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실전’에 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거대한 폭발음이 지나간 자리는 온갖 파편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실전을 치른 이들의 온몸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본 이명박 대통령은 “시범을 일찍 봤더라면 시키는 대로 잘 따랐을 텐데…”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경호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9월6일 청와대 분수대 주변에 있는 연무관과 그 일대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대통령실 경호처가 정부 출범 뒤 대통령 앞에서 선보이는 ‘경호무대 및 상황조치 시범’이 실시되었습니다.
폭발물에 몸을 날리고…
이날 행사는 대통령 경호관의 희생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폭탄이 날아올 때 폭발물을 안고 대통령으로부터 멀리 이동하고 폭탄이 터질 때는 온몸으로 대통령님을 보호했습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말이, 한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거기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과 동료의 죽음 속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경호 운전이다.
대통령 내외분이 연무관 현관에 도착함과 동시에 경호운전 시범이 실시되었습니다.
규정 속도로 이동하는 차량들이 순식간에 진행 방향을 180도 바꾸어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차량 2대가 후진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합니다. 기동대형에 일반차량이나 위해차량이 끼어들 때는 경호차량이 밀어내기 기술로 무력화시켰습니다. 경호운전 시범의 하이라이트는 두 바퀴 운전이었습니다. 곡예였습니다. 갑작스럽게 도로가 붕괴되어 네 바퀴 기동이 불가능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탈출해야 할 때 응용할 수 있는 운전기법이었습니다.
뼛속까지 단련된 무도 실력
경호무도 시범은 유도로 시작되었습니다. 경호관들은 기본 체력을 함양하는 과정에서 유도를 연마하고 있습니다. 한 경호관이 유도기술만으로 3인의 위해자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실전 유도였습니다. 국가대표 출신 경호관의 파워메치기와 3m 높이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멋진 폼으로 떨어지는 고공낙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공낙법으로 떨어질 때의 기분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3m 높이에서 떨어질 때의 충격은 아무리 두꺼운 매트리스를 사용해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슈퍼맨이 날아오듯 팔을 쭉 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니, 얼마나 많은 반복훈련으로 숙달된 동작을 선보였을까요?
화려한 태권도 동작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태권도 기술을 이용해 4인의 위해자를 단 번해 제압했습니다. 고공 발차기로 상대방의 안면을 강타하고 낮은 발차기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경호무도 시범에는 검도도 있었습니다. 경호관들이 검도를 수련하는 것은 위해무기(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담대함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국가 원수의 ‘절대안전 보장’
어떤 곳이건 경호관들은 일반인이 생각할 수 없는 모습으로 현장 경호에 임합니다. 새정부 출범 뒤 대통령 행사는 국민과 더욱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실 경호처에서는 더욱 다양한 경호기법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경호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교육과 훈련을 통해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정말로 대통령 경호관들은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일까요.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게 마지막 상황조치 시범이었습니다. 화재와 폭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폭발물을 향하여 자신의 몸을 개방해 죽음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之常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말이 대통령 경호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임무에 허점이 생긴다면 국가원수의 절대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대통령 경호관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대통령 내외분의 절대안전을 보장하려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겐 오직 하나된 충성과 영원한 명예라는 슬로건만 있을 뿐이지요. 사선을 넘나드는 훈련 속에서도 대통령 내외분께 충성을 다하는 대통령 경호관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대통령 경호관이 되고 싶나요
대통령 경호원들의 채용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지 않았나요?
무술 실력으로 신임직원을 채용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대통령 경호원들의 채용 과정에서 전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술 측정을 실시하지 않습니다. 오는 9월16일부터 9월26일까지 원서를 접수(www.pss.go.kr)하는 신임직원 채용은 5단계 전형으로 이뤄집니다.
영어는 2008년까지 기존대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2009년부터는 공인시험(토플, 토익, 텝스 등)으로 대체될 예정이며, 상식필기시험과 체력검정, 적성 및 인성검사, 종합면접 등을 치르면 됩니다. 다만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해 대한체육회 공인무도 3단 이상 유단자, 국내외 공인대회 입상 경력자 등에 대해 별도의 측정을 통해 무도 특기자를 선발해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이렇듯 대통령 경호원이 되는 데 무도실력은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지요. 신임직원으로 채용되어 꾸준히 무도를 수련하면서 기량을 쌓아 무도에 일가를 이루게 됩니다. 이번 시범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훈련한 것이지요. 대통령 경호원들은 태권도와 유도, 합기도, 검도 등으로 총계가 공인 7단 이상이 수두룩합니다.
그러한 무도와 사격 등과 더불어 어학과 체력 등의 기본훈련을 생활화하고 경호 관련 직무 교육을 충실히 이수해야 대통령 경호원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육체의 근육과 뇌의 세포를 단련시켜 문무를 겸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녀에게는 대통령 경호관이 될 수 있습니다. 한번 도전해 보고 싶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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