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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금융위기 속 FTA, 어떻게 할 것인가
2008.11.21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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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확산을 계기로 개방화,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 등 정부의 무분별한 개방정책이 최근의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인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한 야당 대표가 한·미 FTA를 추진했던 전직 대통령에게 고해성사를 촉구하기까지 하는 막금의 현실에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최근 국제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급속한 자본자유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G20 정상회담을 시발점으로 자본자유화에 대한 새로운 규율 마련 및 감시·감독체제 강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FTA의 근간인 무역자유화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적 장치의 강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자본거래와 무역거래의 차이점

자본거래와 무역거래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본거래의 경우가 통상적으로 무역거래에 비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본거래는 쉽게 얘기해서 현재에 돈을 빌리고 미래에 돈을 갚기로 하는 쌍방 간 약속으로서 거래이행 가능성은 채무자의 신용도나 미래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채무자 스스로는 알지만 채권자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asymmetric information)가 존재한다면, 채무자의 성실도가 불확실한 데에 기인하는 도덕적 해이나 채무 불이행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채무자에게 돈을 꿔주는 역선택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국가 간 자본거래 자유화는 해외자산의 매입을 통한 투자기회의 확대 및 위험의 분산, 선진적인 금융 노하우와 위험관리 기술의 도입 등 다양한 형태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자본거래의 내재적 특성 및 이로 인한 경제 전반의 파급효과로 인해 일정 수준의 규율이나 감시·감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이나 자본유출입 등의 위험에 대한 철저한 관리 대책과 함께 국내 금융시스템의 개선이 동반되어야만 자본자유화의 이득을 시현할 수 있다.

한국은 무역자유화 가장 큰 수혜국

지금까지의 관련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본자유화는 경제 발전단계나 국내금융시스템의 성숙도에 따라 그 효과가 매우 상이하게 나타나는 반면, 무역자유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특히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국제적인 무역자유화 추세에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편,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최근의 위기가 심화되었다는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더 개방된 국가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GDP대비 수출입 비중이 2006년 현재 91% 수준으로서 무역개방도 측면에서는 분명 개방된 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 GDP 대비 비중(잔액 기준)이 10% 내외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을 제외하고는 최하위 수준이다.

아울러, Chinn and Ito(2007)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개방도는 외환시장 건전성, 자본 및 경상거래의 자유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총 170여개 비교대상국 중 중위권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쯤 되면,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개방되어 경제위기가 심화되었다는 주장에는 적지 않은 공허감이 느껴진다.

필자는 개방화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면적으로는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폐쇄적인 사고나 관행이 여전히 사회 각계에 만연되어 있는 데에 있다고 본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제경쟁력보고서(2008)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개혁·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 개방을 통해 성공한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개방적인 경제관행이나 외국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는 이들 국가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특히 외국문화의 수용성 측면은 55개 비교대상국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화 과정서 이득 극대화의 길은?

자료: IMD, World Competitiveness Report (2008)

결론적으로 말하건대, 비록 최근의 경제위기가 범세계적인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른 국가 상호 간의 의존성 증가로 심화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FTA 등 우리가 그간 추진해온 개방정책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개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면서, 수출을 통한 대외시장 확대만이 선이고 국내시장의 개방은 악이라는 이분적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금융시스템을 비롯한 국내의 제반 제도를 개선해 가는 것이 글로벌화에서 파생되는 이득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대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외부 기고문은 정부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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