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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누가 행정인턴을 ‘복사맨’이라 했나?
2009.02.0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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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인턴 제도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돼 갑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지난해 12월 시작된 행정인턴 제도는 대졸 미취업자들이 정부 각 부처 등에서 인턴십 과정을 통해 사회 실무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행정인턴은 단순 아르바이트다, 커피 심부름과 문서복사만 한다’는 등의 오해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대한민국 정책포털 korea.kr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 명의 행정인턴 체험기를 소개합니다.

며칠 전 TV를 보다 마음이 쓰라렸다. 행정인턴 일을 시작한 지 꼭 12일째 되는 날이었다. TV 토론회에 나온 한 패널이 행정인턴 제도에 관해 얘기하면서 ‘행정인턴=복사하는 사람’으로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서운했다.

나는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홍보콘텐츠개발과에서 언론정보학이라는 내 전공과 밀접한 실무를 맡고 있다. 그 일은 ‘알바’도 아니고 복사 등 단순 보조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언론사 뉴스와 각 정부부처에서 발행한 보도자료를 훑어본다. 평소 일간지와 뉴스 프로그램으로 접했던 정책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보도자료와 그 속에 담긴 새 정책과 소식들. 그 중에서 정책포털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소식들을 선별해 기사 형식으로 풀어쓰는 게 내 주요 업무다.

이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 이 정책뉴스를 일반 국민들에게 어떻게 쉽게 전달할지 고민하면서 기사를 썼다 지웠다 하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행정용어로 가득한 보도자료에서 일상용어를 끄집어내려 안간힘을 쓰다 결국 그대로 옮겨 쓴다. 단어 하나를 두고 고민하는 사이, 내 원고를 기다리는 업무 멘토의 애간장을 본의 아니게 바짝바짝 태운다. 또 덜렁거리는 성격 탓에 500억원 규모의 정책을 100억원으로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러 국가 예산을 들었다 놨다 한다.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내일은 보도자료가 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발칙한 생각도 해 봤다. 이것이 행정인턴으로서의 좌충우돌 내 일상이다.

또 ‘정부’라는 특이하면서도 평범한 조직에서 매일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낀다. 천편일률적인 일만 할 거라 생각했던 ‘공무원스러운’ 사람 대신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홍보 전문가를 만난다. 그 사람들을 통해 수만 가지의 생각을 접하고 ‘공무원은 칼퇴근’이라는 오명 속에도 매일 야근을 거듭하는 공무원들의 치열함을 맛본다. 인턴이라는 신분으로, 때론 조직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반성을 반복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콘텐츠개발과 행정인턴 박지은 씨. 부처 보도자료를 가독성 있는 정책뉴스로 만들어내는 일은 언론정보학 전공자 지은 씨에겐 소중한 경험이다. <사진=문화부 홍보담당관실 전소향>

한 번 정해진 이미지는 쉬이 바뀌지 않는다. 행정인턴이라는 제도도 마찬가지다. 행정인턴 도입 발표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말이 오고 갔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채용하는 제도인 만큼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처음 행정인턴 채용 계획을 발표했을 땐 구체적인 훈련 계획 준비가 부족했던 점도 있었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선심성 전시행정용’, ‘대책 없는 임시방편용’ 등이라 비판했다. 이런 비판 속에 행정인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확대 재생산돼 온 것 같다.

하지만 행정인턴 제도는 언론의 뭇매 속에서 도리어 내실을 다져나가고 있다. 언론은 정부에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했고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각 부처 인사과에서는 행정인턴을 위한 훈련과정과 요건들을 보완했다.

행정인턴 제도의 성과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중앙정부에서 지자체, 공공기관까지 행정인턴이 속한 범위가 넓어 내 시각으로 ‘행정인턴은 이렇다’고 잘라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이제는 행정인턴을 통해 무엇을 부여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제도를 나에게 어떻게 적용시킬까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고, 듣고, 배우고, 익히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2주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분주함을 떠올리면 16일이 하루 같고, 느낀 점을 돌이켜보면 16일이 일 년 같다. 이런 행정인턴 일을 누군가 ‘복사’라는 단어 하나로 치환해 버리니 서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아, 고민해야지, 고민해야지… 그리고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지…’ 누워서 생각하려다 그 사이 곯아떨어진다. 행정인턴에 대한 주위의 무수한 관심과 오해 속에, 배우고 익히느라 고군분투하는 다른 행정인턴들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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