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시,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의 경제적인 활력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지방 경제권도 활성화해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생각할 때 우리와 유사한 환경에 있었던 일본의 대도시 규제완화 정책이 참고가 될 것이다. 1990년대 이후의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일본은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의 규제완화를 통해 일본경제를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다.
대도시 집중 억제에서 대도시 활용이라는 발상의 전환
과거 일본의 경우도 수도권 집중화를 억제하는 데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었다.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전국총합개발계획은 제1차에서 제4차(1987~2000)까지 전국토의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해 왔다. 수도권에 집중된 생산, 행정, 사무서비스, 기술개발 등의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에 주안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8년에 구상된 제5차 전국총합개발계획에서는 ‘대도시의 재생’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즉, △안전하고 윤택한 도시공간의 형성 △글로벌한 도시 간 경쟁과 국제교류에 대응 △이용도가 낮은 도심부나 수도권 임해지역의 개발을 촉진 △수도권과 지방과의 연계 기능 강화 등의 정책 방향이 채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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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도시 집중육성정책의 효과는 일본 경제를 활성화시켜 2002년 초부터 시작된 일본경기의 회복과정에서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자료사진> |
이는 과거에 수도권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왔던 정책에서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번영 없이 일본의 번영은 없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수도권을 일본경제의 확실한 중심부로 재생시키겠다는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도시재생특별조치법’ 통한 대대적인 규제혁신
1998년에 책정된 제5차 전국총합개발계획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일본정부는 2001년에 내각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도시재생본부는 민간에서 제안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검토 및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을 검토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일본정부는 2002년에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도입하였다.
이는 도시재생본부가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을 지정하고 그 속에 ‘도시재생특별지역’을 설정해 각종 규제를 집중적으로 완화하여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특별 지역에 지정되면 부동산이용 규제, 용적률 규제, 고도제한 규제, 일조권(日照權) 규제 등을 철폐할 수가 있다. 즉, 좁은 부지 내에 초고층 빌딩을 밀집해서 건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금년 5월에 지정된 오사카 나카노지마 지구의 재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1,600%의 용적률이 허가되었으며, 높이 200미터의 트윈타워의 건설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이 도시재생특별지구는 정부의 무이자 금융지원, 프로젝트 추진 특수목적 회사의 채무보증 등의 금융지원이 실시되는 등 정부공공투자 차원에서 개발되고 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이나 민간기업의 연합체인 사업 추진자는 도시재생특별지역 내의 건설계획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도 있는 자유도를 갖고 있다.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은 민간기업이 기획한 프로젝트를 도시재생본부가 승인하는 형식으로 지정되지만, 일단 지정되면 민간기업이 상황 변화에 맞게 탄력적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정부는 이제 도시 재생을 위한 공공투자 자체의 주도권을 민간기업에게 이양하고 이들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신속한 인허가 처리를 통해 사업의 추진력을 높이고 각종 금융지원까지 제공하는 등 대도시의 성장을 강력하게 지원하게 된 것이다.
민간 주도 도시개발투자로 장기불황 극복, 외국기업 유치
이와 같은 일본의 대도시 집중 육성 정책의 효과는 일본경제를 활성화시켜 2002년 초부터 시작된 일본경기의 회복 과정에서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을 극복할 수가 있었다.
도쿄지역에서는 ‘롯폰기’나 ‘시오도메’ 지역의 주상 복합형 도시 재개발을 통해 호텔, 유통단지, 관광시설, 사무실, 고급멘션 등이 들어서 글로벌 금융기관 등의 외국기업 유치에도 성과를 거두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중심지였던 ‘마루노우치’ 지역의 경우 장기불황으로 인한 대기업 본사의 축소나 도산으로 도시 전체가 활기를 잃기도 했으나 재개발의 성공으로 사무실뿐만 아니라 유통, 문화 복합 공간으로 재생되어 주말에도 사람이 오가는 관광도시로 변할 수가 있었다.
‘니혼바시’, ‘야에스’, ‘긴자’ 등 역사를 가진 상업 지역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살리면서 비즈니스·상업·레저 복합도시로서 재생에 주력해 글로벌한 관광·쇼핑 공간으로서의 부가가치를 높여 아시아 및 구미 관광객의 유치 확대에도 성과를 나타냈다.
그리고 ‘아키하바라’ 지역은 국제적인 IT중심지로, ‘신쥬쿠’ 지역은 관광·교통 거점으로 재개발이 추진되는 한편, 도쿄만 임해 지역에는 매립지를 활용하면서 사무실, 주택, 교육, 유통·문화 공간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는 신도시형 개발이 진행되었다.
이들은 아파트나 사무실을 단순히 재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창의를 활용해서 폐기물의 리사이클이나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 보안 시스템, 공원 및 문화 공간 등의 휴식 공간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합 시설을 갖춘 신생 타운(Town)으로서 재개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위상 저하와 수도권·지방의 공멸 위기 타개 필요
이러한 일본의 대도시 활성화 정책으로 광역 도쿄권은 2020년 이후에도 세계최대의 도시 인구를 가진 활력이 넘치는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2005년에 세계 20위권에 들었던 한국의 서울은 신흥국 대도시의 급성장으로 인해 인구 측면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2025년에도 위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UN전망 기준). 서울 등 수도권의 국제적인 위상 하락은 지방을 포함한 한국경제 전체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대도시와 지방의 공멸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서울, 인천 등 수도권 대도시의 활성화에 주력하는 한편, 수도권이 성장 견인차가 되고 지방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경제의 중심이 되는 대도시의 재개발 등을 통해 전국의 대도시를 기반으로 지방경제가 직접적으로 글로벌경제와 경쟁 및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외부 기고문은 정부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