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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2009 업무보고 ‘각본’ 깨고 ‘파격’ 진행
2008.12.23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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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대로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합시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첫 새해 업무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토론을 제안하며 던진 일성이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통상 매년 1, 2월에 하던 새해 업무보고를 한 달이나 앞당긴 만큼, 형식적인 보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자는 주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각본대로 하면 토론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직자들도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하는 게 좋다”며 자유토론을 적극 유도했다.

■ 한 달 앞당겨 시작…하루라도 빨리 ‘경제살리기 시동’ 의지

재정부와 금융위, 공정위를 필두로 시작된 2009년도 부처 업무보고는 여러 면에서 과거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먼저 통상 새해에 시작해 길게는 3월까지 이어지던 업무보고를 한 달 가량 앞당겨 연말에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09년도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속도전'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연내 보고대상 부처로 재정부·금융위·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 등 예산사업 부처, 경제부처가 선정된 것도 “이른바 예산 조기집행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실물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미”라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한 일선 공무원은 “당장 좀 바쁘더라도 연내 업무보고를 마치고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맞는 시스템이다. 보고가 끝나기 전까지는 자료 준비에 계속 매달려 있어 ‘실제 업무모드’ 조성은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에 공감을 표했다.

■ 과장급까지 참석…3~4시간씩 자유토론

이번 업무보고는 또 장·차관과 실국장들만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과장급까지 참석해 전례 없이 대규모로 열렸다. 업무보고 방식도 일방적인 보고 형식에서 벗어나 3~4시간에 걸친 토론 형식으로 진행돼 ‘파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보고 내용을 일일이 메모하면서 직접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1~2월 열리던 새해 부처 업무보고가 한 달 가량 앞당겨 시작되고 이 대통령과 부처 공무원간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돼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이 대통령은 두 번째 업무보고가 열린 22일에도 “오늘 보고 역시 실질적인 핵심 문제를 논의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뒤에 배석하고 있는 공직자들도 발언하고 싶으면 손을 들고 언제든지 발언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배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에 참여해도 되기 때문에 여러분이 참여해서 보고가 효과적으로 되고 이 보고가 끝난 뒤에는 하나의 길로 가야 한다. 토론을 통해 이뤄낸 합의점을 가지고 하나의 생각을 갖고 출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이슈 관련 토론 활발

18일 토론은 △일자리 지키기와 만들기 및 투자활성화 방안 △빈곤층 및 서민층 등 취약계층 지원 대책 등 크게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수원 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이 “공공부문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사후점검을 강화해 기관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기관별 공공투자 규모를 조기에 확정·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부가 견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도 업무보고에서 보고 내용을 일일이 메모하며 직접 질문을 던지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청와대>

이 대통령은 이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절감되는 예산을 생산적인 용도로 활용하면 보다 많은 사업,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올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물가변동이 있었던 만큼 과거 전례와 관행대로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22일엔 참석 공무원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한 부처간 협력,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의 조기집행 필요성과 실천방안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도 ‘4대강 재탄생’ 사업이라고 명명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또 이삼걸 행안부 지방재정세제국장이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서는 시공기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초과시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계속비 계약 제도를 도입하고 2010년도 사업을 미리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업체가 자기부담을 늘릴 수 있도록 금융비용 원가산정, 기업 인센티브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이 대통령은 “하도급 업자에게 돈이 가도록 제도를 고쳐서 건설노동자들이 빨리 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 공직자들에게 ‘특별 당부 메시지’도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이 대통령의 공직자들을 향한 특별한 당부 메시지도 연일 이어졌다.

“업무보고를 앞당겨 하는 것은 내년 1월2일부터 집행에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못 박은 이 대통령은 “공직자가 위기 극복의 선도에 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하지 않고 실수를 하지 않는 공직자를 바라는 게 아니다. 일을 적극적으로 책임지면서 하다가 실수하는 사람은 정부가 책임지겠다”거나 “앞으로 나가는 대열에 여기저기에서 그 대열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끼어 있으면 대열 전체가 속도를 낼 수 없다”고 말해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공무원의 ‘역할론’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오랫동안 우리 전통이 부처와 부처간 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 지적하고 “부처끼리 경쟁하다보면 예산은 낭비되고 효과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부처간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18일 재정부와 금융위, 공정위를 시작된 내년도 부처 업무보고는 △22일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24일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여성부, 국가보훈처 △26일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이어진다.

내년 1월 중 시행키로 했던 나머지 부처들도 23일 이 대통령의 긴급지시에 의해 △27일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29일 법무부, 법제처, 권익위원회 △31일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등으로 연내 보고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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