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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역발상 기부’가 지금 필요한 때
2008.12.0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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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10년 전 IMF 외환위기 이후 금년처럼 그 말이 피부에 와 닿은 적이 없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쪽방촌 사람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더 많은 노숙인들이 찬바람을 맞게 되고 사회복지시설을 찾아오는 발길은 뚝 끊기게 된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는 기름값과 장바구니 물가는 서민들의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든다. 나쁜 것은 오르고, 좋은 것은 내려가는 현실에 우울한 세밑을 맞이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이면서 최고의 기부자인 워런 버핏 회장은 ‘주식시장에서 남들이 공포에 빠질 때 탐욕을 느끼고, 남들이 탐욕에 빠질 때 공포를 느껴야 한다’ 역발상 투자로 유명하다. 모든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서 공포감을 느끼고 주식을 팔아치울 때 실제 평가보다 낮은 가격의 우량주를 살 수 있고, 모두들 호황 거품에 물들어 있을 때 신중한 투자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때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야 사회는 활력을 가질 수 있다.

요즘처럼 너 나 없이 힘든데 다른 사람을 돌 볼 겨를이 있냐고 한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나눔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IMF 외한위기 때 풀이 죽은 한국인들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골프 여왕 박세리와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선전이었다. 그리고 금 모으기 운동, 실업극복국민운동 등 눈물겨운 사회적 힘들이 결집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IMF 체제를 졸업하기도 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좌절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사회는 다시 일어설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겨울 아흔을 눈앞에 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한 할머니가 평생 삯바느질, 가정부, 공공근로로 모은 돈 1천만원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내놓았었다. 그리고 경기도 성남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도 장애연금이 나오자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써달라며 다시 내놓았다. 두 사람은 똑같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 생전에 나와 같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탤런트 문근영 씨는 익명으로 수년 동안 사랑의 열매에 기부하며 소아암 난치병 어린이들의 희망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사람들의 나눔은 희망의 바이러스처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사람들은 나눔을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눔이란 가진 것의 일부를 나누는 행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눔의 근본정신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려는 관심과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왜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행복을 얻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더 큰 행복감을 갖는 것이 나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눔이 빈부격차와 사회문제를 한 번에 바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눔’의 가치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사회는 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균형을 이루어낼 수가 있기에 더욱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나눔의 보이지 않는 힘은 지금 당장 일어나는 큰 변화는 아니지만 훗날 나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크고 작은 나눔의 실천이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씨앗을 심는 일이 된다. 뿌려질 씨앗이 많다면 우리 사회에도 점점 신뢰와 믿음이 쌓여 더욱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발현되고 진실한 나눔의 장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누라는 ‘역발상 기부’가 지금 필요할 때다. 모두들 힘들고 어렵다는 요즘 오히려 나눔이 더 활발해져 사랑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어려움을 해쳐가는 느리지만 현명한 길이 될 지도 모른다. 나눔을 통해 사회는 긍정적인 희망을 생각하고, 도움받는 사람들도 내일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나눔은 실천하기 어려운 큰 것일 필요는 없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으로 함께 할 때 더 큰 힘으로 사람과 사람 속으로 전해질 것이다.

이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시청앞 광장을 비롯해 전국에 ‘사랑의 행복 온도탑’을 세우고 본격적인 희망2009나눔캠페인을 시작한다. 이번 캠페인 슬로건인 ‘나눔, 세상을 바꾸는 힘’은 ‘전국민적인 나눔참여로 현재의 어려운 경제적·사회적 상황을 이겨내,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경제가 어렵고 모금하기 힘들다고 모금목표를 낮출 수는 없기에, 지난해 모금액보다 많은 2,085억원을 모금목표로 두었다. 달성하기 어렵고 힘든 목표지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과 사회복지 현장을 위해 사랑의 열매는 찬 겨울바람과 맞설 것이다. 우리사회가 좀 더 나눔으로 함께하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어 더욱 더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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