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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불규칙한 물길, 낡은 제방 바로 잡는다
2009.01.28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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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본격적으로 4대강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한반도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는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대한민국 정책포털에서는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① 꼭 필요한 이유와 네가지 원칙
② 물길을 살리면 생태가 살아난다
③ 물길 살리기는 지역경제 살리기 ‘구원투수’
④ 금강 홍수피해 10년간 1조…이젠 악순환 끊어야

지홍기 영남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낙동강은 우리나라 동남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충적하천(퇴적작용이 진행되는 곳에 물길이 형성된 하천)으로, 강이 흐르면서 주변에 형성된 퇴적층의 평야부를 관통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은 굴곡이 심하고 바깥쪽은 물 흐름의 원심력으로 인해서 침식이 계속 되고 안쪽에는 토사가 계속 쌓이고 있다.

또한 중·하류부는 하천경사가 매우 완만하여 본류의 하도에서는 홍수류가 장기간 정체되고, 지류부에서는 홍수를 소통시키는 기능(내수배제)이 매우 불량한 실정이다. 본류하도는 홍수방어를 제방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둑 안쪽의 홍수 예방을 위한 배수 펌프장이 수많은 곳에 설치되어 외수위가 높아지면 내수를 강제로 소통시켜 침수를 막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하천 관리 정책은 대부분 제방축조나 보강 등 제방관리 위주로 진행되어, 강 바닥의 토사를 덜어내는 등의 하상관리에는 정작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무절제한 골재 채취, 고수부지에서의 경작행위, 지자체장들의 하천부지 점용 인허가권 남용 및 하천구역 내의 사유지 무단점용 등은 시민과 지자체장 그리고 국가마저도 하천관리에 소홀해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낙동강 홍수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하천관리 정책, 즉 준설 및 하도정비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후한 제방, 불규칙한 물길

낙동강은 1976년에 안동댐이 건설되고, 이어 1970~80년대에 낙동강연안개발사업이 이뤄졌다. 현재의 제방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부분 낡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천 바닥도 그동안의 무분별한 건설용 골재 채취 등으로 크게 변화하여 물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남강댐(1968), 안동댐(1976), 합천댐(1987), 임하댐(1992)이 건설되면서 낙동강 본류는 홍수조절과 토사수송이 차단돼 하천 침식이 발생하고 있다. 또 유역의 영양물질 과다발생으로 강 바닥에는 목본류의 수생식물들이 늘어나 하천의 치수, 이수, 친수,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홍수에 따른 연간 인명피해는 150여명, 재산피해는 1조 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연평균 복구비만해도 2조 6300억원 규모이다. 이는 우리의 연평균 치수사업비가 연평균 복구비의 4분의 1에 불과함을 나타내고 있어, 지난 시절 정부가 수행한 국책사업의 부실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경영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치수 예방보다는 국민의 편이와 전시행정에 치중해 온 것이다. 예컨대, 일본만 하더라도 치수예방 사업비가 사후복구비를 상회하고 있어 우리의 하천치수사업이 사후약방문격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정부시절 수자원 개발과 하천관리 사업들은 주요 국책사업으로부터 배제되어 왔다. 수자원의 개발·확보보다는 수요관리, 하천의 토사 관리보다는 제방 중심으로 하천 정책이 치우져 왔으며, 국토개발과 관리가 도로 중심의 국민편이와 전시행정 중심으로 흘러왔다. 이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자, 정치적 지역주의와 이기주의의 환경에 기인된 결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우선돼야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관리함에 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방재정책이 국책사업에서 선행되지 않는 한 후진국형의 국토관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치권과 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국책사업의 선후 관계를 먼저 생각하고, 지금까지 소홀했던 하천방재 정책을 새로운 국정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국토의 혈관 역할을 하고 있는 하천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원이자 맑은 물 수송로로서 또 건강한 수생태 공간으로서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천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낙동강이 치수, 이수, 친수, 환경적 기능을 회복할 때 비로소 21세기 낙동강은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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