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지구온난화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선진 각 국들은 이 같은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우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녹색성장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녹색성장’의 현재와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수도관에서 전기를 만들고 여기서 나온 탄소배출권을 팔아 돈도 번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에겐 익숙한 이야기다. 수자원과 수공의 시설을 다양하게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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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소수력발전소 전경 |
대표적인 예가 성남정수장이다. 성남정수장은 팔당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온다. 이 때 각종 기계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펌프로 해발 90미터 높이까지 물을 끌어올린 뒤, 낙차를 이용해 정수장까지 끌어오는 방식을 사용한다.
탄소배출권 6782톤 팔아 1억7000만원 수익
여기서 남는 에너지가 발생한다. 90미터 높이로 끌어올린 물이 갖는 위치에너지는 정수장으로 물을 보내고도 남는다. 수공은 팔당취수장에서 성남정수장으로 향하는 수도관에 340㎾짜리 소수력 발전기를 설치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곳에서 생산한 전기는 약 150만㎾h. 소수력 발전을 하고 있는 안동과 장흥정수장에서 생산한 전기와 더하면 1346만3000㎾h에 달한다.
수공은 이를 UN에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등록해 총 8430톤의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았고, 이중 6782톤을 네덜란드 ABN 암로은행에 팔아 지난 9월 1억7000만원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독자적 CDM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거둔 것이다.
독자적 CDM사업이란 개발도상국이 독자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실시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고, 이를 다른 선진 의무감축국에 파는 청정개발체제를 말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거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외국의 투자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CDM사업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수공은 국내 투자와 기술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수공, 2005년 CDM 사업 착수
수공은 원래 수돗물 등 수자원을 관리하는 공사로 1973년 소양강댐에 수력발전시설을 건설한 이후엔 수력발전시설도 건설하고 있다. 현재 수력발전시설용량의 64%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공은 2005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재생에너지 활용 쪽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 컨설팅회사로부터 시화조력발전시설을 CDM 사업에 활용하자는 제안을 받은 수공은 본격적인 CDM 사업에 착수했다. 2005년 초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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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화조력발전시설 건설 모습 |
UN은 탄소감축효과를 가진 사업 중 사업 자체만으론 경제성이 없지만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CDM 사업으로 받아준다. 경제성이 없어 관련 산업 투자에 주저하는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또 반드시 계획서에 이산화탄소 감축 목적을 담고 있는 사업만을 인정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 없이 시작했다가 우연히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발견해 배출권 수익까지 노리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시화조력발전소는 이 같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 31만5440톤CO2를 인정받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수공은 사업을 확대했다. 수공은 시화조력발전시설과 소수력 1발전시설(안동, 성남, 장흥), 소수력2발전시설(대청, 주암, 달방, 성남2), 시화풍력발전시설까지 CDM 사업으로 UN에 등록했다.
수공이 여기서 확보한 탄소배출권은 33만7839톤CO2. 시화조력·풍력발전시설은 아직 건설 중이지만 소수력1과 일부 소수력2 시설은 상업발전에 들어가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활용가능한 모든 자원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수공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모두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로 만들 계획이다. 발전 잠재량은 크다. 수공의 계산에 따르면 소수력과 태양광, 풍력 등 총 71만5500㎾급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수공은 소수력 발전시설을 좀더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고산정수장 등 3곳에 1050㎾급 발전시설을 건설하고 있는데, 2011년까지 총 7200㎾급 시설을, 2030년까진 2만6100㎾급 시설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1억7000만원 상당의 탄소배출권 수익을 거둔 성남 등 소수력1 시설 1640㎾의 16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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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포취수장 태양광 발전시설 |
댐 등 관련 시설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도 추진한다. 이미 본포취수장 등 3곳에 139㎾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데 총 발전용량 64만5900㎾에 해당하는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수조절지, 댐 수면에서 태양광발전 추진
우선 댐에선 홍수조절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홍수조절지는 장마 등 비가 많이 올 땐 물에 잠겨 있지만, 평상시에는 노면을 드러낸 상태로 있다. 물이 잠기는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훌륭한 태양광발전 부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수공은 4986만4000㎡에 발전용량 30만2200㎾ 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소수력1 시설의 184배 규모다. 현재 수공은 시범적으로 남강댐의 홍수조절용지에 1500㎾짜리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사업허가를 받았고 환경문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정수장에선 옥상 등 기존 구조물을 활용한다. 수공은 총 31만㎡의 부지에 발전용량 1만8500㎾급 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남 영암의 대불정수장, 충남 부여의 석성정수장 등 네 곳에 발전용량 500㎾의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중장기적으론 전국의 다목적댐 수면에 태양광발전기를 띄워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5억3568만3000㎡에 발전용량 32만5200㎾ 시설을 띄울 수 있다는 계산인데 소수력1 시설의 발전용량보다 200여배 큰 규모다.
댐의 수온 활용한 냉난방으로 에너지 소비 감축
수공은 에너지 소비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온차 냉난방이 대표적인 예다. 수온차 냉난방은 여름엔 대기보다 차갑지만 겨울엔 따뜻한 저층수를 냉난방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2005년 지열 냉난방에서 수온차 냉난방을 떠올린 수공은 지난해 대청댐과 주암댐, 청주정수장에 100RT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시범장치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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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청댐에 설치된 수온차 냉난방 장비 |
수공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의 결과에 따라 투자 규모를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은 2030년까지 309만2000RT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냉방면적이 58.5㎡인 에어컨의 정격 냉방능력이 2RT인 것을 감안하면 같은 급의 에어컨 154만6000대가 뿜어내는 냉방능력과 같은 에너지다.
수공은 수도시설의 운영효율을 향상시켜 전기 사용을 줄이는 사업도 추진한다. 덕소취수장에서 동두천까지의 수도시설 등 네군데의 누수를 줄이고 펌프 효율을 높여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수공은 이같은 방식으로 연간 2647만1000㎾h의 전력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도 탄소배출권 1만9348톤 등록 추진
수공은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에너지 절약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더 많은 사업을 UN의 CDM 사업으로 등록하는 노력도 계속한다. 일단 내년엔 연간 857만7000㎾h를 생산해 이산화탄소 4734톤을 감축하는 효과를 갖는 고산과 판교의 소수력발전시설 건설사업과 연간 2647만1000㎾h를 절약해 이산화탄소 1만4614톤CO2를 줄이는 수도시설운영효율향상 사업을 CDM 사업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공의 홍정조 에너지계획팀 차장은 “계획대로 2030년까지 98만8000㎾ 발전용량을 확보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95만6000톤CO2를 줄일 수 있어 약 266억원의 탄소배출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원유 286만배럴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다”며 “여기서 나온 수익은 수도시설 등 수자원시설에 재투자돼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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