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두 정상은 19일 점심 자체를 원래 업무오찬, 실무오찬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실무오찬 때 확대정상회담에서 하기로 했던 얘기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 하겠습니다.
오찬은 1시 10분부터 2시 반까지 한 80분 정도 진행됐습니다. 예정보다 20분가량 길어졌습니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은 체류시간은 짧았는지 모르지만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신 시간은 굉장히 길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일 일부 언론 보도처럼 ‘짧은 만남 깊은 교감’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이 아니라, 진짜 짧은 만남이었지만 전면적인 아주 heart to heart라고 할까 마음을 연 깊은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우선 태권도복을 선물하고 난 뒤 “지금 거의 8일 가까이 외국 순방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가족에게는 전화를 했느냐” 고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를 했다” 면서 사실은 본인이 현지 시간으로 목요일 밤에 워싱턴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 “금요일 날 둘째 딸이 학교에서 연극 공연을 하기 때문에 늦잠자기는 글렀다”고 얘기 하셔서 모두 웃었습니다.
첫 번째 화두로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한국 정부가 엊그제 가스배출 감축의 과감한 목표를 제시한 데 대해서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치하를 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런데 우리 국내에서는 기업하시는 분들이 울상이다”고 농담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과감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들의 경쟁력, 그리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단독회동이 길어진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간을 많이 썼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농담을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도 모든 게 대통령 탓이다”고 얘기해 폭소가 터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파키스탄 문제를 거론 PRT 파견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우리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언급하면서 “당시 미군과 월남을 지원하는 나라들의 병력이나 전력이 압도적이었지만 당시 월남 지도층이 부패해 결국 월남전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도층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적으로 공감”이라고 했습니다.
음식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업무오찬이라서 원래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신선로는 올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불이 올라와야 하고 떠먹기 불편하니까…. 그런데 갑자기 올라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거 어떻게 먹는 것이냐”고 물어보니까 스티븐스 대사가 ‘이렇게 먹는 것이다’라고 소개하면서 김윤옥 여사가 준비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원래는 번거롭기 때문에 안 내놓을 예정이었는데 집사람이 ‘날도 추운데 이건 꼭 대접해야 한다’고 해서 오늘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고, 재밌게 드셨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젓가락질을 아주 능숙하게 잘 하셨습니다. “탁월한 선택이다”라고 하고 “Delicious”를 연발하면서 잘 드셨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에 “한국이 G20을 개최하게 된 데에 대해 거듭 축하 한다”고 밝히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회복을 이룬 점을 축하 한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청정에너지, 개발문제와 관련해 “이것이 기회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한데 한국으로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이게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도하고 있고 정부도 R&D 투자를 GDP 대비 세계 4위 정도까지 늘려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곧이어 바로 메인 메뉴로 불고기와 숯불구이 바베큐가 나왔다. 미국식과 한국 전통 불고기를 같이 담아서 내놓았는데, 고기는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였고 불고기는 한국 국내산 불고기였다. 거기에 캘리포니아 와인을 같이 내놓았습니다.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산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손님을 베려하는 차원에서 미국사람들은 막걸리에 익숙치 않으니까 캘리포니아 와인을 대접한 것입니다.
“이것은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라는 이 대통령의 설명에 오바마 대통령이 “나는 한국산 쇠고기를 먼저 먹었는데”라고 답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8일 동안 국빈 만찬, 점심 저녁을 먹었더니 상당히 살쪘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한국 음식은 칼로리가 높지 않고 균형 잡힌 고른 영양식이기 때문에 괜찮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 문제를 아주 관심 있게 물어봤습니다.
“한국의 교육 제도 현황이 어떻느냐”고 물어보니까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다. 속된 말로 거지도 아이 교육을 시킨다고 할 만큼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라도 교육은 꼭 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왔다. 그런 저력이 결국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룬 바탕이자 힘이다”라고 설명하자 상당히 감동받은 표정으로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생님들 봉급 수준이 어떠냐”고 구체적으로 물으면서 “미국은 여성들이 교사 직업을 많이 택하고 있고 중산층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월급 수준이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중산층 생활은 가능하다. 이른바 잡 시큐리티(job security)라는 측면에서 교사가 최고의 신부감이다”라는 얘기까지도 했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좋은 학교들이 있지만 이른바 중간 아래 수준의 초중고가 많다. 학력 저하의 원인이다.”라면서 “이것을 학력수준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라고 했습니다.
학교 얘기에 이어서 이 대통령은 “초등학교 때 미국에서 의류 물자가 한 상자가 왔는데 그때 청바지를 갖고 싶었다. 그런데 창피해서 뒷줄로 물러나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무것도 안 남아 있더라. 그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미국이 3만7천 명 한국전쟁 때 희생을 치르면서 지켜준 힘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시장경제를 살려서 오늘날 이런 위치까지 왔다. 이건 미국의 외교적 성공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FTA 문제도 미국 의회에서 단순히 경제적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좀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동맹 강화, 그리고 전략적 배려라고 하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메시지를 돌아가서 꼭 의회 사람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FTA 문제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앞에 두 분도 설명했지만 미국도 국내 정치적 이유가 있고 의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다 드러내서 표현할 수는 없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FTA 추진에 확고한 의지를 밝혔고, 여러 측면에서 깊은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2009년 11월 19일
청 와 대 홍 보 수 석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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