴까요?”라고 여쭤봤습니다. 그러나 말이 끝나자마자 “어! 안돼! 안돼! 그거 먹으면 살쪄!~ 진영씨 먹지마! 살쪄-”라고 아주 강한 부정을 하시기에 멋쩍었지만 그냥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칼로리가 높은 건 알지만 달콤한 도넛을 그냥 놓기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허기질 때를 대비해서 안 보이는 곳에 도넛을 챙겨놨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독심술이라도 있으신지 특보님이 지나가시면서 “먹으면 살쪄”하시는 겁니다. 뜨끔하기도 했지만 유아기적 반항인지 달콤한 향이나는 도넛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런데, 도넛의 달콤함이 입안에 채 번지기도 전에 특보님의 경고가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순간은 즐거울지라도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된다''라는 교훈을 겨우 ''도넛''따위에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달콤함에 버금가는 운동을 해야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흑흑
주제넘은 이야기 입니다만, 인생도 마찬가지지 않을까요?
젊었을 때의 ''안이(安易)함''은 미래의 ''불안(不安)''을 담보로 맛보는 달콤한 도넛과 같지 않을까.
당장의 편한 삶을 원했다면 저는 아마 청와대 인턴십을 지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미래에 대한 꿈과 이를 이루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고 이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지금 학업을 병행하고 있어 몸이 좀 힘들긴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 말도 있잖아요.
쓴 인내와 노력을 감수해야 후에 더 큰 달콤한 결실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한 명의 젊은이로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대통령실 인턴 1기 남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