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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국민이 바라는 정보기관
2008.12.08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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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다. 강도, 살인과 같은 치안문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외교적 문제와 크고 작은 테러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뿐이 아니라 미국발 금융위기, 사이버해킹,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 멜라민 파동 등이 우리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위기들은 여러 징후를 통해 미리 알 수 있고 예방가능하다. 그래서 사전에 이를 포착하여 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해줄 정보기관이 필요해진다.

이렇듯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야 할 범위는 과거 군사, 외교적 측면에서 벗어나 환경, 경제, 식품안전, 첨단기술보호 등 사회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법원도 간첩죄에 대해 군사기밀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한 국가기밀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최근 ‘국가정보원법’의 직무 범위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가정보원법’상 직무조항은 94년 일부 수정되기는 했지만, 62년의 틀 그대로다. 46년전의 옷을 입고 일하다 보니 앞서 언급했던 정보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개정 이유다. 일례로 우리 기업들의 첨단기술이 유출될 뻔한 사건을 국정원이 사전에 적발하면 당연하게 여기지만 현재 국가정보원법의 직무조항에는 그런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정보화사회가 더욱 발달하고 개방화될수록 사회위기요인은 점차 늘어갈 것이고, 이런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는 더 깊어질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이 차이를 메워 줄 수 있도록 현재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일 중심으로 직무범위를 개정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법 개정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은 그동안 감청고백과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기억 때문이다. 그 대가로 국정원은 탈권력을 부르짖으며, 불필요한 업무와 조직과 장비들을 없애가며 제살깎기를 감수해왔다. 또 국가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활동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로부터 직무범위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국정원이 그동안 법적근거에 대한 논란에 휘말려 응당 해야할 일을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탈권력화했다는 증거다. 정보기관의 직무를 일일이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가도 지구상에 드물거니와, 스스로 법적근거를 확보해야만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일부 비토집단에서 주장하듯 지금이 정말 공안정국이라면, 국정원이 굳이 법적근거를 갖추는데 나설 필요가 있을까?

현재 국정원은 국회의 예산통제는 물론 언론과 국민들의 실시간 감시를 받으면서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국익 증진을 위해 세계 각국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이면에는 해외정보기관들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국내에서 실정법이 발목을 잡는다면 문제다. 정부기관에 대한 정당한 통제와 감시는 엄중히 하되 비로소 올바른 일을 하려는 의지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해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미 그 만큼은 성숙했고, 더이상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을 허락할 것 같지 않다.

국정원법 개정은 직무범위 확대가 아니다.
옛날 주인이 잠시 잘못 휘둘렀다고 해서 국민과 나라 지키는데 필요한 창과 방패를 꽁꽁 묶어놓고 녹슬게 버려두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국회는 차제에 말로만 국민을 앞세우기 보다는 국가의 이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국가기능과 법을 정비하는데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실용주의를 실천하길 바란다. 과거 피해의식을 앞세워 무턱대고 반대하는 비합리적인 태도와 당리당략에 휩쓸리지 말자. 그리고 국정원은 낡은 옷을 벗고 그동안 직무범위에 대한 논란에 갇혀 하지 못했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얼마나 더 탈권위하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을지, 어떠한 정보역량을 갖춘 기관이 될 것인지 고민하길 바란다. 우리 국민도 제대로 된 정보기관을 가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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