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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미 국가정보위도 “결론은 녹색성장”
2009.01.23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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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이란 남쪽의 오만만. 중국 군함이 이란 접근을 막는 인도측 함선을 향해 불을 뿜었다. 세계를 긴장시킨 양 강대국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한 것은 에너지 자원 때문이었다. 부족한 에너지와 자원 때문에 세계 각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였다. 에너지 확보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각 국 내에 민족주의 세력까지 발호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에너지·자원 때문에 무력충돌 빚는 미래사회

다극체제 속에서 패권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경제성장을 계속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는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우선 자원이 많은 바다를 일본에 빼앗겼다. 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인도가 중국의 세력권이자 에너지수송로인 동남아시아에 손을 뻗어왔다. 중국은 해군력 강화로 맞섰고, 양국간 긴장감은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봉쇄조치를 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까지는 세계 최강의 힘을 지닌 미국과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지닌 이란을 놓고 저울질하던 양국은 봉쇄조치에 이견을 보였고, 결국 무력충돌을 빚고 말았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25년 10월. 미국 뉴욕이 물바다가 되고 수천 명의 시민이 맨하탄항에서 항공모함과 수송선을 타고 대피한다. 기후변화로 강력해진 허리케인이 미 북동부 해안지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뉴욕은 제2차 세계대전의 유럽처럼 폐허가 됐다. 마침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헬기 등을 타고 대피하면서 자연의 분노를 목격한다. 뉴욕증권거래소 이름을 뉴저지 가든스테이트증권거래소로 바꿔야 할 상황에 미국인들은 ‘10월 충격’을 잊지 못한다.

미 국가정보위원회, 2025년 이전 에너지·자원 부족 전망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글로벌트렌드 2025’ 보고서에 나오는 가상시나리오다. CIA, FBI 등으로 구성된 미국 정보공동체 산하의 NIC는 1997년 ‘글로벌트렌드 2010’에 이어 네 번째로 이번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 작성엔 전 세계의 전문가 수백명이 참여했다.


NIC는 보고서에서 에너지 부족과 기후변화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세대가 죽기 전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만 말이다.

보고서가 이 같이 암울한 미래를 예상한 것은 경제발전으로 자원 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양 때문에 자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지만 사용량은 계속 늘어난다. 덩달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급증한다.

번영이 목을 죄는 까닭

인구증가 탓도 있지만 중산층 증가가 더 큰 문제다. 프리드 프리드먼은 유명한 책 ‘코드그린(Hot, Flat, and Crowded)’에서 “중요한 것은 지구상의 사람 수가 아니라 지구상에 사는 ‘미국인’의 수”라고 강조했다. 미국인과 같은 소비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면, 즉 중산층이 늘어나면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쓰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미국의 1인당 소비율은 32로 빈국인 케냐의 32배에 달한다. 아직 중국은 미국보다 11배 아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 수준에 도달하면 그것만으로 세계 소비는 지금의 두 배가 된다. 석유 소비는 106%, 금속소비는 94% 늘어난다.

인도까지 더한다면 세계 소비는 현재의 세 배가 된다. 만약 전체 저개발 국가가 일제히 미국을 따라잡는다면 11배가 된다. 이는 곧 세계 인구가 720명이 되는 것과 같은 결과다. 번영이 우리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되는 셈이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아메리쿰’이라는 개념을 빌어 설명하고 있다. 아메리쿰이란 ‘소비성향이 강하고 1인당 소득이 1만5000달러 이상인 사람이 3억5000만명 모인 집단’을 말한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메리쿰은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각각 하나밖에 없었지만 이미 중국과 인도에 하나씩 등장했다. 2030년이 되면 8개 혹은 9개로 늘어난다. 소비를 줄이든지 대체자원을 찾아야 한다. 바로 녹색성장이다.

새로운 에너지원, 활성화하려면 25년 걸려

보고서는 닥쳐올 상황이 결코 밝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힘들다. 바이오연료는 생산비용이 비쌀 뿐 아니라 식량 가격 폭등을 가져온다. 연료를 생산하는 데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깨끗한 석탄기술이나 탄소 포집·저장기술은 추진력을 얻고 있지만 비용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활용하기 힘들다. 잠재력을 가진 수소연료전지도 상용화하려면 십여년이 더 필요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2025년 이전에 대단한 기술이 나오더라도 기존 에너지 체계를 당장 대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바로 적용 지체시간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최신 연구는 이를 25년으로 상정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탄소배출이 적은 천연가스는 1970년대 이미 석유 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진 석유에 뒤진 상태다. 천연가스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생산하고 운반하고 사용하는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는 대량 투자를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

지금 대단한 기술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지체시간을 감안하면 2025년이라는 시한에 맞추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이라도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손쉽고 값싼 태양광과 풍력발전, 배터리 기술 등을 활용한다면 2025년까지 에너지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고서는 이렇게 주장한다.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다. 단 하나의 문제는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급격하게 혹은 부드럽게 이뤄질 것인지 여부다. 타이밍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열쇠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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