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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비서관회의 주제토론 : 학원폭력 근절; 대통령은 “학원폭력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등을 통해 일선 교육 현장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범 정부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만들어 달라.” 고 말했습니다.

생활지도교사들의 숨통을 틔워 주십시오.

문대영

2012.02.01 00:58:41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저는 2005년 3월 1일부터 2009년 2월 1일까지 울산 서생/월평중학교에서 영어교사이자 생활지도교사로 각 근무하다 사직하고, 현재는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졸업예정인 문대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사직서를 낸지 만 3년만에 대통령님께 주제넘은 말씀 몇 가지를 드리기 위하여 글을 씁니다.

대통령님, 생활지도교사들에게 학생을 품어 안기 위한 시간을 주십시오.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생활지도교사들, 특히 중학교의 생활지도교사들은 매일매일 살인적인 수업시수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생활지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교육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저조차도 이른바 비행학생들 혹은 요선도학생들의 대부분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품어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활지도교사들에게는 주당 스무시간이 훌쩍 넘는 수업시수에 기타의 공문서처리시간을 제하고 남은 시간만이 주어집니다. 기껏해야 하루 두어시간 정도 주어지는 공강시간이 수많은 학생들을 품어안기에 부족하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생활지도를 맡으신 분들께서 학생들을 안을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생활지도를 맡으시는 분들은 승진가산점, 전보가산점을 바라는 분들이 아닙니다. 근무평정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다른 업무를 맡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감히 제가 그러하였듯 학창시절 은사님들의 은혜를 기억하기 위하여, 혹은 그저 교사이기 때문에 생활지도를 맡으시는 분들입니다. 다만 학생들을 품어안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대통령님, 생활지도교사들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대통령님, 생활지도교사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우리 소년법 제4조 제3항은 소년보호사건 통고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학교장 등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아 가정법원에 통고한다면, 그 소년을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하여 법무부 소속 소년분류심사원 등에의 보호처분 등을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고제도는 소년법의 취지상 성인범죄와는 다르게 전과기록 등이 남지 않고 교육과 계도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는 최근까지도 이러한 통고제도의 이용을 꺼리고 있고, 그 이유는 교사로서의 책임감에서 기인한 바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여 '문제가 커지게' 되면 학교관리자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으로 각급 학교에서 소년법에 의한 통고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날로 심해져가는 학교폭력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강제적 지도의 방법이 없는 선생님들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는 것보다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최소한 그 정도가 심하여 학교의 지도를 벗어나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 의무적으로 이러한 통고를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대통령님, 생활지도교사들의 묶인 손을 풀어 주십시오.

동료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은 자유이나, 이를 훈계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스마트폰의 녹화기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학생인권조례로 학생들의 자유는 제약당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되어갑니다. 시대적, 현실적 상황에서 체벌이 불가능하다면, 생활지도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을 마련해 주십시오. 초중등교육법 제18조는 학생의 징계를 규정하고 있으나, 동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은 징계를 봉사활동과 교육이수, 출석정지, 퇴학만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나마 퇴학처분은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폭력이 일상화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과 출석정지가 있으나마나한 징계라는 점은 누구의 시선으로 보아도 분명합니다.
최소한 법령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 학칙에 의하여 징계의 종류를 정할 수 있도록 '전학', '유급', '피해학생에게의 접근금지 또는 수업 분리', 또는 '기타'의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법원에 의해서라도 '전학'이나 '피해학생에의 접근금지' 또는 '수업분리'를 명할 수 있도록 소년법 제32조의2에 의한 보호관찰처분에 따른 부가처분의 범위를 확대해 주십시오.

대통령님, 생활지도교사들의 목소리가 학생들에 대한 법집행과정에도 들리게 해 주십시오.

담임하던 학생이 수사기관을 거쳐 법원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다, 소년분류심사원에의 보호처분을 받고 학교에서 수십일이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때에야 발만 구르던 무력감을 기억합니다. 법집행기관 어느곳도 '담임교사' 혹은 '생활지도교사'라는 존재가 있는지 신경쓰지 않았고, 법원 역시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의 보호, 사실상의 구금처분을 명하면서도 학교는 개의치 않습니다.
학교는 학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학교에는 담임교사가 있고 생활지도교사가 있고 학년담당교사가 있습니다. 요선도학생에 대한 기록이 있고, 교무수첩이 있습니다. 학교는 부모님 다음으로 때로는 부모님 이상으로 학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 소년법 제11조와 제12조는 소년보호조사관에 의한 조사와 전문가 등의 의견청취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상 그 학생이 다니고 있는 바로 그 학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최소한 학교에 소년사건의 진행을 통지하고, 학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 주십시오.

고향인 울산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졸업하였습니다. 쉽지 않았던 사춘기를 버티게 해 주셨던 은사님들과 함께 근무하고자 하였고, 너무도 감사하게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잠시나마 감히 은사님들과 함께 근무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길지 않은 교직생활동안 생활지도교사로 근무했던 것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고, 매일매일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과 퇴근을 모르고 살았던 것을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부끄럽게도, 학교 밖에서 범죄자로 취급받는 제 학생들에게 해 줄 것이 없음에 힘들어하고 학교 안에서 갈수록 손이 묶여가는 선생님들을 보는 것을 힘겨워하여, 교단을 떠나 법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법을 공부하면서도 멋지고 화려한 일을 바라지 않았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와 두고 온 제자들과 감히 동료라고 불렀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살려 합니다. 그리고 이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께, 전혀 법률전문가라 볼 수 없는, 그저 건방지기만 하게 보이실 글을 올려 봅니다.

대통령님! 생활지도교사들의 숨통을 틔워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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