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경제위기 극복’을 화두로 삼았다면 이번에는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경제체질을 강화해 서민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목표 아래 진행됐습니다. 연초에 곧바로 국가고용전략회의를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해 합동보고가 부처별 ‘단순 묶음’ 형식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테마별 분류’로 진행됐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서민·고용, 경제금융·기업활동, 산업·중소기업, 교육·과학·문화, 법·질서, SOC·지역경제, 외교·안보 분야의 7개 테마로 나눴습니다.
효율적 정책집행을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앤다는 방침은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공통 토론주제 선정이라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되, 내용은 더욱 밀도 있게 구성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첫 업무보고를 시작하면서 “융합의 시대이므로 관련 있는 부처들을 함께 모아 토론하고 논의하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1 ‘국민과 함께’- 실수요자 전진 배치
처음으로 일반 국민을 토론에 대거 참석케 했습니다. 정책 수요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방향이 이들의 바람이나 요구와 일치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섭니다. 무엇보다 “공급자(정부)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정책 수요자들은 취업준비생, 주부, 학생, 자영업자, 종교인, 스포츠인, 연극인, 교수 등으로 다양하게 꾸려졌습니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자, 외국인근로자도 초청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중 다문화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것이 곧 국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때마다 정책 수요자들에게 “각본에 얽매이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궁금한 것은 즉석에서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대통령 옆자리에 배치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낮은 자세로 국민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경제·금융·기업 활동분야(기재부·금융위·공정위) 업무보고 때는 모두(冒頭)에 이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상인회 회장, 주류업체 대표 등 당시 참석자들은 적잖이 당혹한 표정이었습니다.
주제 토론에 앞서 일반인들을 인터뷰한 동영상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토론의 집중도를 높이고 활력을 더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바로 앞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이들의 육성을 들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법·질서 분야(법무부 국민권익위, 법제처) 업무보고 때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박부자 할머니가 동영상에 등장하자 활짝 웃으며 옆좌석의 정운찬 총리와 담소하기도 했습니다.
16일 업무보고 때 미소금융 수혜자들이 동영상 인터뷰에서 하나 같이 “큰 도움이 됐고 가게 운영 방향에도 도움이 됐다”고 칭찬 일변도로 발언하자 이 대통령은 “전부 사전에 짠 것 아니며”며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습니다.
2 서민과 현장 중시
이 대통령은 서민·고용분야(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여성부, 국가보훈처) 업무보고를 가장 먼저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내년에는 서민 복지와 고용 대책을 최우선한다”는 의지의 반영입니다.
서민정책의 핵심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보고, 전체 업무보고 7회 중 5회에 걸쳐 일자리와 관련된 각 부처의 과제 및 계획을 보고 받았습니다.
업무보고 릴레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2일 김윤옥 여사와 함께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광고에 출연한 욕쟁이 할머니의 지하 포장마차를 깜짝 방문한 것은 어려운 서민경제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재래시장 카드 수수료 문제가 토론 이슈로 등장했을 때는 이 대통령도 토론에 활발하게 참여했습니다. 정부 측 설명과 상인대표 측 주장이 엇갈리자 “나는 상인대표 쪽 입장”이라고 편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중소상인들을 위해서는 100원 단위 정책이 필요하다”고 일갈했습니다.
또 이번 업무보고는 현장에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7회중 4회를 해당 분야와 관련한 현장에서 실시했습니다. 현장의 상징성이 두드러지지 않거나(법·질서 분야), 기상악화로 교통문제가 발생한(SOC·지역경제 분야) 경우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했습니다.
3 ‘스토리텔링’-대통령 메시지의 힘
이 대통령은 이번 업무보고 때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줬습니다. 실화를 통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섭니다. 요즘 기업 마케팅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른바 ‘스토리텔링’ 기법과도 통합니다.
이 대통령은 ‘나눔’을 역설할 때는 어느 40대 부부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했습니다. 가난하지만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이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 할 줄 아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기후변화, 에너지 절약을 강조할 때(22일)는 최근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숙소를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코펜하겐에서 묵었던 호텔에는 대통령이 묵는 숙소인데도 비누가 하나도 없더라. 아무 것도 안 가져 갔는데 처음엔 난감했다. 나중에 보니 욕실 벽에 재활용해서 쓸 수 있는 물비누 비닐봉지 2개가 붙어 있더라”(22일 교육과학기술문화관광 분야 업무보고)
“훌륭한 스토리텔러라는 것은 그만큼 소통과 설득에 능하다는 뜻”(이동관 홍보수석)이며 동시에 현장에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4 에너지·자원 절약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 자격으로 참석한 장윤석 의원은 본 발언에 앞서 “청와대가 춥다고 해서 내복 입고 왔는데 역시 춥긴 춥다”고 했다. 지난 23일 법질서 분야 업무보고가 열린 영빈관을 두고 한 말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솔선수범하고 있습니다. 실내온도를 낮추는 것은 작은 실천 방안입니다.
영빈관 온도계는 18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공간이 넓어 체감 온도는 더 낮습니다. 업무보고 참석자들에게는 내복과 조끼를 입도록 했습니다. 외부에서 진행될 때도 실내 온도는 변함없이 18도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첫 업무보고 장소였던 서울여성프라자의 경우 외풍 탓에 실내가 설정온도보다 훨씬 추웠습니다. 의전팀은 하는 수 없이 중간에 온도를 조금 높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업무보고 오찬 때는 ‘잔반저울’을 활용해 남은 음식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잔반저울은 지난 10월말 청와대 충정관 식당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충청관 식당은 이 잔반저울 덕에 지난 한달 2,400만원 비용절감 효과를 봤습니다.
지방(대전) 업무보고 때는 대중교통(KTX·전세버스)을 이용했습니다. 탄소발생 감축을 실천하기 위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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