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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저 강물, 그냥 떠먹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2009.01.2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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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되살아난 4대강에서 두 손 오므려 목 축일 날을 꿈꾸어 봅니다. ‘질주 본능’, 자전거를 벗 삼아 시원한 강바람을 가를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4대강은 우리의 젖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온갖 오염에 신음하는 강들의 호소를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는 강이 인간에게 준 은덕을 다시 되돌려주는 보은(報恩) 프로젝트이자 희망 프로젝트입니다.

한강

“물길 따라 돈이 흐르는 강 만들어 줘요”
충북 충주 시민들이 보는 4대강 살리기

정비사업 후 달라지게 될 충주 인근 하천의 조감도.

한강유역은 총 사업비 2조 3,000억 원을 투입해 총 494㎞ 구간에서 하도정비(10.1㎞), 환경정비(92.9㎞), 자전거길 조성(311㎞) 사업이 진행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충주지역 하천환경 정비사업’ 7.2㎞ 구간을 선도사업으로 선정, 오는 2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나머지 구간은 5월중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예정이다.

충북 충주시민들은 이번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홍수·가뭄 피해 예방의 지렛대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포함된 충북지역 하천정비구역은 50여㎞. 이 가운데 충주시 목행동, 가금면, 탄금대 일대 ‘충주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구간 7.2㎞)이 선도사업으로 지정돼 오는 2월중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하천정비사업으로 이 일대에는 하천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도로와 잔디광장, 야생화단지, 수변쉼터, 전망관찰대, 게이트볼장, 물놀이장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며 물고기나 각종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자연식생 군락지가 형성될 전망이다.

중앙탑 공원 주변에서 오리요리 음식점을 하고 있는 장호상(34세) 씨는 “하천정비사업으로 지역건설업계의 일자리가 더 많아지고 그들이 지역에서 소비를 하게 되므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며 “결국 돈이 돌게 되고 그만큼 지역경제는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비사업 추진되면 ‘물길’살아날 것

침수피해 걱정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지역주민들의 반응이다. 조정리댐 바로 아래에 있는 가금면 장천리는 매년 발생하는 농경지 침수로 연평균 16억 원의 피해에 속수무책이다.

장천리 장미산마을 전인수(62세·사진) 이장은 “물살에 떠내려 온 나무줄기나 각종 이물질이 하천 바닥에 쌓여 물길을 막고 있어 매년 농경지 침수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번 하천정비사업이 추진되면 물길이 쭉쭉 빠져나가 침수 피해를 줄이고 물도 깨끗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시는 2012년까지 금릉동 일대 12만 4,000㎡에 조성할 유엔평화공원 사업과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물 강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에 이번 하천정비사업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충주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낙동강

“메말랐던 안동에 단비가 내립니다”
안동시민 박강용 씨가 보는 4대강 살리기


‘4대강 살리기’ 낙동강 사업은 지난해 12월 29일 안동에서 첫 기공식을 가졌다. 강바닥의 토사를 걷어내고 보(洑)와 제방의 높이를 높여 수심을 깊게 할 예정이다. 강의 범람을 막고, 요트 등 수상레저 활동을 가능하게 할 목적이다. 생태공원, 인공호수, 산책로, 자전거도로, 실개천 등을 조성하는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안동시민 박강용(57세)씨는 요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 하천정비사업이 시작되면서 침체됐던 지역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안동을 떠날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닙니다. 계속된 불경기에다 요즘은 중심 상권에서도 빈 상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인데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래도 희망이 보입니다.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타지 사람들도 들어올 테고, 그러면 이곳 경기도 살아날 것이고…. 이제는 서울 갈 생각 안 합니다. 여기서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바탕 너털웃음이 호탕하다. 지난 1974년 27만 명에 달하던 안동시의 인구는 2009년 현재 약 17만 명으로 줄었다. 낙동강 보호 규제에 묶여 각종 개발이 제한된 탓이다. 농업 외에는 딱히 산업이 없어 많은 이들이 ‘먹고 살 것’을 찾아 고향을 등졌다.

돌아오는 고향 만들어야

“안동요?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사람이 살기 이만한 곳이 없죠. 단, 먹고 살 게 없어서 그렇지.” 박강용 씨가 말하는 안동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시름 놓게 됐다”는 게 박강용 씨의 반응이다. 강 정비사업만 제대로 된다면 낙동강 주변이 더 좋아질 것이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박강용 씨는 자주 낙동강변에 나간다. 추운 날씨에도 둔치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삼오오 모여 게이트볼을 하는 노인들도 보인다.

“아들놈이 올해 대학 졸업반입니다. 취업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여기서 일자리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0여 년을 강변에서 살아온 그에게 낙동강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여전히 또 다른 희망의 얼굴이다.

영산강

“호남사람의 젖줄인께 반드시 살려내야지~이”
나주 영산포 주민 김창원 씨의 기대


전남 담양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목포 앞바다까지 136km를 흘러간다. 전남 나주의 영산포는 영산강 하구둑이 막히기 전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포구’였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는 목포에서 뱃길을 따라 1주일여 뒤 이곳 영산포에 닿으면서 맛있게 ‘썩었다.’ 나주는 그렇게 홍어의 본고장이 됐다.

영산포에서 홍어 도매상을 하고 있는 김창원(56세) 씨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그는 ‘영산강 프로젝트’로 영산포가 홍어 본고장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의 가게 앞을 흐르는 영산강변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내륙 등대가 외롭게 서 있다.

“목포가 개항하기 전에는 영산포가 남쪽에서 가장 큰 포구였습니다. 조선시대의 세곡을 보관했던 조창이나 소금창고인 염창도 이곳에 있었죠. 영산강 하구둑이 생기면서 뱃길도 막히고 강물도 오염됐어요. 영산강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죽어가던 영산강이 다시 살아나고 홍어도 주목받을 겁니다.”

영산강 등대 불밝혀야죠

영산강은 1981년 하구둑이 완성된 이래 나주시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준설이 이뤄지지 않았다. 강바닥에는 쓰레기를 비롯한 온갖 퇴적물이 쌓였고 수질도 5급수로 나빠졌다. 하구둑 주변의 영산호 인근은 물고기도 살기 어려운 6등급 수질이다. 영산강은 호남주민의 젖줄임에도 낙동강, 한강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수질이 악화돼 있다.

“일부에서는 강을 준설하면 오히려 환경이 악화될 거라는 데 그건 잘못된 주장입니다. 2006년에 나주 인근 3km 구간을 준설했는데, 그 뒤로 왜가리 같은 철새들이 다시 돌아왔어요. 재첩도 살아났습니다. 하천정비로 생태하천을 복원할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영산강 살리기는 총선·지방선거·대선 등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이 지역의 단골 공약.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그동안 지역의 숙원 사업은 착수조차 못했다.

이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인 영산강 프로젝트로 이제야 풀리게 된 것이다.

금강

“강이 살아야 사람도 살지유”
금강 주변 주민들이 말하는 4대강 살리기

금강권 사업은 전체 482km의 금강 수계를 대상으로 수조 원대의 재정을 투입해 노후 제방 보강, 토사 퇴적구간 정비, 하천 자전거길 설치, 하천 생태계 복원, 친환경 보(洑) 설치, 친환경 테마공간 조성 등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정부는 선도 사업지구로 선정된 충남 연기군에 약 8,300억 원을 집중 투입,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충남 공주시 이인면 구암리에서 자그마한 설계사무소에 다니고 있는 이미옥(25세·사진)씨의 바람은 젊은이답게 좀 더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갈 데가 없다”고 말문을 연 이미옥 씨는 “금강 일대가 조경도 좋고 레저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옥 씨는 “강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며 “환경과 개발은 충분히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주시민 이상문(72세) 씨는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멱도 감고 조개도 캐 먹으며 평생 강 곁을 지킨 ‘금강 토박이’다. 유난히 쾌청하던 지난 1월 8일 금강 수평선을 그윽히 바라보던 그는 “정부에서 금강을 살리기로 했다니 정말 기쁜 일”이라며 반가워했다.

이상문 씨는 “굽이진 물길은 굽이진 대로, 쭉 뻗은 길은 또 그대로 정비하는 것이 좋다. 요새 말로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런 사업이 다 ‘우리 손자, 손녀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후손들에게 맑고 아름다운 금강을 물려주고 싶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금강 주변의 충청도 주민들은 하나같이 고무된 표정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 역시 탄력을 받게 되리란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역시 40년 넘게 금강과 동고동락해 온 또 다른 공주시민 이종삼(63세) 씨도 “금강이 살아나면 강 주변에 두루미랑 황새도 돌아올 것이고, 보(洑)를 만들어 수량이 많아지면 농사짓기도 좋고, 유람선이 다니게 되면 관광객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 일대를 복합문화 공간으로

일대 식당주인들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는 것이 이종삼 씨의 전언이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인부들이 밥 사먹고, 생필품도 사고, 한 마디로 지역에 돈이 돌게 되니까 좋은 일”이란 얘기다.

‘백마강’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금강 하류에서 ‘구드래 나루터 유람선’을 운영하는 부여 주민 유종(54세) 씨는 “금강 살리기 사업 추진 소식을 듣고 새 유람선 건조 계획을 세웠다. 지난주 업자를 만나 회의까지 마친 상태”라며 남다른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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