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이유는‘당신’ 만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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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의 이유는‘당신’ 만난 것

2009.01.26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앞길이 막막해 보일 때“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응원하는 아이들.
집안일에 지치고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할 때,“여보, 수고했어요” 하는 남편의 그 한마디.
학업 스트레스에 자신감마저 잃어갈 때“힘내! 우리는 널 믿는다”는 부모님의 그 말씀.
가족보다 더 큰 희망, 더 큰 격려는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믿음직한 남편에게,고마운 아내에게 보내는 희망 편지 등 방송·신문 매체에 소개되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사연 중에서 다섯 편을 골라 소개합니다.
‘가족 간의 희망’인 시대에 이 사연들을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힘내라! 우리 가족! 아자!

일러스트:박찬우

안녕하세요!
우리 부부는 정말 힘들게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답니다. 벌써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12월 8일, 꿈에도 잊을 수 없는 날. 아내와 중국에서 처음으로 선을 본 날입니다. 아내는 중국 동포 3세였는데, 장모님과 아버님의 주선으로 맞선이 이뤄졌답니다. 중국은 10월만 되어도 추운데 한겨울인 12월에 선을 보았으니 얼마나 추웠겠습니까?

첫선을 본다는 생각에 안 그래도 떨리는데, 날까지 추워 혼이 났답니다. 그렇게 아내와 선을 보고 사흘 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국제전화도 하고 편지도 무척 많이 했답니다. 한마디로 눈에 콩깍지가 씌인 거지요.

아내는 나의 무뚝뚝한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좀처럼 내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을 열어 보려고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란 노래 가사를 베껴 써서 보냈지요.
편지를 보낼 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가사를 베꼈답니다.

그렇게 아내의 마음을 빼앗아 결혼한 후 12년간 아이 둘 낳고 아직도 신혼처럼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동안 아내를 친정에 보내지 못한 게 맘이 아팠는데,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지난 여름 두 애들과 함께 보내줌으로써 아내의 큰 소원도 들어 주었답니다.
그동안 굳건하게 참고 기다려 준 아내가 너무 고마워서 우리가 만난 지 12년째가 되는 날인 8일에 아내와 결정적으로 결혼하는 계기가 되어 준 노래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를 사랑하는 아내와 꼭 함께 듣고 싶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때를 생각하고 싶네요.

지금 그이는…
남편의 사랑 고백, 알고 보니 유행가 가사

대구 칠성동에 사는 김성용(44세) 씨는 아홉살 큰아들 호서와 한 살 아래 개구쟁이 호건이의 아빠이고, 아내 김경화(37세) 씨는 중국 동포 3세이다.

성용 씨는 식자재 배달 일을 한다. 요즘은 강정 배달이 밀려 밤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일이 잦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라디오 듣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보배같은 두 아들과 함께라면 김성용 씨는 세상에서 제일 부자가 된다.

사연도 자주 보내는데 주인공은 언제나 부인 경화 씨다. 사랑의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 이 남자, 성용 씨와 그의 아내 경화 씨를 만나보았다.

12년 전, 한국에 일하러 왔던 장모님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둘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김경화’라는 이름 석 자와 사진 한 장을 들고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성용 씨. 장춘공항에서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향해 피켓을 높이 들어 주던 여인, 삼단 같은 머리를 허리까지 드리우고, 큰 키에 늘씬한 몸매, 어여쁜 얼굴까지…. 성용 씨는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그에 비해 시큰둥하기만 했던 경화 씨. 성용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마음을 편지에 실어 보냈다. 여느 시인 못지않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쓰고 싶었지만 정작 그의 펜 끝에서는 투박한 경상도 사나이의 글이 쏟아졌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노래 가사들을 베꼈어요. 나훈아의 ‘영영’ ‘사랑’…. 수도 없었어요. 결정적이었던 건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였습니다. 결혼하고 5년 후에 라디오를 듣다가 노래 가사란 것을 들키고 말았지만 그 편지를 본 경화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한국에 시집갈 테니 데리러 오라고….”

두 아들 키우며 알뜰살뜰 살림꾼

경화 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시댁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음식도 낯설었지만 사투리 때문에도 힘들었어요. 남편이 ‘밥 묵자’ 카는데, 밥하고 묵하고 뭐 우쩌자는 소린지. 그리고 중국에서는 ‘일없습니다’가 ‘괜찮습니다’라는 뜻인데 남편이 오해해가 얼마나 애 묵었는지 압니꺼?”라며 대구 사투리를 구수하게 뱉어낸다.

막내 며느리지만, 최선을 다해 시부모를 봉양하는 모습에 또 한번 반했다는 성용 씨는 “지난해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때 경화가 너무 많이 울었어요. 자식도 그렇게 못했는데…, 고맙더라고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화 씨는 매달 30만 원으로 네 식구 생활을 꾸려나간다. 아껴 쓰고, 쪼개 쓰고, 저축까지 한단다. “아직 우리 집이 없어서 이웃의 신세를 지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 대학 등록금도 조금씩 모아야 해요”라며 웃는 그녀.

지난 여름, 경화 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두 아들과 함께 친정을 방문했다. 그렇게 그리워했던 고향이건만 남편 생각, 한국 음식 생각에 몸살을 앓았다는 경화 씨. 일 때문에 한국에 남은 남편이 그리워 백두산에 올라 ‘보고 싶다’고 외쳤다는 그녀, 천생연분이다. 내년에 있을 장인어른의 칠순잔치에는 온 가족이 다 함께 다녀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연의 주인공 김성용(44세) 씨는 현재 대구에서 식자재 배달 일을 하며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과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내 얘기만 나오면 웃음부터 짓는 그가 정작 사랑한다는 말에는 서툴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 노래로 사랑을 고백했다. 김성용 씨의 사연은 2008년 12월 6일 CBS라디오 ‘손숙·한대수의 행복의 나라’에서 방송됐다.

글 이소령 사진 장욱준

*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설 고향가는 길’에 실린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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