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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인터넷 4시간에 60만원?…‘카더라’의 끝은 어디
2009.01.07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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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도 많은 이슈들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많은 정보만큼이나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 제기나 악의적인 ‘괴담’이 넘쳐났다. ‘익명의 장막’ 속에서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쏟아낸 주장들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깨고 문화를 멍들게 했다. 촛불 여대생 사망설에서 최진실 사채설까지 숱한 괴담성 주장들이 남긴 상처는 우리가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2009년 새해에는 ‘신뢰로 소통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 여론 문화를 기대하면서 대한민국 정책포털 korea.kr은 ‘2009 인터넷, 새로운 모색’을 기획했다.

③ ‘하루 수돗물값 14만원?’…황당한 수치의 허구
② 괴담에 갇혀버린 의료선진화 논의
① 인터넷 왜곡정보 폐해, 어떻게 할 것인가

“4시간 조금 넘게 인터넷 사용했을 뿐인데 요금이 60만원?”
“인터넷종량제 실시하면 요금 천만원, 일억도 가능하다!”

올해 인터넷에 떠돌았던 괴담 중 ‘인터넷 종량제 도입’ 설은 정액제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써오던 누리꾼들에겐 맑게 갠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같은 소식이었다.

이 ‘인터넷 종량제’ 괴담은 정부가 사실무근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까지, 삽시간에 30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반대서명에 참여할 정도로 빠르게 유포되는 파급력을 보였다.

인터넷 종량제란 인터넷 사용시간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 따라서 종량제가 실시될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는 만큼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부담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는 우려와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인터넷 종량제 논란은 2005년 KT 등 통신업체를 중심으로 수익자부담원칙 등을 이유로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촉발됐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가 거세고 당시 정부도 이를 허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이후 소멸됐었다.

지난해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5월4일, ‘현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인터넷 종량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설이 포털사이트 게시판(토론방)과 블로그 등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기 시작했다.

2008년 5월6일자 디지털타임스가 ‘괴담 문자메시지’ 제목의 기사에서 공개한 ‘인터넷 종량제’ 괴담이 포함된 집회참여 안내 문자메시지.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없었음에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종량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 때문에 한때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 ‘인터넷 종량제’가 상위권에 링크되기도 했다.

인터넷 종량제 시행 여부의 사실 관계를 떠나 인터넷종량제 반대 서명 사이트가 개설됐고, 인터넷 종량제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테스트 프로그램과 시행 이후 모습을 상상한 이미지까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의 불안감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더욱 고조됐다.

지난 2004년 4월9일 개설된 ‘인터넷 종량제 반대 1000만인 서명운동 사이트’에는 지난해 5월4일 오후부터 시작해 다음날까지 29만명의 서명자가 몰렸고, 테스트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네티즌들은 “한번 클릭에 30만원이다” “인터넷종량제 실시하면 요금 천만원, 일억도 가능하다!” “없는 사람은 인터넷도 하지 말라는 얘기냐” 등의 내용이 ‘괴담’처럼 퍼졌다.

당시는 광우병, 독도 포기 등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나돌며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인터넷 종량제’ 설은 인터넷 여론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느니, 쇠고기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는 등 정부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또 하나의 구실이 됐다.

인터넷 종량제 시행 이후의 모습을 상상한 이미지

일부 언론의 신중하지 못한 보도도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오해를 증폭시키는 영향을 미쳤다. 일부 온·오프라인 매체는 인터넷 종량제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유언비어 확산을 부채질했다.

한 예로, 네이션코리아는 2008년 5월4일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터넷 종량제가 실시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을 다시 건드린 때문”이라고 보도하면서, 마치 인터넷 종량제 도입이 대통령 공약사항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또다른 인터넷매체인 투데이코리아는 같은 날 “인터넷 상에서 쇠고기, 독도 문제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종량제 실시될 것이라는 여론이 일면서 새 정부의 정책적 기조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며 “실제로 인터넷종량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인터넷 종량제 추진설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5월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인터냇 종량제 추진’ 소문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도 포함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터넷에 고의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고발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도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발표 후 언론과 포탈사이트에서 ‘인터넷종량제 실시는 사실무근’이라는 글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일부언론은 처음 보도와 달리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내용은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프리존뉴스라는 인터넷 매체는 ‘인터넷종량제 공약설’에 대해 “네이버 뉴스란에서 ‘인터넷 종량제’로 검색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8월 이후 같은 해 12월 대선까지 ‘인터넷 종량제’기 포함된 기사는 총 3건이었고, 이들 기사 중 어디에도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가 인터넷 종량제를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는 없었다”는 분석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번 인터넷 종량제 논란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터넷 종량제’ 괴담이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조장하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해프닝 이상의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 특성상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사실 확인도 전혀 안 된 정보가 유포될 경우 치러야 할 혼란과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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