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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위기의 방송산업, 출구는 없는가
2009.02.03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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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내 방송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10조 6000억 원이다. 대체로 한국 방송시장은 10조~11조 시장에 수년간 고착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IT강국이지만 국내 유수의 신문·방송·통신사업자를 막론하고 모두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방송산업의 불투명한 미래

지상파 방송사는 수신료 동결과 광고비 하락으로 경영상의 애로를 겪고 있다.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케이블TV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통신사업자의 IPTV 사업 추진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방송시장보다 약 5배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KT, SKT, LGT 등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과 전화, 방송이 하나가 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와 같은 결합서비스 시장을 겨냥하여 위성DMB, IPTV 등 새로운 방송시장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AT&T와 AOL타임워너의 경영실패, 한국에서의 위성방송 및 위성DMB 등의 사례에서 보듯 통신사업자가 방송시장에 진입해 성공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신생매체가 속출하는 이른바 ‘미디어 춘추전국시대’에 국내 방송매체의 생존과 발전방향은 무엇인가.

소유·겸영, 콘텐츠의 유연성 필요

먼저 미디어 사업자 간 과감한 인수합병(M&A) 또는 전략적 제휴로 미디어 사업자 수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 전국 일간지는 150~200여 개나 되며 케이블TV 사업 권역은 77개에 이른다. 통신사업을 제외하고 전통언론인 신문이나 방송 시장은 사업자 수가 너무 많다. 수입 모델이 창출될 수가 없다.

그 때문에 미디어 소유권 규제완화 같은 법제적 뒷받침이 요청된다. 유럽은 1공영 2상업체제로 구조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도 빅 3체제이다. 방송사업자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소유, 겸영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은 드라마 및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이른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 이다. 그러나 BBC의 다큐멘터리나 월드 뉴스와 같은 새로운 킬러 어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을 찾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과 IPTV 등도 지상파 재송신이나 홈쇼핑 채널에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FOX나 영국의 BBC 등은 유아, 청소년, VOD, 스포츠, 월드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 개척에 착수하고 있다.

국내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가 새로운 콘텐츠 영역을 개척해 나가듯 지상파, 케이블, IPTV 등도 유료 요금체제에 바탕을 둔 새로운 콘텐츠 개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네트워크-새로운 콘텐츠-새로운 요금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국내 방송의 과도한 광고 의존

일본의 NHK는 97%가 수신료이나 영국의 BBC, 독일의 공영방송 등은 75~80%, 프랑스는 60%가 수신료 체제이다. 국내 수신료 수준은 현재 40% 수준에서 75~8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개별 미디어 마다 별도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다. 지상파 DMB나 디지털 수상기 보유자에게 별도의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국내 신문, 지상파방송, 뉴미디어 방송(케이블 TV, 위성방송)은 과도하게 광고 재원에 의존하고 있는 모델이며 세계 최고의 저가 시장 구조이다. 장기적으로는 영국모델과 같이 공영방송은 수신료 중심 체제, 지상파 방송은 광고 중심체제, 뉴미디어 방송은 가입료 체제(pay channel), IPTV 등 융합서비스는 페이퍼채널(pay per channel : 매월 일정한 요금을 내고 특별채널을 시청하는 방식) 등으로 매체간 수익 구조를 달리하는 방식이 바람직 할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유연성 확보도 과제

방송시장의 ‘노동 유연성’ 확보도 과제다. 공영방송 및 지상파방송은 공기업 일반의 ‘고임금-저효율 구조’를 청산할 수 있는 내부 경영혁신 프로그램 개발이 요청된다. 신매체 도입에 따른 분리 자회사 방식 등 제도개혁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통신 산업이 방송 산업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은 △인수합병을 통해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 △외국자본의 유입 (통신자본은 실제 50% 이상이 외국자본) △종량제 요금 체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지상파방송 산업은 방송의 공공성 논리 때문에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진입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의 유연성과 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BBC처럼 디지털 채널(MMS 등)은 대자본(루퍼트 머독), 외국자본(Crown Castle)과도 과감히 제휴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매체간 전략적 제휴와 합병의 유연성

전통 언론매체인 신문과 지상파방송의 위기 요인은 지금까지 전통언론인 한국의 신문과 지상파방송은 20년 동안 ‘매체 우월주의’에 빠져 다른 매체와의 전략적 제휴와 합병이나 비유컨대 적과의 동침을 외면해 왔다. 공영방송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은 신문과 지상파방송의 뉴미디어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오직 미국과 한국의 신문과 지상파방송 만이 미디어 겸영에 실패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시장의 패권이 케이블 TV, 통신, 포털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신문과 지상파방송은 이데올로기 대립, 재정적 대립(광고시장)으로 상호 발목을 잡아 미디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없는 상태이다. 보도의 경향성이나 세계관, 가치관은 다르더라도 미디어 시장과 영역을 개척하는 데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 TV와 IPTV, 지상파와 IPTV, 지상파와 케이블 TV간의 전략적 제휴와 합종연횡 그리고 인수합병 등이 활발히 추진되어야만 매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 플랫폼 시대 이른바 방송 삼국지 또는 춘추전국시대에는 합종연횡만이 그 탈출구요 난세를 헤쳐 가는 해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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