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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세계 5위 디자인강국을 디자인하라
2009.02.16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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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런 디자인으로 시민들의 눈길을 끈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복합문화공간 전경.
“기업들은 과거에는 가격으로, 현재는 품질로, 미래에는 디자인으로 경쟁할 것이다.”

하버드대 로버트 헤이스 교수의 이 말처럼 이젠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대다.

아이팟은 품질과 성능 면에선 삼성전자 MP3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세련된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경영위기에 처해 있던 애플사를 되살렸다. 모토로라 역시 레이저폰으로 과거 명성을 되찾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도 디자인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정경원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건당 평균 4억 원, 약 2, 3년의 기술개발을 통해 5배의 매출효과를 얻는 반면, 디자인 개발은 건당 평균 2100만 원, 6~9개월이 걸릴 뿐이지만 매출효과는 22배(기술개발의 4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지식경제부는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2012년까지 258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종합계획을 세웠다. 중소기업에 맞는 ‘디자인 경영’체계 표준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함으로써 디자인 원천기술 및 그린 디자인 등 전략적 분야의 지원 강화, 디자인 일자리 창출 등 18대 정책 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디자인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디자인산업해외진출협의회도 출범시켰다.

지식경제부 디자인브랜드과 방순자 서기관은 “2012년까지 우리나라의 디자인산업 규모는 2006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14조 4000억 원, 고용 인원은 50% 증가한 15만 명에 달해 세계 5위의 디자인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산업디자인에서 공공디자인으로

산업디자인이 개별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준다면 공공디자인은 국가와 사회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새로운 디자인 영역이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공공디자인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은 디자인의 힘으로 MP3 시장과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했다.
공공디자인의 효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강원 영월군이다.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영월은 쇠락해갔고, 주민들은 희망을 잃었다. 관광객들이 동강은 찾아도 낡은 시내까지 찾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거리를 정비하고 특색 있는 간판을 다는 등 공공디자인으로 새롭게 꾸미자 관광객들이 20%나 늘어나는 등 활기를 되찾았다. 이밖에도 공장과 사무실의 디자인을 개선함으로써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는가 하면 학교 디자인을 개선하자 교내 폭력이 줄고 학습효과도 높아졌다는 연구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 한민호 과장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던 것에서 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로 넘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디자인엑스포, 여권디자인 개발, 디자인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공공디자인 시범도시사업, 간판정비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 속에서 공공디자인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한편, 정부는 창의적인 디자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디자인 조기교육에 나설 방침이다.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에서 운영 중인 디자인 프로그램을 내년부터 확대하고 중학교 선택과목에 디자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관련부처들이 협의 중이다.

■인터뷰

장동련 홍익대 교수
“젊은 디자이너들이여, 꿈과 창의성 키워라”

장동련(53)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가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2007년 국제그래픽디자인협의회(ICOGRADA) 회장으로 선출됐는데, ICOGRADA는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국제실내건축디자인협회(IFI)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협회로 손꼽힌다. 1963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57개국 163개 교육기관과 정부기관, 단체들이 소속돼 있다.
기업이미지(CI) 디자인 전문가인 장 교수는 서울디자인올림픽 조직위원, 여권 디자인개선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디자인이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왜 지금 디자인인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양에서 질로 변화해야 한다. 제품뿐 아니라 사회, 문화도 마찬가지다. 질이 변화하는 필요조건이 바로 디자인이다. 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디자인정책을 펼쳐왔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하게 체계를 다듬어 디자인산업의 꽃을 피우려고 한다.”

-우리나라 디자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정부와 국민 대부분이 디자인의 가치와 필요성에 공감한다. ‘What’와 ‘Why’는 있는 셈이다. 그런데 ‘How’가 없다. 이것을 도출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디자인정책이 나와야 할 때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창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은 결국 아이디어, 콘텐츠, 경쟁력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좋은 화가,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 표현력과 상상력 그리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공부와 노력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디자인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자인엔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디자이너를 많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들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덴마크의 인구는 700만 명밖에 되지 않지만 디자인 각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이다. 그런 환경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코리아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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