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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경제시론] 최근 경제위기와 각국의 대응
2009.01.22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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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미국 금융시장에서 촉발된 위기가 실물경제로, 그리고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지금의 위기에 대해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위기’로,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은 ‘인류문명이 기록된 이후 최대 위기’로 표현하고 있다.

‘전례없는’ 경제위기, 세계는 지금 생존게임중

이번 위기의 특징과 의미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우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전례없는(unprecedented)’ 위기라는 점이다. ’94년 멕시코 위기나 ’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 등 과거의 경제위기는 주로 세계경제의 주변부에서 발생하여 선진국 경제가 이들 국가를 구제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진국 자체가 위기의 진앙지이자 최대 피해자이고 세계적으로 위기에서 자유로운 국가가 없는 형편으로, 그 규모와 심각성, 파급속도 등에서 가히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간·기업간의 생존게임(survival game)이 알게 모르게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거래상대방의 지불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되면서 모든 경제주체가 가장 안전한 거래수단인 현금확보(cash hoarding)에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려워지고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이 위기가 역사적 권력이동(historic power shift)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역학구도가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uni-polar)에서 중국 등 신흥시장국을 포함하는 다극체제(multi-polar)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권력이동은 크게 보면 서양에서 동양으로 힘의 추가 조금씩 옮겨갈 것임을 의미한다. 이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가 기존의 G7이나 G8 보다는 G20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하겠다. 물론 미국이 당분간 초강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요국은 경기부양 집중…강력한 국제공조 추진 중

각국은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과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강력한 국제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의 대책을 개관하면 재정정책이 경기부양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인하 및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의 하락과 고용부진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들도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민간부문의 지출감소를 보완하고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국가간 정책공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세계적 위기라는 점에서 개별국가의 독단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위기에 공동대응키로 한 것도 이와 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회의에서 우리정부는 향후 1년간 추가적인 보호무역조치를 제한하자는 성명서를 채택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럼 국가별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대책을 살펴보자. 우선 미국은 구제금융법안을 마련하여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는 한편, 정책금리를 제로수준(0%~0.25%)으로 낮추면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이는 사실상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여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행정부, 실물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에 주력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는 실물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총 8,250억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산층에 대한 감세와 함께 도로·교량 등 SOC투자, 교육환경 개선, 초고속인터넷망 설치, 에너지효율성 제고 등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 47.8조엔의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중이다. 금융기능강화법을 통해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작년 9월이후 2차례 정책금리를 인하(0.5%→0.1%)하고 중앙은행의 국채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등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서민생활 안정, 중소기업 지원, 지방경제 활성화 등 실물경기 보완을 위해 3차례에 걸쳐 11.2조엔에 달하는 재정확대 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규모가 GDP 대비 2.2% 수준으로 미국·중국 등에 비해 작고, 과도한 국가채무(GDP 대비 170% 수준)는 재정확대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작년 9월이후 총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7.47%→5.31%)하였고, 금융기관의 신규대출한도를 폐지하여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중·일, 유동성 공급과 실물경제 활성화 주력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0년까지 고속철도 건설, 송·배전선 투자, 농촌지역 인프라 확충 등에 4조위엔을 투자하는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동 경기부양책에는 기존사업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재원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EU는 파산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국유화하는 등 과감한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리먼 브라더스 부도사태 직후에 약 1,000억 유로를 금융시장에 긴급 공급한데 이어, 4차례에 거쳐 기준금리를 인하(4.25%→2.0%)하였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회원국간에 경기부양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합의하고, 순차적으로 경기부양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EU의 가이드라인은 전체 GDP의 1.5%수준(2,000억 유로)이나, 독일 등 일부 국가는 GDP의 3%를 상회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 에너지 및 IT 관련 인프라 구축, 공공건물 신·개축, 수송인프라 확충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저소득층의 소비진작을 위한 감세도 추진중이다.

우리정부도 금융위기 발생이후 신속하고 단호하며 충분한 수준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08.6월)’과 ‘추경예산(08.6월)’을 편성하여 고유가로 인한 취약계층의 고통을 경감한 바 있다. 하반기 이후에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여, 금리인하(5.25%→2.5%), 원화·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 미·일·중과의 통화스왑(각 300억불),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1,000억불)을 시행하였다.

아울러, 실물경제 위축을 보완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 개편안 편성(08.9월)’, ‘경제난국 극복대책(08.11월)’, ‘경제난국 극복과 지방살리기를 위한 09년 수정예산 편성(08.11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뉴딜(09.1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 경기대책 규모·속도, 주요국 보다 앞서

이와 같은 일련의 정부정책은 지원 규모나 속도 측면에서 미국, 일본 등 여타 국가들 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먼저 경기대책의 규모측면에서 재정확대와 금융지원을 통해 투입되는 금액은 총 141조원으로 GDP의 15%에 달한다. 이는 미국, 중국과 유사한 수준이며, 일본과 EU국가들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규모는 GDP대비 33% 수준으로 미국(63%), 일본(170%)은 물론 영국(48%), 프랑스(69%) 등 EU국가들보다 크게 낮아, 재정의 경기대응 여력도 그만큼 큰 상황이다.


대응속도 면에서도 우리정부가 다른 나라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재정확충 및 감세안을 작년 12월 국회의결을 거쳐 확정하였으며 회계연도 개시전 자금조기배정, 예산집행절차 간소화 등의 신속한 집행을 위한 준비조치를 서둘러 마련한 바 있다. 특히 경기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반기중 금년도 예산의 60%이상을 조기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집행상황을 상시적으로 점검·독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권교체로 인해 오바마 신정부가 이제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이며, EU 국가들도 가이드라인을 확정(08.11월)하고 최근 들어서야 국가별로 경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 경우는 발표된 경기대책 일부가 추경 예산안에 포함되어 집행중이나, 2009년 회계연도 (일본의 회계연도는 당해 4월초부터 익년 3월말까지) 예산안에 포함된 상당수의 재정사업들은 아직 국회에서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냉철한 인식 바탕으로 경제활성화 지속 강구할 것

그간 ‘정부대책의 규모가 다른 국가에 비해 턱없이 작다’거나 ‘늑장대응으로 정책이 실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정부가 더욱 신속하고 충분하게 대응하라는 충고의 뜻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유동성 확충과 재정확대의 온기가 아직 구석구석 못 미치고 있는 상황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시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한 마음으로 손을 잡아 주실 것을 기대해 본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우리경제와 국민들의 삶이 참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침체로 무역이 감소하고, 성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이 위축되고 가계의 어려움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금융시장 안정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과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는 직관’과 ‘할 수 있다는 의지’로 노력해 나갈 때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지금의 위기를 벗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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