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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美 대통령과 한국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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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0년의 나이차가 나는 한·미 두 정상은 지금까지 딱 한 번 만나고, 세 번 전화통화를 한 사이입니다. 그러나 16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릴 양국 정상회담은 오랜 지기(知己)의 만남처럼 격의 없는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오바마 대통령의 장기이자 자산이기도 한데다, 한국에 각별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오바마가 한국을 이해하는 방식은 포괄적이고 구체적입니다. 한국계 정책 참모를 몇 명 거느리고 있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불고기와 김치, 태권도를 화제 삼는 수준을 넘어 취임 뒤 자신의 정책 연설 속에 한국의 산업, 교육을 거론할 만큼 그는 우리 가까이 와 있습니다. 백악관에 입성하고서야 비로소 한반도를 주목하기 시작하는 역대 美 대통령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대목입니다.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한 비주류로서의 삶은 역설적으로 동북아의 작은 나라를 정서적으로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미 대선 때 또렷한 한국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손을 흔들던 오바마의 모습은 단순히 표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기 보다는 ‘주요 우방인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이동관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비유와 비교의 대상, 한국

취임 6개월이 채 안된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때로는 본받아야 할 대상국으로, 또 때로는 산업 경쟁국으로 한국을 거론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언급이 몇 차례에 걸쳐 외신을 타고 들어왔을 때, 우리 정부는 처음에 다소 놀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차츰 익숙해졌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불과 10여일 전인 지난 4일, 이집트 카이로 대학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은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역동성과 잠재력을 가진 국가적 ‘롤 모델’로 한국을 내세운 ”(이동관 대변인) 셈입니다.

지난 4월 국립과학원 연설에서는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세기에 우리가 이뤄야 할 도전은 학교교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 공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바로 여기 미국에서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내용이 타전되자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이 적잖이 놀랐습니다. 교육 선진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공언한 점이 생경했고, 한편으로 정작 우리 정부의 가장 큰 현안이 교육개혁이란 점에서 다소 계면쩍었다고 합니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낙제방지법(NCLB) 개혁을 주요 교육공약으로 삼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본받자는 취지에서 한 말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양국간 자동차 수출입의 불균형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3월 의회 합동연설에서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나 이들 자동차에는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적절히 경계하면서, 동시에 자국 산업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발언으로 이해됩니다.

MB의 ‘어머니’ - 오바마의 ‘마더’

어머니의 존재는 오바마와 이 대통령의 교감 코드입니다. 강인한 모성(母性)은 미래의 국가 정상이 될 두 ‘떡잎’을 키운 거름이었습니다. 둘은 똑같이 가난했고, 쉽지 않은 세월을 거쳐 왔으나 어머니를 버팀목 삼아 성장했습니다.

오바마는 자서전 서문에서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너그러운 분이셨다. 나의 장점들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미 캔자주 출신의 백인 어머니는 그에게 넓은 세계관과 도전정신을 갖게 했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나의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였다”고 적시했습니다.

고인은 1964년 6.3사태로 구속된 아들을 면회하면서 “나는 네 소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네 소신대로 행동하거라. 어미는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믿음을 보여준 어머니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같은 인생행로의 교집합을 잘 알고 있고, 이로 인해 이 대통령에게 좀 더 친근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고 이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기억 속 한국

이미 알려진 대로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을 보면 그의 머리 속에 한국이 어떤 이미지로 각인돼 있을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자서전 내용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학 졸업 후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지역에서 공동체 조직가로 활동할 때 흑인들과 나눴던 대화의 내용)

“그래도 한국인을 욕하는 말을 나한테서는 듣지 못할 겁니다. 회비를 꼬박꼬박 낸 회원은 그 사람들 뿐이니까요. 그 사람들은 장사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요. 힘을 합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구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 돈을 한 데 모읍니다. 서로 빌리고 빌려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 해요. 알잖아요. 이 주변에 있는 흑인 상인들은 모두 우물안 개구리들입니다”

"요즘에는 나처럼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규모 체인점과 경쟁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한국인들처럼 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해도 이길 수가 없는 싸움입니다. 한국인들요? 온 가족이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그리고 일주일에 7일을 일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 전 시카고 상공회의소 회장, 포스터 (P309~310)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외부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장사를 해 돈을 벌면서도 우리의 형제자매를 우습게 여깁니다.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국인 아니면 아랍인입니다.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대인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단기적인 목표는 흑인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한국인이 고객을 우습게 여긴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당장 가서 따집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존경심을 보이고 우리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라고 합니다.”
- 시카고 로즈랜드 지구연합 의장, 라피크 알 사바자 (P307)
 

위 내용들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기억에 내재된 한국은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뒤섞여 있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좋은 가치를 가진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근면하고 강력한 가족, 교회 공동체 윤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해온 200만 명의 재미 한국인들을 통해 한미 유대는 심화돼 왔다”(지난 2월 상원 외교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하는 한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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