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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녹색 희망 걸어서 지구 한 바퀴
2009.01.2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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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앞길이 막막해 보일 때“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응원하는 아이들.
집안일에 지치고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할 때,“여보, 수고했어요” 하는 남편의 그 한마디.
학업 스트레스에 자신감마저 잃어갈 때“힘내! 우리는 널 믿는다”는 부모님의 그 말씀.
가족보다 더 큰 희망, 더 큰 격려는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믿음직한 남편에게,고마운 아내에게 보내는 희망 편지 등 방송·신문 매체에 소개되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사연 중에서 다섯 편을 골라 소개합니다.
‘가족 간의 희망’인 시대에 이 사연들을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힘내라! 우리 가족! 아자!

많은 사람들이 점차 심각해지는 지구 환경을 염려하지만, 그것이 정작 자신이 누리는 편리함이나 풍요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나 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다 2004년쯤, 우연히 판촉용 스테인리스 컵을 얻어 가지고 다니며 일회용컵 대신 써 보았습니다. 자연 종이컵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아낀 종이컵만 해도 3,500여 개는 될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도 하게 되었습니다. ‘조롱박’이라는 애칭으로 말입니다. 그것도 벌써 2,500여 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아는 분들께 전하는 것만으로는 이 땅에서 종이컵을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행군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듣도 보도 못한 환경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 활짝 열고 나니 햇살 가득

2007년부터 1차 77km(3일), 2차 155km(6일)를 성공했지만, 12일간 328km의 3차 행군은 사실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애초 걸어서 지구를 한 바퀴 돌겠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다가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가 보자”는 생각으로 아들 영규(초등 4학년)와 출발했습니다. 세 번째라 몸도 마음도 가벼웠고, 기분 좋은 가을 날씨에 선선한 가을바람이 너무나 상쾌했습니다. 대전에서 출발하여 옥천, 영동, 김천, 구미, 왜관, 대구, 경산, 청도, 밀양, 원동면, 부산 화명동, 부산역까지 각 지역마다 1박을 하며 12일간 가을을 만끽하였습니다.

현수막을 등에 걸고 행군에 필요한 물건을 넣은 유모차에 종이컵으로 만든 커다란 공까지 싣고 가노라니 많은 분들이 희한한 우리의 행색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나와 아들은 그분들께 캠페인용 책갈피를 나눠주며 “대전에서 부산까지 걸어가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깜짝 놀라 우리 부자를 쳐다보며 진짜로 걷는지 묻기도 하고 아이에 대한 염려말씀도 주었습니다. 우리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는 신기해하며 부쩍 많은 응원을 해 주었습니다.

흔히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지만 내 마음을 먼저 활짝 열고 나니 햇살이 내 마음으로 들어와 세상은 너무나 밝고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군하는 우리 부자를 보고 “파이팅”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분, 점심 사 먹으라며 달려와 영규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 주시던 분, 길에서 생과자를 구워 팔며 과자 한 봉지를 선뜻 건네주던 분…. 그분들을 보며 세상은 너무나 밝고, 따뜻하고, 희망에 차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우리 부자의 뒤통수에 대고 “이런다고 종이컵 안 쓰나?”라는 말도 날아왔습니다. 그 말에 어찌된 일인지 “그래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힘이 불끈 솟으며 앞으로 행군의 청사진이 그려지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지구에서 종이컵을 몰아낼 날이 머지않았다”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3차 행군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조롱박 부자
김창현, 영규 올림

지금 그이는…
일상으로 돌아온 ‘조롱박 부자’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조롱박 부자를 만났다. 해가 바뀌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영규에게 세 차례에 걸친 행군에 대한 기억을 물었더니, 특히 첫 번째 행군이 가장 힘들었단다.
“군산 갈 때요. 셋째 날인가 그날은 진짜 죽을 만큼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울기도 하고….”

아무 준비 없이 출발한 첫 행군이었다.
“온 종일 걷다 보면 학교 일, 친구, 책, 영규 어릴 적 얘기들…. 별의별 얘기를 다 하죠. 온전히 우리 둘이서만 13일간 24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세 차례에 걸친 행군을 마치고 돌아온 부자의 일상은 그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아빠는 수학선생님이면서 재활용 수학교구 개발자이자 저자로 바쁜 일상을 보내며 여전히 쓰레기(?)를 모으고 있고, 아들 영규는 즐거운 방학을 만끽하고 있다. 한 가지 달라졌다면 환경에 대한 그의 생각에 뜻과 행동을 모아 주는 사람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랬다. 김창현의 수학실험실(www.imagemath.co.kr) 귀퉁이에서 찾아낸 글귀다. 우직하게 한 가지 일에 열성을 다하면 마침내 산도 움직일 수 있다는 뜻. 걸어서 세계를 돌며 조롱박을 나눠 주겠다는 김창현 씨처럼.

글 양은주 사진 안홍범


김창현 씨는 수학교사이자 환경운동가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지구에서 종이컵을 몰아냅시다” 캠페인을 하며 우리 땅을 걷고 있다. 이 편지는 작은 뜻이나마 환경에 보탬이 되고자 행군을 하며 씨 뿌리는 마음으로 2008년 11월 19일 CBS 라디오 ‘손숙·한대수의 행복의 나라’에 띄운 것이다.

*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설 고향가는 길’에 실린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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