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의 이목은 일본 홋카이도의 관광지 도야코(洞爺湖)에 쏠려 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선진국들이 모이는 G8 정상회의가 7월7일부터 사흘간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리에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도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G8 정상회의 무대에 서게 된다. G8 국가 외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8개국 정상들도 참여하는 확대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G8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와 함께 고유가, 식량가격 상승과 같은 글로벌 현안들도 논의된다. 이렇게 중요 사항이 논의되는 과정에 우리 대통령이 세계 강대국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19세기 후반 쫓기듯이 세계무대에 첫 걸음을 내딛은 지 한 세기가 지난 이 시점에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도 의미한다. 우리의 국익은 최대한 지키면서 높아진 위상에 걸 맞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것이 금번 확대정상회의의 의제이기도 한 “기후변화 문제”라 할 수 있겠다.
기후변화 이슈는 2005년 영국 글렌이글에서 개최된 G8 정상회의에서 핵심이슈로 등장하였다. 이어 지난해 6월 독일 하일리겐담 G8 정상회의에서는 ‘2050년 글로벌 감축목표 설정을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이번 도야코회의에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16개국이 참가하여 작년 하일리겐담회의의 결과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등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국가별로 중기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전 세계적 중·장기 감축목표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이견이 많아 획기적인 국제합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후변화문제를 논의하는 자체로서도 의미가 크다.
이미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시장은 저탄소친화형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으며, 새로이 구축되는 기후 체제 속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 역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주최국이자 의장국인 일본은 2050년까지 현재 대비 최대 80%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후쿠다 비전’을 천명하고 태양광 발전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과 함께 다양한 국민 실천프로그램을 내 놓고 있다. 또한, ‘기후원조’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유지를 모색하고 있다. 2007년 G8회의 주최국이었던 독일 역시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교토의정서상 개도국(비부속서Ⅰ)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OECD 국가이자 온실가스 배출량 10위인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수준은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G8회의 이후 우리나라에 기후변화문제 해결에 선도적인 입장을 취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을 위기로만 인식하기보다는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로써 국제체제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럴당 150불을 넘보고 있는 고유가 상황에서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 경제·사회의 체질을 개선하여, 고효율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범적인 환경국가’의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한편, 글로벌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환경부가 6.5일 세계 환경의 날에 ‘온실가스 줄이기 국민 8대 수칙’을 선언한 것도 우리 나라를 효율성이 높은 사회·경제 구조와 문화로 전환하자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IMF 위기’와 태안 기름유출사고에서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는 기후변화 문제도 국운 상승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이유이다.
* 7월 9일자 문화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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