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오늘 이 자리에 기업에서 오신 분이 두 분이나 있고, (그 분들이) 장관들이 중소기업 현장을 많이 방문해 달라고 했는데 장관들이 현장방문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내가 봐도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제3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형식적이지만 새해는 ‘희망찬 새해’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말하지 못해 안타깝다. 그런 가운데서도 길을 찾아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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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제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이 대통령은 “요즘 사람들이 기가 죽어서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와도 크리스마스 기분이 안 난다”며 “그러나 너무 기죽으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최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노점상 박부자 할머니와 부산 자갈치 아줌마, 마포 한 식당에서 만난 할머니와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최근 보름 새 할머니들한테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저께 어떤 모임에 갔더니 부산 자갈치 아줌마가 마이크를 잡더니 ‘허구한 날 어렵다, 안된다고 하니까 될 것도 안 된다. 힘들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하더라”면서 “박부자 할머니는 ‘세상이 다 어려운데 대통령께서는 얼마나 수고가 많으냐. 나는 아침에 일어나 나라가 잘되라고 기도한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또 “4~5일전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행사에 갔는데 그 삼겹살집 주인 할머니가 ‘위기를 넘기는 방법은 딱 한가지다. 입 꽉 깨물고 죽기 살기로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강보옥 할머니가 선물해 준 목도리를 언급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나는 행복하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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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제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이날 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 △단기적으로 추진해야할 추가과제 △중장기적인 개혁과제 등 3가지 사안을 논의했다.
자문회의는 특히 최근 경제난으로 인한 부동산경기 침체와 관련, “건설경기 및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미분양 아파트의 조기 소진을 위한 패키지 상품의 개발, ‘미분양 아파트 펀드’ 활성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자문회의는 또 신용경색 회복 및 경기활성화를 위해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역할이 제고돼야 하며, 선제적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아울러 최근의 고용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활용, 현행 경직적인 비정규직 관련 법체계를 보다 유연하게 개편해야 하며, 해외 근무경험이 있는 관료 및 대기업 퇴직 임직원을 글로벌 컨설팅 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문회의는 이밖에 서비스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개혁해 서비스업의 기업화를 유도하고 다양한 한미간 전문가 회의체 등을 통해 양국 공조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상 기관으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 및 주요정책 방향 수립에 관한 자문을 담당하는 기구다.
다음은 청와대가 전한 자문위원들의 주요 발언록.
□ 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
▲윤증현 김앤장 고문=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글로벌 불균형 추세가 변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에 따른 각국의 통화와 환율전쟁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최종찬 전 건교부 장관=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달러에 대한 신뢰가 저하돼 달러가 약세가 될 경우 국제유가 등 달러표시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도 생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전 세계의 성장이 동시 저하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유일하기 때문에 달러의 과잉공급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고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양호 국토연구원 원장=올해 세계적 정책공조로 투입한 자금지원의 효과가 발휘돼 오는 2010년 상반기에는 경제가 다시 상승기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신상민 한국경제신문사 사장=금융·재정 측면에서 자금지원을 많이 하는 것이 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으므로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하나의 국가가 통화와 재정을 동시에 확대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전세계가 동시에 통화와 재정을 확대하는 현 상황에서는 부작용보다는 경제회복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단기 추진과제 및 중장기 개혁과제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인력조정, 연구개발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정책집행 실적을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신보의 운용배수를 법정배수(20배) 내에서 올리고 이에 따른 위험은 정부가 솔선수범에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며,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1990년대말 외환위기 때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 필요하다.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KOTRA의 수출인큐베이터를 신흥개발국에 집중하고, 마케팅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하다.
▲이효수 영남대 교수=노동시장의 레이오프(lay-off.일시적 해고) 시스템을 도입하면 비정규직 문제 등의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강은희 위니텍 대표이사=해외진출기업이 국내로 유(U)턴하는 경우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하며, 정부에서 현장방문 등 현장을 뛰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내년도 추경예산을 늦은 시기에 대규모로 준비하기 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청년실업 대책 등에 집중해 중소규모로 추진하는 것이 경기회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재정 조기집행을 추진함에 있어 독려에 그치지 말고 전달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