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앞길이 막막해 보일 때“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응원하는 아이들.
집안일에 지치고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할 때,“여보, 수고했어요” 하는 남편의 그 한마디.
학업 스트레스에 자신감마저 잃어갈 때“힘내! 우리는 널 믿는다”는 부모님의 그 말씀.
가족보다 더 큰 희망, 더 큰 격려는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믿음직한 남편에게,고마운 아내에게 보내는 희망 편지 등 방송·신문 매체에 소개되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사연 중에서 다섯 편을 골라 소개합니다.
‘가족 간의 희망’인 시대에 이 사연들을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힘내라! 우리 가족! 아자!
아미새: ‘아름다우면서도 미운 새’라는 가수 현철의 유행가 제목
‘아미새’라 불러주는 내 반쪽 당신을 만난 지 어느 새 7년이에요.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세상 물정이라고는 모른 채 엄마 품에서만 살아가는 어린아이였지요.
중학교 3학년 때 뇌종양으로 시력을 잃은 후 쭉 그렇게 살아왔고, 언제까지고 그렇게 엄마 품안의 어린 새로만 살 거라고 말하곤 했지요.
어린 마음에 내 시련 하나로도 힘든데, 거기에 또 다른 시련을 보태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당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전에도 주변에서 더러 소개를 해 준다고 했지만, 내키지 않다가 점점 나이 들어 가는 엄마가 내 곁을 떠난다면… 하는 두려움이 생길 즈음이었어요. 술·담배 안 하고, 직장을 갖고 있어야 하고, 교회에 다녀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만나겠다고 했는데, 당신은 그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었고, 그래서 만났어요. 몇 번의 만남을 통해 당신의 따스하고 지극한 마음이 조금씩 전해지던 어느날이었어요.
그날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 몇 쪽 먹은 튀김이 그만 체해서 불편해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나를 찬찬히 살피더니 대뜸 어디가 안 좋으냐고 물었어요. 사정을 얘기하니 나를 누이고 몇 군데 침을 놓고 잠시 후 침을 빼더니, 그 자리를 꼼꼼히 주물러 주었어요. 세상에나! 그렇게 갑갑하던 속이 뻥 뚫리잖아요!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내 눈에 흰 가운을 입고, 시술하는 당신의 그림자가 그렇게 내 마음에 선명하게 자리를 잡았던 거예요.
두 개의 시련 합쳐진 ‘희망 동반자’
인연은 인연이었던 건지, 나처럼 희미하게 형상을 볼 수 있던 당신 역시 나의 모습 어디에선가 당신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았다지요. 그렇게 해서 2002년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당신의 성실함과 지극함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연로하신 어머니 곁에서 시중을 받아가며 나이 들어 가는 어린애로 살고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3년 후 사회연대은행의 대출을 받아 우리의 침술원을 열었고, 살림을 늘려 지금 이곳으로 이사하기까지 당신의 근면성실함과 노고가 있었지요. 여느 부부와 같이 우리 부부에게도 시련도 한 차례 있었고요. 그건 내가 넘어져 다치면서 시작된 일이었지요. 그때도 당신은 당신 자신보다는 나를 염려해 내가 엄마 곁에 있었다면 그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자책에 마음 아파했어요. 결국 당신은 아무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며 내게 다시 엄마 곁으로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며 등을 떠밀기도 했지요.
그러나 우리는 두 개의 시련이 합쳐진 것보다 더 큰 힘을 주는 삶의 동반자였기에 한 번 맺은 인연의 소중함을 지켜 나가기로 했어요. 이후 당신은 나를 아름답고도 미운 새,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안타까워 밉다는 뜻으로 ‘아미새’라고 부르며, 나의 든든한 둥지가 되어 주고 있어요. 둘 다 막내면서도 어딜 가나 막내 티를 줄줄 내는 나와는 달리 막내 티를 안 내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나도 조금은 힘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늘 어려움과 만나나 봐요. 침술원을 옮긴 후 최근 경기가 부쩍 안 좋아지면서 당신의 걱정이 늘고 있다는 걸 눈치로만 알게 하는 당신이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지금 그이는…
약손이 빚는 희망가
광혜지압침술원을 찾은 시각, 마침 한 명의 손님이 있었고, 시술은 1시간 반을 넘겨서야 끝났다. ‘약손’이라는 문광석 씨의 별명은 손님의 불편한 곳을 꼼꼼하게 살피는 세심한 주의와 노력의 산물이다. 경기도 광명이 초행인 필자에게 침술원 찾아가는 길을 알려 줄 때도 상대를 배려하는 세심한 주의는 계속됐다.
“7호선 온수 방향 지하철을 타고 광명사거리 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오셔서 진행방향으로 쭉 걸어오시면 금반석시티타워가 있어요. 그 건물 10층이 우리 침술원이에요.”
29세에 장애인이 된 문광석 씨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차례 자살을 기도할 만큼 절망의 나락을 헤맨 뒤였다. 절망가를 희망가로 바뀌게 한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물었다. “인내지요. 참고 또 참고….”
“어려운 이들이 더 어려운 분들을 돕더라고요”
짧은 한 마디를 내뱉는 그의 얼굴엔 수만 가지의 번뇌가 어려 있었다. 여기에 철부지 같기만 한 그의 아미새가 한마디 더 보탠다. “자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야지요. 누구는 나보다 더 나은데, 좋은데 하면 불만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더 힘든 사람, 더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창부수인가보다. 그러나 문광석 씨 부부에게도 2009년 새해는 결코 만만치 않다.
“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잠깐이잖아요. 조금 어렵더라도 힘을 내고 인내하고 희망을 가지면 반드시 좋은 일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분이 더 어려운 분들을 돕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나라도 어렵다 소린 말아야지 하는데.”
희미하게나마 보이던 것이 차츰 아주 안 보이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까지 안고 있는 문광석 씨다. 이런 그를 견디게 하는 것은 아내의 밝은 웃음과 건강이며, 그 아내의 웃음과 건강 또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내가 지켜준다는 것을 안다. 지독한 절망을 통해 그것이 곧 희망의 원천임을 배웠기 때문이다.
글 양은주
본래 비장애인이었던 문광석, 신혜경 씨는 각각 사고와 질병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경우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7년 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아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광혜지압침술원을 운영하며,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 사람의 사연은 조선일보 2008년 3월 11일자에 소개됐다.
*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설 고향가는 길’에 실린 것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