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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전문가들이 말하는 4대강 살리기
2008.12.3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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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1] 강 중심에서 강변 차원으로
4대강 살리면 경제와 환경 모두 산다
(심명필 인하대 교수·한국수자원학회장)

최근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우리나라 수자원 및 하천 관리 시스템에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하천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왔다. 이번 정비사업은 홍수를 방지할뿐만 아니라 하천 환경을 복원해 하천의 본래 기능인 이수(利水)와 치수(治水) 양면을 모두 개선하는 포괄적인 사업이다. 버려진 하천 환경을 개선해 원래의 기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사업은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가 및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토에서 하천의 기능은 우리 몸의 핏줄과 같다. 우리의 하천들은 말라가고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하천이 쉽게 범람하여 침수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 가뭄과 홍수, 물 부족과 수질 오염 등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미래의 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좀더 진취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하천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동안의 하천 관리는 하천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유역 차원의 대책이다. 하천과 유역이 홍수를 분담하고, 제방과 댐을 보강해 홍수를 예방하며, 논밭이나 습지와 같은 저지대를 이용해 홍수 대비용 저류지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수많은 농업용 저수지의 효용성을 높이고, 하상(河床) 정비를 통해 오염 물질을 제거해 수질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투명한 계획으로 국민 신뢰 얻어야

양평에서 바라 본 남한강.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하천 환경 복원사업인 것이다. 방치돼온 하천을 살리는 길이다.최근 10년간 수해로 인한 연평균 피해액은 1조 7000억 원이고, 복구비만 4조 원에 달했다. 가뭄과 홍수는 천재지변이지만 거의 매년 반복된다면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수해는 사전에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 4대강 하천 정비 사업비는 14조 원이라고 한다. 사실 정부는 2002년부터 12대강을 대상으로 유역 종합 치수대책을 수립, 추진 중이었다. 20조 원의 사업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돼왔던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든 경제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정부 통계에 의한 실업자는 75만 명이지만 실제 실업자는 317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 산업의 고용과 생산 유발 효과는 전 산업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1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23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하천 정비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경제위기 속에 선진국들도 공공건설 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을 꾀하고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4대강 살리기는 국가 경제발전은 물론이고 각종 국토개발 계획과의 연계성,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 지역 균형발전과 사회적 영향 등까지 고려한 종합적 개발이어야 한다. 아울러 투명한 계획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노력도 중요하다. 새해를 맞으며 4대강 살리기가 경제 난국을 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제언 2] 낙동강을 ‘자연형 하천’으로
두 손 오므려 목 축일 날을 위해…
(박상원 계명대 환경대학장)

낙동강 유역은 대구광역시를 중심으로 구미, 부산, 포항, 울산, 마산, 창원 등 여러 도시를 거치며 발달해 있다. 3개 광역시와 5개 도, 19개 시와 22개 군에 걸쳐 있는 낙동강의 총 유역 면적은 2만 3384㎢로 국토 전체 면적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의 형상은 백두대간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흐르는 장방형이다. 중·상류부인 경북도 북부지역은 하도(河道) 경사가 급해 토석류가 발생하는 등 매년 홍수 피해가 발생한다. 충적층을 이루고 있는 하류부는 매우 완만해 홍수 범람 및 침수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의 수자원 총량 285억 톤 중 약 34%만이 용수로 이용되고 있고 66%는 손실되고 있다.

이러한 수계 특성에다 연중 강수량의 편차가 심한 우리나라 기후 특징이 결합해 연강수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6~8월에는 태풍이 잦아 홍수 피해가 크다. 겨울 강수량은 연강수량의 8% 미만에 불과해 가뭄 피해도 적지 않다.

수질의 경우 중류지역(대구·구미)에 대규모 공단 및 소규모 지방공단이 밀집해 있어 낙동강 수질오염원의 52% 정도가 집중돼 있다. 이밖에도 도시의 생활하수 배출 등에 의한 점오염과 대도시 인근 유역의 비점오염에 의해 식수원이 위협받을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하류습지도 후대에 물려줄 유산

낙동강 줄기인 경남 밀양 수산교 아래. 하천길이 막히면서 마치 사막처럼 온통 모래밭으로 변해 있다.
특정 폐수를 배출하는 업소나 발생량이 한강에 비해 6, 7배 더 높아 페놀 유출사건 등 크고 작은 오염 사고에도 노출돼 있다. 반면 우포늪, 구담습지, 구미해평습지, 하구언 등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많은 습지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후대까지 잘 보존해 나가야 하는 숙제 또한 갖고 있다.

낙동강이 안고 있는 이러한 현안 해결을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을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치수와 수질오염, 오염사고 등에 대해 개별적이고 사후적인 해결에만 중점을 뒀을 뿐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를 보여 왔다.

따라서 복합적이고 다변적으로 발생하는 낙동강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낙동강 하천환경 정비사업은 기존 토목 중심의 하천 환경을 친환경적 하천 생태계로 조성하고, 지하수 및 지표수의 통합적 관리와 유역 주민의 실질적 참여는 물론 효율적인 물수요 관리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미래사회에 걸맞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자연형 하천’이면서 동시에 하천의 레저·관광 자원화 등 환경과 성장을 함께 실현하는 녹색성장 사업이 돼야 한다.
낙동강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통해 홍수로 빚어지는 피해를 줄이고 복구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뭄에도 비상용수 공급이 가능하고, 평소 국민에게 다양한 여가 활동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생태습지 및 하천숲 등과 함께 CO2를 저감하는 기후변화 대비에도 한몫할 수 있다.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신사업을 통한 생산유발 효과 등으로 지역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맑은 물 사랑 선언문’에는 “오늘 우리는 다시 저 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두 손 오므려 목을 축일 날이, 우리가 떠나고 우리 아들 딸까지 떠나고 난 그 후에야 올지라도 ‘맑은 물 사랑’에 정성을 다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와 같이 낙동강 하천환경 정비사업은 현재의 우리가 아닌 미래의 우리를 위한 사업이 돼야 한다.

[제언 3] 영산강을 ‘치수가능한 하천’으로
막힌 물길 뚫어 생명이 약동하게 하라
(이우범 전남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영산강은 그 유역에 나주평야를 비롯해 넓은 충적지와 구릉지가 곳곳에 펼쳐져 있고, 물길이 자유곡류를 해 범람원이 하천 주위에 발달해 있다.

영산강은 퇴적과 침식 작용이 심해 유역의 평야 대부분이 하천 바닥과 거의 동일한 높이에 있다. 계절에 따른 유량(流量) 변화도 매우 심한 편이다. 하상계수가 작은 영산강은 여름철 홍수가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류지역에 댐을 건설하게 됐다. 그러나 댐 건설에 따른 유량의 저하는 하천의 퇴적물 제거를 어렵게 했다. 또한 영산강 하천 바닥의 경사 또한 매우 낮아 상류수역조차 유속이 느려져 하천의 퇴적률이 높아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정부는 1972년부터 ‘영산강 유역 종합 개발사업’을 실시, 1단계 사업으로 상류에 장성·담양·광주·나주 등 4개 댐을 막았고, 1981년 2월 2단계 사업으로 영산강 하구언을 설치했다. 이러한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매년 되풀이되던 홍수와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1994년 주암 다목적댐이 광역 상수원으로 활용되면서 영산강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졌다.

댐 증축해 홍수조절 능력 확보해야

뱃길 복원사업을 추진 중인 영산강변의 일출 모습.
이후 부적절하게 처리된 광주천 하수의 유입, 하천 유지용수의 감소, 홍수 조절 및 염해 방지 등 농지 관리를 목적으로 축조된 하구언에 의한 퇴적물의 축적 등으로 인해 수질이 갈수록 악화됐다. 하천 유지용수량이 매우 적어 갈수기에는 수생생물의 서식공간이 위협받고 있으며, 하천수질 악화, 자정능력 저하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해 효율적인 수질관리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영산강 유역 내 4개 댐은 홍수조절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 홍수가 나면 하천이 그 부담을 100% 떠안는 실정이다. 영산강의 이러한 과도한 홍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역 내 4개 댐을 증축해 홍수조절 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부가적으로 댐을 증축해 확보되는 여유수량은 저·갈수기에 특히 문제가 되는 하천 유지용수량의 부족현상 해소 및 하천경관 개선 그리고 수질오염 문제의 해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영산강 유역 내에서 가장 많은 점오염원(생활하수·산업폐수·축산폐수처럼 오염 물질이 특정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을 배출하고 있는 광주 제1하수처리장의 방류수에 대한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영산강의 하천 수질오염 해결을 위한 단기적 방안밖에 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는 유역관리 차원의 점 및 비점오염원에 대한 근본적인 제거 대책이 필요하다.

영산강의 생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 유역에 산재한 크고 작은 지류를 친환경적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하천의 생물 서식공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으로 하류의 오염된 하상 퇴적물의 준설과 합리적인 하구언 관리를 위한 사업이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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