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도서관에서 선생님이 동화책 읽어주고 만들기도 한대요. 친구랑 다녀올게요.”
초등학교 2학년인 소연(가명)이는 여느 때와 같이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도서관으로 향한다. 집에 볼만 한 책이 없는 것도 아닌데, 책도 읽고 책에 나온 사물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기도 하는 도서관이 더 좋단다.
소연이 엄마는 예전 같았으면 도서관까지 버스를 타고 20~30분 이상 가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집에 있는 책 읽으라’며 달래야 할 판이었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흔쾌히 허락한다.
머지않아 전국 곳곳에 소연이네 동네처럼 걸어서 10분 거리, 0.5㎞ 반경 내에 아늑하고 편안한 ‘도서관’이 들어서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나눔’과 ‘소통’의 공간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지난해 8월 확정된 국가 도서관정책의 중장기 발전계획인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09~2013)’을 기반으로 1차년도 시행계획인 ‘2009년 시행계획’을 지난 6일 발표, 오는 2013년까지 공공도서관 900곳, 작은도서관 575곳 등 도서관을 대폭 확충하고 인구 1인당 장서수를 선진국 수준인 1.6권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도서관 서비스를 선진화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소프트파워 강국의 기반인 지식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데 있어 도서관의 역할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 올해 전국에 182개 도서관 문 연다
이 계획에 따라 우선 올해에는 전국 공공도서관 63곳을 개관하고, 작은도서관 119곳을 조성하거나 확충해 국민의 도서관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공공도서관은 경기도가 20곳으로 가장 많으며, 서울 13곳, 대전 5곳, 전남 4곳, 인천·충남·경북 3곳, 부산·대구·울산·충북·경남 2곳, 강원·전북 1곳 순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 민간투자 등 총 5428억3300만원이 투입된다. 정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779억원, 교육과학기술부가 405억원, 국방부가 52억원을, 16개 시ㆍ도에서는 재정자립 실정에 따라 많게는 990억원, 적게는 31억여원을 투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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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 지혜의 등대 작은도서관 |
또한 올해 전체 장서 510만여권을 확충하는 등 2013년까지 국민 1인당 장서를 선진국의 1인당 1.5~2권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학교도서관의 경우 올해 학생 1인당 장서 12.5권 달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걸어서 10분 ‘도서관 시대’ 곧 온다
정부의 도서관 확충계획은 ‘공공도서관’과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 투 트랙으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도서관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틈새를 ‘작은도서관’이 메우도록 한다는 것.
공공도서관은 특성상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작은도서관에서는 사서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책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쉽게 조성된다.
부천시의 경우 민관협력 파트너쉽을 바탕으로 ‘꿈나무 가족도서관’, ‘햇살이 가득한 도서관’, ‘약대 신나는 가족도서관’ 등 친근한 이름의 작은도서관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정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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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 성덕반딧불 작은도서관 내부 |
정부는 작은도서관 확충을 위해 그동안 한시적인 기금사업으로 지원해 오던 관련예산을 올해부터 국고지원사업으로 편입시켜 안정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매년 작은도서관 50개 조성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될 기반이 조성됐다.
또 운영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1개 공공도서관이 4~5곳의 작은도서관을 지원해 주는 전문사서를 두거나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장서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도서관 비치 도서를 작은도서관에 대여하거나 작은도서관끼리 서로의 도서를 교환 활용하는 ‘상호대차 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현 도서관법에 ‘작은도서관’을 명시하는 개정작업이 의원발의로 진행 중이다. 이럴 경우 작은도서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예산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도서관을 빛낼 특색사업
전국 공공도서관의 야간 개관이 확대된다. 기본적으로 자료실은 밤 10시까지, 열람실은 23시까지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도서관 이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현재 야간까지 개관시간이 연장된 곳은 200여곳. 올해 80곳 확대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연차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도서관외 다중 이용자 공공시설에 24시간 무인 대출·반납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이용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도 실시된다.
우선 장애를 겪고 있는 이용자를 위해서는 올해부터 국립중앙도서관에 장애인정보자료실을 별도로 운영, 대면낭독, 점자출력, 자막·수화삽입 영상물 등을 서비스한다. 장애인정보자료실을 갖춘 공공도서관은 2013년까지 15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고령자를 위해서는 노인용 활자본을 제작 배포하는 ‘북피니쉬 운동’을 전개하고, 사회복지기관 등을 직접 방문해 도서를 배달해주는 ‘방문도서관’도 운영한다. 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이 시설을 방문해 연극 공연도 하며, ‘책읽어주기’, ‘추억의 방화 상영’ 등도 실시된다.
이외에도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를 위한 독서프로그램이 공공도서관 5곳에서 시범운영되고, 정보소외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영어동화 구연 동영상 보급’ 등이 추진된다.
◆ 작은도서관은…
생활밀착형을 추구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은 새로 시설을 짓기보다는 주민자치센터, 동사무소, 문고 등 기존 건물이나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조성되고 있다.
중앙정부 예산이 투입돼 조성되는 곳도 있고 지자체 단독 또는 민간후원 등의 방법으로 조성되기도 한다. 정부예산이 투입된 작은도서관은 2008년말 현재 224곳, 전체적으로는 2006년 기준으로 2966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 작은도서관에 대해 정부지원이 시작된 것은 불과 수년에 불과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도심 밀집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시작된 ‘작은도서관’ 운동이 확산되고 정부지원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04년에 시범사업으로 작은도서관 24곳을 조성한 것이 시발점이다.
지난해까지 한시적인 기금사업으로 지원되던 것이 올해부터는 국고지원으로 편입돼 보다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올해 지원금은 35억원으로 작년(50억원)보다 축소됐지만, 계속사업으로 편입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은도서관이 지역주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장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도서관을 멋들어지게 조성하더라도 운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처분 대상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성비용 못지않게 운영관리에 필요한 지출도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은도서관 운영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