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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동장군 물렀거라!’…해병대 캠프 이모저모
2009.01.1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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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캠프 참가자들이 상륙용 고무보트 훈련(맨위)을 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극기(克己)의 상징으로 전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해병대 캠프(87~89기)가 ‘무한 도전! 자기 혁신! 가자! 해병대 캠프’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과 인근 도구 해안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캠프에는 군대를 동경하는 14세 중학생, 방학을 맞아 고국을 찾은 유학생, 해병대에 근무 중인 아들을 둔 어머니, 여군이 되고 싶어 하는 여대생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가 중이다.

이들은 4박 5일 동안 상륙용 고무보트(IBS)·공수·각개전투훈련 등을 통해 ‘무적 해병’을 체험한다. 굵은 땀방울을 쏟으며 동장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생생한 현장을 다녀왔다.

# IBS·유격·공수·각개전투…정신력 업그레이드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100% 지원자로 구성되는 해병대의 강한 자부심을 나타낸 특유의 철학적 표어. 겨울캠프에 참가한 교육생들은 이 말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싸늘한 바닷바람이 전신을 휘감자 “춥다” “힘들다”며 잔꾀를 부리는 교육생들에게 여지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소대! 제대로 못하겠습니까?” “○○○번 열외! 하나에 정신! 둘에 통일!”….

여기 저기서 ‘앉아 일어서’와 ‘팔굽혀펴기’가 실시됐다. 솜털이 채 가시지도 않은 중학생은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전투복을 끌듯 하며 선착순을 돌고, 생전 처음 포복을 해 봤을 여고생은 철조망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이가 어리다고, 여자라고 봐주는 법은 없다. 뿌연 흙먼지와 땀에 흠뻑 젖은 전투복이 훈련 강도를 말해 준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평은 물론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교관을 향한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해병대1사단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의 심정을 겪어보고 불경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 지원했다는 87기 ‘왕언니’ 김미경(47) 씨. 연막탄이 자욱한 각개전투 교장에서 나이를 잊고 열심히 구르던 김씨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귀신잡는 해병대를 체험하는 만큼 경제한파도 확실히 잡겠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강한 아줌마’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김씨는 퇴소식 때 사단장 표창과 부대의 배려로 특별휴가를 받은 아들의 손을 잡고 위병소를 나서 ‘일석삼조’의 기쁨을 누렸다.호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방학을 맞아 입국한 김한(17) 군도 사촌과 함께 입소, 화끈한 고국 나들이를 했다.

“아버지 권유로 캠프에 참가할 땐 보트나 타면서 레포츠 체험을 하는 줄 알았는데 완전히 속았어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라고 말한 김군은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가족의 소중함, 조국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저는 뉴질랜드 국적자라 군대 안 가도 되는데 꼭 해병대에 입대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 거예요”라며 서툰 한국말이지만 ‘머린보이’를 향한 집념을 나타냈다.

# '부모님' 세 글자에 눈물 핑~…카페 운영 전우애 과시

고된 훈련 뒤 옹기종기 모여 먹는 식사는 꿀맛이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식당 분위기는 예상 밖이었다.“나는 가장 강하고 멋진 해병이 된다. 부모님 감사히 먹겠습니다.”우렁찬 구호를 외치고 수저를 든 교육생 중 울먹이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맛이 없어서, 배가 고프지 않아서도 아니다. ‘부모님’이라는 세 글자 때문이다.

150kg이 넘는 고무보트를 온몸으로 떠받치고, 성인 남자도 두려워하는 11m 모형탑에서 몸을 던지고, 설거지·빨래·청소 등등…. 무남독녀·외동아들로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만 받던 아이들이 집을 떠나 처음 맛보는 고생에 부모님 얼굴이 ‘오버랩’ 되는 것은 당연지사.

교육생들에게 호랑이 교관으로 정평이 난 김경태 중사는 “예전보다 강도가 약해졌다고는 하나 금지옥엽 귀하게 자란 어린 학생들에겐 분명 버거운 체험입니다. 그런데도 열외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퇴소할 때 보면 아이들이 체력뿐만 아니라 마음의 키도 한 뼘은 자란 것 같아 뿌듯하고, 그걸 지켜보는 맛에 교관을 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해병대 캠프의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형·동생·언니·오빠로 맺어진 참가자들은 연락처 교환은 물론 다음·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카페를 만들어 소식을 전하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등 민·군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캠프가 생색내기 군 홍보 아니냐, 효과가 있기는 하냐, 안전사고 대비책이 미흡하다 등 ‘흠집내기식’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해병대1사단 관계자는 “1997년부터 시작한 해병대 캠프는 수입에 열을 올리는 일부 ‘사설 짝퉁’과 달리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경미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10대 청소년이 전체 참가자의 97%에 달해 해병대 캠프가 명실공히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반영해 준다. 미래 선진한국을 이끌 동량들에게 공동체 의식과 자립심, 나라사랑정신을 심어 주는 해병대 캠프의 효과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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