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새벽에 경찰이 용산재개발 4구역의 일부 세입자들과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 회원들이 무단으로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것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큰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결국 이 일로 다섯 명의 농성참가자들과 한 명의 경찰관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불행한 참사가 발생해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고소식을 접한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의문을 파헤치고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용산참사를 고찰해 보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발생의 배경을 살펴보면, 도심재개발사업추진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을 기대하면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재개발 조합 측의 의견과 투자비용보다 훨씬 적은 보상금을 받고 떠나야 하는 세입자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대화를 통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나 용산구청에서는 이미 관리처분인가가 나서 중재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법률적인 한계를 이유로 사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일부 세입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응한 경험이 많은 전철연에 지원을 요청하고 건물점거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서울도심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면서 화염병과 벽돌을 던지고 새총을 이용해 골프공과 유리구슬을 쏘는 등의 폭력적인 불법행동을 계속하는 것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다른 일반 국민들을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고 출·퇴근길의 교통소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를 취할 필요를 느꼈다. 따라서 경찰은 법질서 확립과 일반 국민의 피해예방을 위해 농성시작 만 25시간인 오전 6시 30분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진압작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특공대원들이 망루의 3층까지 두 번째로 진입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큰 화재가 발생하고 폭발이 일어나 여섯 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사건의 책임소재를 놓고 농성자들의 폭력시위를 문제로 삼는 의견과 이와는 반대로 경찰의 강경진압을 지적하는 의견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정국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검찰의 수사결과발표에 따르면, 화재는 망루에 있던 농성참가자들이 특공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시너를 쏟아 부었던 바닥위에 화염병을 던짐으로써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농성참가자들이 경찰에 극렬하게 저항하다가 불을 낸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경찰 지휘부와 진압작전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이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 중에 발생한 불상사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과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에 입각한 당연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경찰청장 내정자가 법적 책임은 없어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결정한 것은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집단농성의 근본적인 발생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 주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회는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세력 간의 갈등이 공론의 장에서 대화를 통해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거리에서 자신들을 대신해 경찰이 농성참가자들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난 아픔을 통감하고,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 더 이상 농성참가자들의 안타까운 죽음도, 사랑하는 경찰관 아빠를 잃은 딸의 눈에 맺힌 서러운 눈물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불법폭력시위를 뿌리 뽑고 평화적이고 건전한 시위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시위나 농성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각자 절박한 사정이 있고 자신들의 주장에 우리 사회가 귀를 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목소리를 높이고 집단의 위력을 과시하는 폭력시위를 벌이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섣부를 기대를 할 수도 있다. 또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기억하며 폭력시위를 벌이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경험법칙을 믿고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하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과격시위는 처음에 내세웠던 주장의 진실성을 퇴색시키고, 절실한 호소의 설득력을 감소시켜 결코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게 만들고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불법폭력시위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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