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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꿈꾸는 사람은 포기를 몰라요
2009.01.2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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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앞길이 막막해 보일 때“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응원하는 아이들.
집안일에 지치고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할 때,“여보, 수고했어요” 하는 남편의 그 한마디.
학업 스트레스에 자신감마저 잃어갈 때“힘내! 우리는 널 믿는다”는 부모님의 그 말씀.
가족보다 더 큰 희망, 더 큰 격려는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믿음직한 남편에게,고마운 아내에게 보내는 희망 편지 등 방송·신문 매체에 소개되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사연 중에서 다섯 편을 골라 소개합니다.
‘가족 간의 희망’인 시대에 이 사연들을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힘내라! 우리 가족! 아자!

10년 후의 나에게. 안녕, 나 열여덟 살 인영이야.
너는 지금쯤 네가 그렇게 좋아했던 음악으로 세상과 말하고, 밥을 얻으며 꿈을 꾸고 있겠지. 네 곁엔 너와 같은 생각으로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할 거야.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고 가르치며 너의 생각과 음악을 키우고 있을 테지.

하지만 지금, 여기, 내겐 너에게 가겠단 간절한 소망 하나 빼면 아무 것도 없어. 그저 홀엄마 밑에서 자라는 가난한 시골 아이일 뿐이니까. 게다가 대중음악을 하겠단 아이를 아무도 좋게 보지 않아. 공부가 최고라지. 공부하지 않는 아이는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어.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말했잖아, 음악은 엄마라고. 힘들다고 엄마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잖아.

그래서 난 음악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건 나서서 참여하고, 거기서 내가 할 일을 찾았어. 그러다 영월청소년합창단을 이끄는 최상규 선생님을 만났어. 기억나? 음악하는 나를 격려해 주는 최고의 지원군이잖아.

‘너’에게 가는 길 내가 만들어야 해

그리고 얼마 전에는 EBS방송국을 통해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박상현 교수님도 만났어! 우리는 몇 달에 걸쳐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했어. 몇 개월의 연습기간 동안 교수님은 서울과 영월을 오가며 우릴 단련시켜줬고, 마침내 우리는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었어! 모두가 굉장히 긴장하고 떨릴 거라고 했는데, 나 꽤 담담하게 잘했어. 그런 내가 자랑스러워!

그리고 얼마 전, 계속 미뤄오던 중대한 결심 하나를 실행에 옮겼어. 아쉽지만 학교를 그만뒀어. 고등학교만은 마쳐 주길 바라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가서 그간의 학교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나오는 길, 난 엄마의 간절함이 담긴 눈물을 얼핏 본 것 같아.

꿈은 꾸는 사람의 거라는 말….
난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달릴 거야. 이제부터는 모든 걸 혼자 헤쳐 나가야 해. 하지만 괜찮아. 지금까지도 혼자 잘해 왔으니까. 오늘의 이 선택, 틀림없이 너만은 잘했다고 말해 줄 거라 믿어. 넌, 10년 후의 나잖아!

물론 내겐 언제나 나를 지켜봐 주는 엄마도 있고, 나만큼이나 음악을 사랑하는 언니도 있지만, 네게 가는 길은 내가 만들어야 해. 난 지금도 너를 향해 달리고 있어. 자랑스럽게 너를 만나는 그날까지 나를 응원해 줘!

지금 그이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난 산골 소녀

새해 벽두 정인영 양을 만난 곳은 그녀가 일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또래의 아이들이 주문하는 아이스크림을 담아 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다면, 평생 한 번 있는 대학입시를 핑계로 집 안팎에서 최고상전 노릇을 시작할 예비 고3의 겨울방학이겠지만, 인영 양에게는 홀로 세상에 나와 맞는 첫 겨울이다.
“무척 바빠요. 주중엔 여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엔 고깃집에서 일해요!”
여전히 힘차고 당당한 음색이다. 잠시 이야기할 틈도 없이 또 손님이 왔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 사이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더니,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다가와 앉는다. “누구 도움 없이 혼자 사는 거…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혹시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더 큰 장벽을 만난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을 채어 가듯 그녀의 당찬 말이 이어졌다.

주말도 없는 빡빡한 일정… 여전히 당차고 씩씩한 그녀
“음, 내 자신한테 막 화가 나요.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까 진짜로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뭐든 내가 하잖아요. 목표도 내가 정하고요. 그런데 정해 놓은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막 화가 나는 거예요. 내 자신한테요!” 공부와 일로 실제 그녀의 일상은 빠듯했다. 매일 오전엔 본격적으로 음악수업을 한다. 1주일에 세 번 정도는 음대 입학 예정인 언니의 도움을 받지만, 나머지 시간엔 순전히 독학으로 공부한다.
음악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직행한다. 당장 코앞에 닥친 목표는 올 8월에 있을 대입검정고시 합격이다. 그리고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 주말도 없는 빡빡한 일정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하는 음악대회나 축제 같은 행사가 있으면 참가하고, 또 여럿이 힘을 모아 행사나 축제를 만들기도 하고요….” 10년 후 그녀가 만나게 될 어른 정인영은 어떤 사람일까?
“음악 트레이너나 프로듀서 같은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많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 더 많이 배워야 하고요.”

영월청소년합창단 지휘자이자 미래의 음악가를 꿈꾸는 소녀 정인영 양의 이야기는 2008년 12월 30일 EBS TV ‘다큐프라임’ 시간에 방영됐습니다.

글 양은주

*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설 고향가는 길’에 실린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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