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야기(1483)
- 조선시대 임금님의 블로그를 아십니까?
- 청와대 이야기 200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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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웅이 없는 시대라고 합니다.
영웅(英雄)이란 말을 살펴보면,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영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쯤 될 것입니다. 이들은 일반인들과 다른 대단한 능력으로 ''보통사람이'' 절대 하기 힘든 일을 해내고 맙니다.
높은 벽에 거미줄을 쏘아 날아간다던지, 공중전화 박스에서 1초도 안걸려 옷을 갈아입고는 팬티만 입고 하늘을 난다던지... 이들은 영웅의 조건을 100%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웅은 늘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등장합니다.
일반적인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역시 영웅의 존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걸까요?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현실적으로 영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늘 영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고 답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라가 평온할 때 영웅이 나오는 법은 없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홍길동은 영웅이고, 돈키호테는 망상가인 것이죠.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전쟁과 위기, 재난과 기근은 존재했고,
사람들은 늘 이런 위기와 맞써 싸워 세상을 바꿔 왔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이만큼'' 살기 좋아진 것이겠죠.
그런면에서 어쩌면 역사속에 존재하는 우리 모두가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도 개인의 특출함으로 인해 위기를 탈출하는데 큰 공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는 이를 역사 속의 영웅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가령 ''이순신 장군''이라던가, ''유관순 열사''.. 또는 ''안중근 의사''
이분들은 비록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게 해준 위대한 조상으로 불리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이들은 ''난세''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시점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영웅''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영웅''이라고 불러줘야 합니다. 돈키호테처럼 스스로 영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왜 영웅인지 증거가 있어야 하고, 누군가가 이를 증명해줘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인인 엄홍길씨가 아무리 히말라야 14좌를 오른데도, 이를 누군가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엄홍길씨의 14좌 완등도 ''개인의 산행''으로 그치고 말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기록''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기록물을 통해 우리가 살지 않았던 시대를 그리며, 영웅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기록이 영웅을 만든다"
말하자면,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난세(亂世)''라는 조건도 필요하지만,
''기록''이 뒷받침 되어야 영웅이 완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부터 조선시대 말 까지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던 예문춘추관이 있었습니다.
이 예문춘추관이 나은 걸작이 바로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승정원일기(국보303호) 국보 151호인 조선왕조실록, 정조가 쓴 ''일성록(국보 153호)'' 입니다.
이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임금님의 블로그'' 같은 것입니다.
"내가 일성록을 편찬한 것은 내 덕행을 남기려 함이 아니다. 미화하지 말고 반드시 있는 그대로 쓰라. 그래야 훗날이 일성록을 보는 자가 오늘날 나와 각료들의 판단에 대해 옳고 그른지 평가할 것이 아닌가"
(정조)
정조의 블로그 국보 153호 "일성록(日省綠)"
대통령의 블로그 "대통령기록관"
우리나라는 2005년 11월 한나라당 정문헌(현 청와대 통일비서관)의원의 대표발의로 ''예문춘추관법'' 제정이 추진 되어, 2007년에 최종적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에 대통령기록관이 설치되었습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
이 법률에 따라 청와대에서 생산되는 모든 문서는 전자 기록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제 7조 :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 관리되도록 하여야 한다.
제 8조 : 대통령실에서 생산되는 기록은 모두 전자적으로 생산하여야 하며, 전자적으로 생산되지 않은 기록도 전자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록은 매우 중요한 역사 기록입니다.
정조의 말씀대로 훗날 역사의 판단자료가 되고 이것은 곧 나라를 운영할 위정자들의 국정운영 매뉴얼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와 군사독재를 거치며 왕과 대통령의 기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때문에 이승만 대통령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의 기록은 55년간 17만 건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이관된 노무현 前대통령의 기록물은 5년간 무려 860만건(웹문서 530만 포함)이나 되니,
이는 훗날 국정운영에 도움을 주고 역사를 평가하는 훌륭한 자료들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한 블로그에서 문제제기 됐던, "이명박 청와대엔 노무현이 없다"도 2008년부터 이전 대통령의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에서 수집, 보존, 관리함으로 인해 생겨난 해프닝입니다. 노무현 前대통령이 남기고 간 860만건의 기록물들이 아직 제대로 분류되지 못해서 지난 대통령들처럼 청와대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 대통령기록관에서는 2008년 6월부터 역대 대통령의 기록물을 담을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 1월 현재 노무현 前대통령의 콘텐츠가 아직 분류 작업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前대통령의 과거 홈페이지는 http://16cwd.pa.go.kr 에서 그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일하고, 기록하겠습니다"
"새 정부는 창의와 실용의 자세로 소홀했던 기록 문화의 전통을 바로 세우고, 나라 기록의 엄정함과 소중함을 널리 알릴 것입니다." 2008년 4월 23일 나라기록관 개관식, 이명박 대통령 축사
정권은 두번 평가 받는다고 합니다.
대통령 재임중에 한번, 그리고 후대에 역사로 평가받습니다.
후대에 올바른 평가를 받기 위해 청와대는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잘못된것은 잘못된대로, 잘한것은 잘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솔직하게 기록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난세에 국민을 위해 일했던 우리의 모든 기록은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