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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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비서관회의 주제토론 : 학원폭력 근절; 대통령은 “학원폭력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등을 통해 일선 교육 현장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범 정부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만들어 달라.” 고 말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접근

배동인

2012.03.15 18:50:01

연일 학교폭력에 대한 보도와 대처방안들이 매스미디어를 채우고 있다. 정부는, 교육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가? 기껏해야 도덕론적 처방을 되풀이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폭력의 원인에 대한 탐색에서부터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시절에 한국사회학회에서 '폭력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 논문은 학회지인 '한국사회학' 21집 여름호(1987)에 실려있다. 거기서 나는 폭력도 사회구조, 곧 사회구성원의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한다고 보았고 사회형성의 구조적 원리인 상호성(reciprocity), 곧 사회적 상호작용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폭력의 속성으로서 언어배제성, 일방성, 강제성, 수직적 사회관계, 파괴성을 들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

오늘의 우리 사회의 학교는 그 구성원들 사이에 원활한 상호작용이 단절되어 있어 자연적으로 폭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학교도 한국사회의 일부이지만 사회조직 또는 공동체로서 인간다운 사회구조의 형성이 가능한 상호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데서 폭력이 난무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 학생들 사이의 관계, 지역사회나 학부모와 학교 또는 교사와의 관계, 학부모와 학생 사이의 관계 등등에서 과연 '상호성'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활성화되고 있는가? 이들 관계들이 거의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곧 상호단절, 분절화, 고립화, 파편화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그런 상황에선 필연적으로 폭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학생들은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게 바로 학생폭력이 나오도록 유인하는 구조적 토양인 것이다. 학교라는 조직에서 학생들은 그들의 관심과 의견을 정당하게 합리적으로 표출할 제도적 통로를 갖지 못하고 학교운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학교라는 조직운영에 합법적으로 참여할 길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불만이 폭력이라는 행동양식으로 불거지는 것이다. 어른들과 국가의 잘못이다. 정부가 이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교육공무원들의 무지와 직무유기의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폭력문제를 해결할 길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학교에서 폭력이 사라지려면 학생들 사이에,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상호성 기제가 충분히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 급선무다. 특히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 대화와 토론과 놀이의 기회가 자주 있어야 한다. 나는 학교운영위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학운위에 학생대표도 참여하도록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것이 반드시 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은 하나의 효율적인 수단일 뿐이다. 법만능주의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그래도 법은 필요하다.

요컨대 상호성의 원리가 학교생활의 여러 분야와 측면에서 활성화되도록 함으로써 폭력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사회학적 기본 상식이다. 한국에선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기본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이니 답답하고 한심스럽기만 하다.

2012.03.15, 새벽 배동인(전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
블로그 '새벽': http://blog.daum.net/diba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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