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7일 영빈관에서 유럽의 유력 뉴스전문채널인 ‘유로뉴스’(Euro News)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유럽 22개국 공영방송들이 1993년에 공동설립한 유로뉴스는 전 세계 142개국에 위성 및 케이블을 통해 8개 언어로 뉴스를 동시 송출하고 있습니다. 2억5천만 가구 시청층을 확보하며 유럽내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대통령과 세르지오 깐토네 앵커의 대화 요지입니다.
1. 대통령께서 재산 기부한 사실이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드문 일인 것 같은데, 기부 동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통령까지 되었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땀흘려 모은 내 재산을 되돌려 주는 것이 삶의 기쁨이라고 생각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2. 유럽 방문 중 교황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교황과의 만남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분단된 대한민국과, 북한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3. 한-EU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안다. 어느 정도 진전되었고 언제쯤 타결될 것으로 봅니까?
-오랫동안 서로 협의해왔으므로 대략적인 내용은 합의되었다. 몇몇 개별 국가의 의견을 종합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가능하면 금년 7-8월 중에 최종합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4. 한-EU FTA 반대론자들은, 만약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가격경쟁력이 있는 상품, 특히 자동차가 대거 수입돼 유럽 자동차들이 밀려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각국 정상들이 보호주의를 배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차는 값싼 차가 아니며 가격 면에서 유럽차와 비슷하다.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 가격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한국에 유럽 차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한-EU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유럽차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EU 양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국 정상들이 보호주의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G20를 통해 자유무역을 지켜야 경제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G20를 언급하셨는데 이번에 개최되는 G8은 이제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세계 공통 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G8만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G8 선진국과 여타 신흥국들이 함께 힘을 합침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다. 세계 공통관심사 해결에는 G20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6. 북한은 핵실험을 한 데 이어 미사일도 계속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어느 정도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나?
-중동의 테러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국가적 단위로 볼 때 북한이 위험한 국가 중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이 문제에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만드는 대량살상무기가 다른 국가에 전수되고, 또 핵물질이 넘어가게 되면 핵보유 유혹을 받는 나라가 많아질 것이다.
7.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유럽에도 쇼크로 다가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울에 있으면서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물론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군사적 대비와 함께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분단된 지 60년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북한을 경계하면서도 차분한 대응으로 경제활동에 임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8. 김정일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사실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다. 모든 나라가 개방화와 국제공조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데 북한은 완벽하게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다.
9. 한국은 지난 10년간 햇빛정책을 통해서 북한과 대화해 왔는데, 대통령께서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계신지요?
-(과거 정부가)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하였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되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유엔제재와 같은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 제재의 목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와 대화를 하도록 하는데 있다.
10. 북한은 이런 국제사회 움직임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무엇입니까?
-중국, 러시아가 굳건하게 보조를 맞추면 북한을 대화테이블에 불러낼 수 있다고 본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해 왔으므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 세계가 공조를 하면 북한을 대화테이블에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1. 아이러니컬한 것은 폴란드는 북한과 전통적 우방관계인데, 오늘 제가 폴란드에서 인터뷰하는 분은 남한 대통령이시다. 무엇보다 한국과 폴란드간 20주년 수교기념하기 위해 오셨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세계는 지금 계속 변화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도 결국 자유경제체제로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또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냉전 시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12.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질문 드리겠다. 기후변화 문제와 경제위기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보시는지?
-금융위기나 경제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되지만 기후변화의 문제는 인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선진국과 신흥국가간 협조가 없으면 해결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많이 생각하는데, 나는 두 문제가 상호 보완적이라고 본다.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그래서 가능하다. 앞으로는 경제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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