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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하루 수돗물값 14만원?’…황당한 수치의 허구
2009.01.05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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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도 많은 이슈들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많은 정보만큼이나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 제기나 악의적인 ‘괴담’이 넘쳐났다. ‘익명의 장막’ 속에서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쏟아낸 주장들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깨고 문화를 멍들게 했다. 촛불 여대생 사망설에서 최진실 사채설까지 숱한 괴담성 주장들이 남긴 상처는 우리가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2009년 새해에는 ‘신뢰로 소통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 여론 문화를 기대하면서 대한민국 정책포털 korea.kr은 ‘2009 인터넷, 새로운 모색’을 기획했다.

② 괴담에 갇혀버린 의료선진화 논의
① 인터넷 왜곡정보 폐해, 어떻게 할 것인가

2008년은 어느 해보다 ‘인터넷 괴담’이 많은 한 해였다. ‘수도사업이 민영화될 경우 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이 된다’는 ‘수돗물 괴담’도 그 중 하나다.

매일 음식을 만들고, 마시고, 씻는 물 값이 1000배 가까이 오른다는 ‘황당한 소문’은 지난해 5월 중순 포털사이트에 첫 출몰한 이후 급속히 번져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수돗물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고, 생존과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에 감당 불가능한 요금을 매겨 이익을 남기는 장사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담은 괴담으로 끝이 났다. 특히 하루 14만원 수돗물 값은 수도요금을 현재 시판중인 생수 가격으로 대체해 추산한 비현실적인 수치다.

설사 민영화가 된다하더라도 수돗물 값 관리는 여전히 정부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요금 인상은 불가능하다.

■ 수도사업 민영화한다?
No! 지자체 수도요금 결정권, 관리·감독권 유지…전문사업자에 ‘경영위탁’

수도 민영화 논란은 ‘물산업지원법’(가칭)에서 불거졌다. ‘지자체가 상수도사업을 위해 지자체 외의 외국인과 외국법인을 포함한 민간과 공동출자해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 때문이다. 물산업지원법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된 ‘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에 의해 2007년 7월 만들어져 지난해 6월 초 입법예고할 계획이었다.

반대론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물산업지원법이 통과될 경우 수돗물 값이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자체 출자법인 설립시 민간 지분 50% 이상 참여를 인정하는 것은 수돗물의 공공재적 성격을 포기한 ‘민영화’에 해당하며, 이 경우 민간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무분별한 요금인상을 감행할 것이란 주장이었다. 특히 ‘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까지 치솟게 된다’는 비이성적인 괴담이 촛불정국 와중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괴담 유포자들은 ‘수도사업 민간위탁 역시 수도사업 민영화의 전 단계’라며 민간위탁 반대여론 형성에까지 나섰고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된 ‘수돗물 민영화 저지 서명운동’엔 5만4000여 명의 네티즌이 서명했다. 여기에 공무원노조까지 가세해 ‘수도사업 민영화 후 남아공 수도요금 600% 인상’ 등 외국 민영화 실패 사례를 들어 불안감을 부추겼다.

당초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수도사업 전문화는 국가나 지자체가 수도시설 소유권을 갖고 수도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민간 전문사업자의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개념이다. 지자체가 수도요금을 결정하고 전문사업자의 사업 운영실태를 관리·감독하므로 민영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현행 수도사업은 사실상 문제가 많다. 규모의 영세성, 비전문성, 중복·과잉투자 등에서 오는 지역간 서비스 불균형과 질 낮은 수도서비스는 시민단체에서도 인정하는 문제들이다. 이에 정부는 지방상수도 구조개편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각 지자체 여건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중 ‘민간위탁’은 현행 수도법이 허용하고 있는 수도사업 운영방식의 하나로, 현재 13개 지자체가 수자원공사 시설을 위탁운영 중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괴담은 인터넷과 촛불시위 현장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고, 정부는 결국 지난해 6월2일 ‘물산업지원법 제정 유보’를 선언했다. 촛불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후에도 괴담이 가라앉지 않자 그해 8월 말 환경부와 여당은 민간 출자 조항을 삭제하고 명칭도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법률’로 바꿨다. 그럼에도 민영화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9월2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법률 제정 철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 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 된다?
No! ‘수돗물 값=생수 값’으로 가정해 산출된 ‘비현실적 수치’

괴담 내용 중 여론을 가장 자극한 대목은 ‘하루 수도요금 14만원’ 부분이다. 14만원은 1인 1일 물 사용량을 285ℓ로 가정하고 수돗물 값을 현재 시판 중인 생수 가격(ℓ당 500원)으로 가정할 때 산출 가능한 수치다.(285ℓ×500원=142,500원/1인·1일)

2006년 현재 전국평균 수도요금은 577.3원/㎥(ℓ당 0.577원). 생산원가(704.4원/㎥)의 82.0% 수준이다. 원가를 100% 반영해도 704원/㎥으로, 하루 14만원의 수돗물 값은 도저히 산출될 수 없는 수치다. 문제는 황당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러한 괴담이 인터넷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횡행했다는 사실이다.


수도요금은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자치단체에서 결정(지방자치법 제39조 제1항 제4호 및 제139조)하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관리하는 공공요금에 포함되므로 전문사업자에 의한 임의적이고 급격한 요금인상은 발생할 수 없다.

현재 수자원공사에서 위탁운영 중인 지자체의 위탁 대가는 고정 위탁대가에 물가상승률만 반영해 산정한다. 실질 수도요금 인상은 지자체 급수 조례로 정하기 때문에 위탁 이후에도 인상률은 미비했다. 실제 논산, 서산, 사천, 정읍 등 지자체는 요금을 동결했다.

“오히려 전문화를 통해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 운영비를 절감하고 노후시설 개량을 통해 누수율 절감, 서비스 향상 등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을 위한 혁신이 이뤄지면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 외국도 수도민영화 다 실패했다?
요금결정까지 민간에 맡긴 일부 개도국의 투자유치 실패 사례일 뿐

일부 외국의 수도사업 민영화 실패 사례도 ‘수돗물 괴담’의 그럴듯한 근거로 인용되며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 조성에 기여했다. 민영화 이후 남아공의 수도요금은 600%, 이탈리아 약 400%, 볼리비아 300%, 아르헨티나 70~80% 인상됐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들은 경제적 낙후 국가들이 세계은행이 자금지원 조건으로 민영화를 내세워 타율적 구조개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다. 요금결정까지 민간기업에 맡기거나 법적·제도적·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투자유치 실패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것이다. 화폐가치 하락, 외환위기 등의 외부적 요인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인용한 이탈리아 사례는 수도사업 경영효율화를 위해 주변 37개 지자체의 수도사업 통합·광역화를 강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 주도의 경영권 행사, △기존 지자체가 안고 있던 과도한 부채 부담, △계량기 미부착에 따른 도수(盜水) 관행(Not to pay 문화)으로부터 사용량에 근거한 요금 징수체계로 전환해 요금이 인상한 경우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보급률(상수도 92%, 하수도 85%)이나 기술수준, 인적·제도적 기본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므로 실패한 개도국 사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수도사업자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 대국민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국내 여건에 맞는 자율적·독자적 모델을 추구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었다”고 설명했다.

■ 중소 정수장 경영효율화·농어촌지역 등 수도보급률 향상이 숙제

지난해 9월1일은 근대적인 수돗물이 공급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1903년 고종 황제가 특허권을 내주고, 이를 양도받은 대한수도회사가 뚝도(뚝섬)에 취수시설과 정수장을 지어 1908년 서울 사대문 안과 용산 일대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도보급률은 성장을 거듭해 1976년께는 급수 인구 40%를 넘었다. 그리고 2006년 현재 전 국민의 91%, 도시주민의 97%가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164개 지자체 수도사업체 중 88%가 하루 수돗물 10만㎥이하를 생산하고 있다. 이같이 규모의 경제가 없고 재원과 전문가가 부족한 시·군 단위 중소규모 정수장의 수도서비스 퀄러티는 필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농어촌 지역 수도공급은 40%를 겨우 웃돌고, 수돗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인구도 23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수도분야의 시급한 문제는 열악한 중소규모 정수장의 효율 향상과 서비스 개선이며, 낙후지역 및 농어촌 지역의 수도보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현행 수도법 테두리 내에서 지자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 수도사업 경영효율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을 실시,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한 후 공감대 형성에 나서고 향후 사업 확대 시행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맑은 수돗물 포럼’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지난해 6월 개설된 블로그 ‘수돗물 사랑’도 계속 운영해 네티즌과의 소통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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