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영화진흥 정책수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비롯해 영화인 15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새 정부 영화진흥정책의 기조와 방향, 온라인 공공유통배급망 사업을 통한 새로운 영화시장 창출 방안 그리고 영화진흥기관의 역할과 지원정책 방향 등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20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열린 ‘영화진흥 정책수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홍보팀>

유인촌 장관은 축사를 통해 “정부는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지원할 자세가 돼 있고, 예산도 확보됐다”며 “작은 현장이라도 활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예술영화·대중영화?…상업·비상업 구분 명확히 해야

첫 날 발제자로 나선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정재형 교수는 향후 영화진흥정책의 기조 및 방향으로 ▲영상산업 부흥을 위한 상업영화의 활성화, ▲문화력 확대를 위한 비상업영화의 보급, ▲글로벌 가치 추구를 위한 해외수출 주력 등을 제시했다.

이날 정 교수는 “영화정책 진흥의 실천적 출발점은 상업영화와 비상업 영화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일”이라며 “상업영화는 저예산·고예산, 장·단편, 극·다큐 등 장르적 다양성과도 상관없이 전문 상업적 투자사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영화를, 비상업영화는 전문 산업 투자사에 의하지 않은 개인적 독립자본, 후원금 등에 의한 영화를 지칭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러한 기준이 시급한 이유는 국가가 비성업영화를 구입하고 보급할 때 어떤 기준에서 비상업성을 분리해낼 것인가에 대한 투명한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현재 영진위가 갖고 있는 예술영화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상업영화 국가가 교육적·문화적 활용 나서야

정 교수는 또 “비상업영화야말로 영화예술의 본령을 제시하는 진지한 영화적 작업들이며 현재와 미래의 예술적 방향 및 교양의 척도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결과물”이라며 “국가가 개입하여 철저하게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업영화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비상업영화를 내용·주제·형식적 특성에 따라 목록화, ▲초중등학교의 다양한 교과과정에 맞게 영화읽기 교재 편찬, ▲예술강사 연수에 비상업영화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 추가, ▲강의에 활용할 우수작품을 선별하는 작품선정위원회의 존재, ▲창작자들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비상업영화의 교육·문화적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순환구조 정착 등을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상업영화의 배급·상영시스템에서 비상업영화를 분리·보호해야 하는데 그것이 현재 실행되고 있는 아트플러스 극장이나 멀티플렉스 내의 다양성 전용관을 통해 해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경우처럼 국가 위원회를 조직하고 지침을 통해 비상업영화를 공공상영관에서 무료로 대관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비상업적 극장공간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보상 현실화·민간 합작 유도로 수출 활성화해야

한국영화 국제화 정책에 대해 정 교수는 “영화는 국가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키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국내에서 국산영화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해외수출을 활성화시켜 부가시장이 살아나고 수익률이 올라간다면 한국영화의 국제화라는 목표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영화 수출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는 “수출 장려를 위해 후보상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 액수에 따라 포상금액을 1:1 매칭펀드 개념으로 높게 책정하는 방식 등 좀 더 적극적으로 금액을 높여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 교수는 민간영화사들의 합작을 유도하기 위한 대안으로 ▲각국의 트렌드나 영화소재, 문화적 배경 등을 리서치해 영화제작을 돕는 국가기구 해외지사 설립, ▲국내 시나리오 작가를 해외에 장기체재시킴으로써 외국과의 합작이 가능한 작품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내도록 지원하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또 “정부는 제작지원 뿐 아니라 공정한 제작 질서를 지켜주는 역할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불법다운로드를 단속하고 공정거래 질서 확립 스크린 독과점 규제 등을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영화스텝노조와 기타 노조와의 협약에 의한 임금투명화, 투자의 신비화를 막기 위한 합리적인 투자자문회사의 설립 및 지원, 상업영화는 이야기의 승부인 만큼 이야기 분석 및 대본 자문 비용 지원 등 여러 부문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날 토론에는 노종윤 노비스 대표, 신우철 영화인협회 이사장, 유인택 아시아문화기술투자 대표, 정인엽 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정헌일 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상훈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참석했다. 
 

■ 29일 한국영화 공정경쟁환경조성특위 사업설명회 

다음날인 21일에는 영화평론가 곽영진씨가 ‘부가시장과 공공유통배급망 사업을 통한 새로운 영화시장 창출’을 주제로 이주익 보람영화사 대표가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이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이준동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이수범 인천대 교수, 구창모 전 소니엔터테인먼트 상무, 배장수 스포츠칸 기자, 김형준 다인필름 대표, 신철 신씨네 대표, 유동훈 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김성수 영화감독, 전찬일 영화평론가, 유지나 동국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