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혜 2011.03.27 11:43:34
이 명 박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1월 9일 새벽 1시 구제역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늘나라의 천사가 된 故 권인환 일병의 누나입니다.
처음엔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슬픔과 충격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청와대에서 보내주신 위로와 군부대 및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장례식과 영결식을 무사히 잘 마치며 동생을 좋은 곳으로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동생에게 전해 줄 좋은 소식이 있어 부모님과 함께 대전 현충원에 갔습니다. 마침 오전에는 천안함 사건 1주년 행사가 있어 대통령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46명 병사들의 희생을 기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 사건을 들었을 때도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너무도 잘 알기에 더욱더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입대를 몇 달 앞둔 동생과 희생병사들과 유가족들을 함께 걱정했었는데 1년이 지난 오늘, 천안함 희생자들 묘비 옆에 있는 제 동생 묘비를 보니 온 가족이 기다렸던 첫 휴가를 2주 앞두고 떠나버린 동생의 희생이 너무도 허무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구제역으로 사망한 사람들 중 군인사망자는 딱 한명이라는데 대한민국의 수많은 군인들 중에 그 한 명이 왜 제 동생이어야만 했는지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억울한 마음에 이 모든 게 꿈이기를 간절히 바래볼 뿐이었습니다.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남은 가족 셋이서 평생 가슴속에 묻고 살아야 하니 막막하기만 하지만, 평소 너무 착하고 성실했던 동생이었기에 친구, 친척 등 인환이를 아는 많은 분들께서 꾸준히 안부를 묻고 위로해 주시니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정부와 군부대 측의 도움으로 동생의 희생을 특수직무순직으로 인정해주신 것은 물론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주셔서 대전 현충원에 안장시켜주시고, 동생이 3개월간 머물렀던 군부대 안의 가장 따뜻한 자리에 추모비까지 세워 주신 후 제막식까지 준비해 주셔서 더욱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많은 절차로 인해 겨우 6개월 근무했던 동생이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던 훈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자랑스러운 제 동생 생각에 뿌듯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너무도 젊은 나이에 부모님께 인사도 없이 떠나게 된 동생의 억울함을 나라에서 자랑스러운 군인, 아들로 인정해 주시니 이제는 동생의 마음도 조금은 편하리라 생각합니다.
부대원들의 추천으로 받았던 모범상을 첫 휴가 나오면 직접 드리려고 기다리다가 미처 부모님께 알리지 못하고 떠나게 된 동생에게 3월 31일 26사단에서 준비해주시는 훈장수여식행사에서 받게 될 훈장을 이제는 부모님과 제가 직접 들고 찾아가 “인환아... 우린 니가 내 아들, 내 동생 이라는 게 너무도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라고 늦게나마 칭찬해 주려 합니다.
이렇게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등병 전우 한명을 군부대 측이 끝까지 책임지려 한다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지니,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지만 동시에 동생을 기억해주고 아껴주는 군이라는 또 다른 가족을 얻은 기분입니다. 그리고 동생의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보내주신 화환을 시작으로 훈장을 받게 되기까지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신 대통령님과 청와대 측에 감사를 드리며 군부대의 전우 한명,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 한명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는 정부에 대한 큰 신뢰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컴퓨터를 통해서나마 감사의 글을 전합니다.
“동생을 위한 관심과 도움으로 동생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께서 동생을 이렇게나 생각해 주시니 인환이도 좋은 맘으로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고 믿습니다. 부모님께서 가게를 하시느라 어려서부터 동생과 둘이서 함께한 시간이 많아 제게는 동생 이상으로 믿고 의지했던 녀석이라 아픔이 더욱 크지만,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을 위하던 효자 동생의 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이제는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사랑하는 동생의 몫까지 두 배로 부모님께 효도하며 열심히 살려 합니다.
앞으로는 대한민국을 밤낮으로 지키는 내 동생 같은 군인들은 물론, 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 등으로 가족을 잃은 이 슬픔을 다른 이들이 겪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대통령님과 가족 분들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