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야기(1483)
- 청와대 꽃사슴 가족을 아시나요?
- 청와대 이야기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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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축록(中原逐鹿·중원의 사슴을 쫓는다는 뜻으로, 지위를 두고 다툼을 비유)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부림을 비유)
녹사수수(鹿死誰手·사슴이 누구의 손에 죽는가라는 뜻으로, 승패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이름)
고사성어에 곧잘 등장하는 동물인 사슴.
사슴은 권력과 연관성을 지닌 ‘그 무엇’을 지칭하는 것으로 흔히 회자돼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슴이 옛 이야기 속이 아닌 21세기 청와대 안을 노닐고 다닌다면?
그것도 하필이면 서울 도심 한복판, 대통령이 머무는 공간을 제 삶터로 삼고 있다면
한번쯤 고개가 갸우뚱해질 법도 하죠.
청와대의 사슴은 모두 8마리입니다.
종(種)은 타이완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지에 주로 분포하는 타이완꽃사슴(학명 Cervus nippon taiouanus)입니다. 대개 몸길이 150㎝, 몸무게는 42∼90㎏에 이르며, 일명 ‘매화록(梅花鹿)’으로도 불리기도 합니다.
청와대가 사슴을 들여온 것은 두 차례로
먼저 지난해 4월 15일 3년 8개월 된 3마리(♂ 1, ♀ 2)가 들어왔습니다.
이어 같은 해 6월 9일에 1년 6개월 된 3마리(♂1, ♀ 2)가 추가되었습니다.
서울숲에서 이사 온 이 사슴들은 청와대 경내에 마련된 별도의 환경적응장소(움막)에서
각기 열흘 동안 탐색기를 거친 뒤 경내에 자연방사(放飼)됐습니다.
이 사슴들은 인위적 관리를 받지 않습니다.
스스로 식물의 어린싹이나 낙엽, 도토리 등 먹이를 찾고 번식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최근엔 추운 날씨 탓에 먹이 구하기가 힘들 것을 염려해 사료와 건초, 물을
사슴이 다니는 길목에 놓아둡니다.
꽃사슴은 번식력이 뛰어납니다.
생후 1년이면 수태가 가능하고, 연 1회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해 6월 11일과 27일엔 새끼 두 마리가 잇따라 태어나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생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암수 구별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 경내엔 녹지가 풍부해 먹을거리가 끊이지 않고, 호랑이나 표범 같은 천적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요소가 없기 때문에 2009년엔 개체 수가 더 늘어 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부인들이 청와대 경내에서 사슴과 조우(遭遇)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는 오로지 ‘사슴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화창한 날엔 사슴들이 대통령 집무실이 자리한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이나 녹지원(정원) 인근에서 뛰어놀지만, 청와대 직원과 관람객들이 가까이 접근할라치면 이미 어느 정도 사람에게 순치(馴致)됐음에도 쏜살같이 달아나곤 합니다.
게다가 산악지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습성 때문에 대개는 북악산 기슭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청와대 관람객이 하루 1500여 명에 이르는데도 이들을 봤다는 사람들이 드문 건 이처럼 사슴 맞닥뜨리기가 ‘복불복(福不福)’인 까닭입니다.
울타리 없이 뛰노는 꽃사슴의 상서로움지난해 8월 방사 100일을 기념해 청와대 경내에서 열린 ‘꽃사슴 사진전’에서는 방사 이후 24시간 밀착 촬영한 사진 중 사슴들의 눈빛과 표정, 몸짓이 생생히 표현된 30점이 엄선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특히 같은 해 9월 26일 청와대를 관람한 전국의 공부방 아이들 100명은 당시 이 사진들에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이에따라 2009년엔 방사 1주년을 기념한 2차 꽃사슴 사진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키우는 동물은 사슴만 있는게 아닙니다.
진돗개와 흑염소도 있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의 재임 시절에도 돼지, 토끼, 풍산개, 청둥오리 등 다채로운 동물들이 청와대의 이색 식구였습니다. 그 중엔 사슴도 있었습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71년 7월 당시 ‘대한뉴스’를 살펴보면,
청와대 뒤뜰에서 기르던 꽃사슴이 새끼를 낳자 시민들이 길조(吉兆)라며 흐뭇해했다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사슴은 울타리 안에서 사육됐었다는군요.
인공사육과 자연방사. 30여 년을 뛰어넘는 이 격차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실 사슴을 경내에 방사한 것에 대해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진 한 본보기로서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정경으로 국민들에게 비쳤으면 하는 바람인 것입니다.
예부터 신선과 함께 다닌다는 상서(祥瑞)로운 짐승, 사슴.
하지만 ‘열린 공간’에서 인간과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요즘
청와대 꽃사슴들은 상서로움이 지닌 권위와 고사성어 속 권력 따위와는 무관한 초월적 존재,
한껏 자유롭고픈 우리네 희망의 또 다른 재현이 아닐까합니다.
청와대 꽃사슴 가족 이야기 (사진보러가기) http://cwdctl.president.go.kr/kr/blog/blogview.php?uno=12
※ 본 기사는 코리아 플러스 98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글·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