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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쌤~ 저 파마 풀었어요”
2009.02.20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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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파마도 풀고 까만색으로 염색도 했어요.”

2007년 12월 18일 경북여자정보고등학교의 이영미 교사에게 휴대전화 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2학기 때 운영한 친한친구교실 ‘꿈꾸는 책나무’에 참가한 학생이 중학교 때부터 해온 파마를 풀고 검은색으로 염색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뒤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이었다. 프로그램 참여 3개월 만에 자발적인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는 친한친구교실이 가져온 변화 중 일부에 불과했다.

친한친구교실이란 정서불안, 대인관계미숙, 미디어 중독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교실로, 2007년 2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15개 중점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것이다. 2007년부터 2년간 200개 학교가 교육부로부터 연간 300만원을 지원받으며 이 사업에 참여했다.

친한친구교실 3개월, 학교 부적응 학생이 반장으로

경북여자정보고도 2007년 9월부터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꿈꾸는 책나무’라는 독서치료 교실을 운영했다. 참가학생은 10명. 잦은 지각과 무단지각, 무단조퇴 등으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학교 부적응 학생’이었다.

이영미 교사 집에 모여 책을 읽고 있는 ‘꿈꾸는 책나무’ 학생들.

어떻게 보면 꺼릴 수도 있는 활동이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활동을 지도한 이영미 교사는 “복도나 학교 근처에서 마주치면 깜짝 놀랄 만큼 큰 목소리로 ‘멘토 쌤~~’이라고 부른다”며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당당하게, 또 자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무단결석이나 무단조퇴는 물론 지각까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시험 점수 평균이 20점 이상 오른 학생도 있었다. 예전엔 시험공부조차 하지 않던 아이들이 한 문제만 틀려도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공부에 애착을 보였다. 또 2008년 2학년이 되면서 10명 중 2명은 반장이 됐고, 2명은 부반장이 될 정도로 학교생활에 적극적이 됐다.

“안 돼” 의미를 깨달은 학생들

비결은 독서치료. 책을 통해 학생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상담을 통해 치유하는 방법이다.

책나무 학생들이 처음으로 접한 책은 ‘안 돼 데이빗’이란 유아용 동화책이었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고, 발가벗은 채로 길거리를 뛰어다니거나, 집안에서 야구하고 꽃병을 깨는 말썽꾸러기 데이빗이 늘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듣고 침울해하다가 어머니의 따뜻한 포옹과 “사랑한단다”는 말에 안도감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동화책을 읽으며 학생들은 데이빗과 자신들의 상황을 비교해보고 부모님이 ‘안 돼’라고 제지하는 것이 결코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공감했다.

이영미 교사는 “이처럼 상황에 따라 그림책부터 만화책까지 다양한 책을 활용해 학생들의 내적 치유를 유도한다”며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기 때문에 독해력이 높아져 학교 성적까지 오르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면, 소위 ‘문제학생’들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독서치료를 선택한 경북여자정보고 뿐 아니라 예술치료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한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여러 사례를 보면 친한친구교실 사업이 무척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함께하는 감성교육 ‘위프로젝트’

이런 성과에 힘입어 교육부는 ‘친한친구교실’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바로 위기에 처한 학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학생안전통합시스템 ‘위프로젝트(Wee project)’다.


위프로젝트의 위(Wee)란 ‘We(우리)’에 ‘Emotion(감성)’을 더한 것으로 ‘우리들 교육, 함께하는 교육, 그리고 함께하는 감성교육’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3단계 안전망으로 돼 있는데, 학교에 친한친구교실(위클래스), 지방교육청에 학생생활지원단(위센터), 시도교육청에 장기교육센터(위스쿨)를 만들어 서로 연계한다는 것이다.

즉 위클래스에서 학교 부적응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한편, 조기 발견해 지도하고, 만약 여기서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이라면 지역교육청의 위센터로 인계한다. 임상심리사, 전문상담교사, 전문상담사, 사회복지사 등이 있는 위센터에선 진단과 상담 치료 뿐 아니라 복지지원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위기학생, 위클래스→위센터→위스쿨로

만약 이곳에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학생이라면 시도교육청의 위스쿨이 나선다. 이곳에선 심성교육과 심리치료 뿐 아니라 특기적성 및 진로교육, 사회적응력 향상교육까지 실시해 학교 및 사회 복귀를 돕는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졸업할 때까지 다닐 수 있다. 졸업하면 원래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을 받는다.

200곳으로 시작한 위클래스는 지난해 말 330곳을 추가 지정해 현재 530곳이 운영되고 있다. 교과부는 올해 말까지 1030개, 2012년까지 총 253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학교당 환경개선비 2000만원과 프로그램운영비 5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예산도 늘렸다.

지난해 설치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위센터의 모습

특히 위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위센터도 대폭 확충한다. 지난해 말 31곳의 문을 연데 이어 올해 말까지 61곳으로 늘린다. 2012년까지는 120개로 확대하고 1곳당 3억 원을 지원한다. 또 3차 안전망인 위스쿨의 경우엔 시도교육청별로 1~2군데씩 운영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2~3곳을 시범운영하고 점차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를 잡아줬더라면…”

교과부 관계자는 위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대도 신창원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문방구에서 도둑질을 했는데 그때 누군가 나를 바르게 붙잡아줬더라면 나는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며 “이런 학생이 없어야겠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위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한 고위기군에 속하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4%인 30만4712명에 달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2012년까지는 121개 위센터에서 약 32만6000명의 위기학생이 자신을 변화시킬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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