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야기(1483)

청와대 문화탐방, 조선시대 후궁 신위 모신 칠궁
청와대 이야기 2009-03-24

청와대주변 문화탐방 ① 조선시대 일곱 모후 신위 모신 칠궁(七宮)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된다

 

이 문장은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이 당대의 수장가(예술작품을 모으는 사람)였던 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에 부친 발문으로 문화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비결에 대해 내놓은 ‘모범 답안’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혹은 무언가 특별한 곳을 방문했을 때 우리 눈에 들어오는 풍광 속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담겨 있는 문화유산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문화유산의 유래나 의미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면 그저 오래된 집이나 돌덩이, 나무 그 이상의 의미를 되새기지 못한 채 스쳐 지날 가능성이 높겠죠.

 

청와대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반인들이 경내 관람을 위해 도는 코스 곳곳에는 유서 깊은 문화유적 또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사물들이 적지 않습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몇 차례에 걸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청와대 내부와 주변의 문화 유산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춘추관 옆으로 나 있는 출입구를 통해 청와대 경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는 곳이 녹지원입니다.

녹지원(綠地園)은 말 그대로 푸른 잔디가 깔끔하게 조성돼 있는 정원으로 청와대 개방 행사 때 종종 이용됩니다.

녹지원 곳곳에는 수백 년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여러 그루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녹지원 중앙에 서 있는 반송은 높이가 17m에 달하고 수령이 160년이나 되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뻗은 가지들은 세계무대로 웅비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반송 왼쪽에는 큰 키에 아름다운 가지를 여럿 뻗고 있는 수려한 나무가 있습니다. 회화나무인데 수령이 239년이나 됐다고 합니다. 회화나무는 조선시대에 학문을 장려하기 위해 선비들의 집에 많이 심었던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손이 번성한다’고 하여 많이 심었다는 속설도 전해집니다.

 

녹지원을 지나 관람로를 따라 조그마한 석교인 ‘용충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녹지원 약수터’가 위치해 있습니다. 녹지원 약수는 서쪽에서 물이 나와 동쪽으로 흐르는 서출동류(西出東流)형의 ‘길수(吉水)’라고 합니다.

 

청와대 경내 관람 안내를 맡고 분께 여쭸더니 “약수도 물이 나오는 곳에서 바로 떠먹는 것보다는 돌로 만들어진 물길을 따라 내려가며 햇빛을 충분히 쬔 뒤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받아 마시는 것이 더 좋다”고 귀띔 해줬습니다. 약수가 ‘음수(陰水)’이기 때문에 태양의 양기를 충분히 받은 물이 몸에 더 좋다는 것이지요.

 

본관으로 향하는 샛길을 따라 오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더 올라가면 옛 경무대 터가 나옵니다. 경무대 터 앞쪽에는 수령이 무려 720년 된 아름다운 주목이 서 있습니다.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주목은 톱으로 나무를 켰을 때 그 속이 붉다고 해 ‘주목(朱木)’으로 불립니다.

 

 







권력의 상징 경무대 터엔 절병통만 남아


경무대 터에는 옛 경무대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는데, 경무대 터 중앙에 놓여 있는 호리병 모양의 석돌로 된 절병통이 인상적입니다. 절병통이란 정자 등의 건물에서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고 때로는 지붕을 장식할 목적으로 지붕 꼭대기에 설치하는 항아리 모양의 기와입니다.

이 절병통은 과거 경무대 출입구 지붕 끝에 있던 것인데, 경무대를 없애면서 기념으로 같은 높이, 같은 위치에 일부만 남겨 놓은것입니다. 나머지 경무대 터는 흙으로 메워 동산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총독 관저로 사용됐고,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에는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되기도 했던 경무대 터는 이젠 조그마한 절병통만이 남아 파란만장했던  20세기 초중반의 한국 현대사를 초라하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경무대 터에는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글귀가 새겨진 돌이 눈에 띕니다. 이 글귀는 경무대 터 뒤편에서 관저 공사를 할 때 산에 있던 바위에 새겨져 있던 것을 축소해 새겨 넣은 것입니다.

 

일곱 후궁의 신위 모셔둔 칠궁

 

청와대 관람객들은 경무대 터에서 내려와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영빈관을 거쳐 시화문으로 나가 청와대와 벽을 마주하고 있는 칠궁(七宮)으로 향하게 됩니다.

 

칠궁은 조선시대에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의 신위가 모셔진 곳입니다. 원래 이곳에는 영조를 낳은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사당인 숙빈묘가 영조 원년인 1725년에 건립됐고, 1744년에 이름을 육상묘로 고쳤다고 합니다. 이후 1753년에 육상묘를 육상궁으로 개칭한 것입니다.

 

칠궁에는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사당인 ''육상궁''

영조의 후궁이자 추존왕 진종의 생모인 정빈 이씨의 사당 ''연호궁''

선조의 후궁이자 추존왕 원종의 생모인 인빈 김씨의 사당 ''저경궁''

숙종의 후궁이자 경종의 생모인 희빈 장씨의 사당 ''대빈궁''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의 사당 ''선희궁''

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의 사당 ‘경우궁''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귀비 엄씨의 사당인 ''덕안궁''

 

모두 7개의 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칠궁 안내를 맡고 있는 칠궁관리 소장은 “후궁의 신위를 모신 곳을 경복궁 가까이에 모셔놓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궁’으로 높여 칭하게 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경주에서 청와대 까지 온 불상"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위클리공감 ⓒ  글·구자홍 / 사진·정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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